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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랑나비 Aug 09. 2022

찜통더위에 타선 소화 훈련

더워도 할 건 해야지

오전 9시 입항과 동시에 청소 등을 마치고 오후 2시 교육 훈련계 함정 교육 담당이 직무교육 점검과 훈련 집행을 위해 함정을 방문했다.

오늘 우리가 집행해야 할 훈련 종목은 타선소화 훈련이다.   

   

타선소화란 출동 중 또는 항포구 정박 중 화재가 발생한 선박을 향해 소화포를 쏘고 소화기를 이용하여 신속하게 화재를 진압하는 훈련을 말한다. 

    

불조심은 일상생활 속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항상 실천해야 하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중요한 일이다.     

바다에 출항을 나온 노후 선박에서 전기가 누전되거나 항포구 정박 중 주유 및 수리 중에 담배꽁초가 불꽃을 만들어 큰 화재로 번져 어민들의 재산에 크나 큰 손실을 입히는 사고는 근절되지 않고 매년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5톤 미만의 작은 선외기 선박 들은 선박의 재료가 거의 FRP(섬유 강화 플라스틱)로 만들어져 있어 한번 불이 붙기 시작하면 빠른 속도로 불이 붙기 시작한다. 선박 한 척이 불에 타는 시간은 불과 10분~20분 남짓이다. 

화재가 발생함과 동시에 불에 잘 타는 성분이라서 시커먼 연기와 함께 순식간에 전소되고 만다. 

     

2년 전 근무했던 파출소에서도 관할 항포구에 정박해 놓은 어선 한 척이 엔진을 수리하면서 선장이 작업 중 담배를 피우다 꽁초가 작업실에 떨어지면서 스티로폼에 옮겨 붙어 화재가 발생하여 나란히 접안해 있던 어선 3척이 전소되었고 수 십 척이 긴급 대피했다. 재산 피해액도 2억이 넘었다.  

    

부주의와 과실로 인한 선박 화재가 의외로 많이 발생한다. 매년 발생하는 선박 화재 예방을 위해 선박 소유자는 화재 안전수칙을 준수하고 소방교육을 반드시 받고 초기 화재 진압을 위해 소화기를 여러 곳에 배치해 놓아야 한다. 

     

해양경찰 함정 승조원으로 근무를 하게 되면 필수적으로 습득을 해야 하는 교육과 훈련이 있다.      

한 해 동안 각 함정과 파출소에 하달되는 많은 교육과 훈련이 있지만 바다 종사자들과 관광객들의 안전을 위한 가장 필수적인 훈련이 인명구조와 타선소화가 아닐까 싶다. 

     

한 달에 한번, 분기에 한번, 반기에 한번 실시하는 모든 훈련들이 어느 것 하나 가치의 경중을 따질 수 없이 중요하지만 인명구조와 타선소화는 가장 기본이 되는 훈련이다.   

      

훈련을 실시해야 하는 오늘 바람도 거의 불지 않고 푹푹 찌는 삼복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입항 전날 궂은 날씨로 위도 파장금 항으로 피항을 했고, 입항하는 날도 바람이 많이 불고 파도가 2M 이상 높게 일어 간신히 격포항에 입항할 수 있었다.  

   

최소의 당직자를 제외하고 함 총원 10명이 식당에 모여 훈련 시작 전 사전회의를 실시했다. 

각자 주어진 임무와 필요한 준비물들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시간이다.   

   

훈련 시작 5분 전 함 총원에게 안내 방송을 실시하고 14시 정각에 훈련을 실시했다. 

하루 전날 훈련 시나리오를 숙지하고 사전 연습을 한 차례 실시했었다.      

훈련의 부족한 점과 신경 써서 체크해야 할 부분 들을 사전에 체크했고 미진한 부분을 최소화하려 노력했다.      

(장음 1회 단음 1회 장음 1회) 경적을 울리며 훈련이 시작되었다.

승조원 8명은 단합된 목소리를 내며 일산 분란하게 “타선소화 요원 배치”를 외치며

외부 갑판으로 뛰어 나간다.  

    

화재선박의 불을 끄기 위한 준비물들 소화포, 소화호스, 소화기, 방화복, 보수 도끼, 소화호스, 연기를 빼내기 위한 배풍기, 물을 퍼내기 위한 배수펌프 등을 빈틈없이 챙겨서 함정 뒤편으로 집결한다. 

     

훈련이 진행되고 방화복 (특수 제작된 방화복)을 입은 넘버 1, 넘버 2 소화수 요원들이 제일 고생을 많이 한다. 30도를 웃도는 무더위 땡볕에 가만히 서있어도 땀이 줄줄 나는데  한 겨울에 입어도 따뜻한 특수 방화복을 입은 두 사람은 땀으로 목욕을 하고 있었다.


(아마 방화복 속 온도는 35도 가까이 될 것이다) 거기다 머리에 특수 헬멧까지 뒤집어쓰면 시야도 잘 보이지 않는다. 등에는 10kg짜리 산소통까지 짊어지고 있으니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나 역시 초임 시절 거쳐왔던 과정이고 모습인지라 생소하지는 않지만 무더위 속에 아끼는 후배들이 고생하는 것을 보니 마음이 짠하다.  훈련이 어서 빨리 무탈하게 끝나기를 바랄 수밖에 방법이 없다. 

     

타 선박의 불을 끄기 위해서는 본함인 경비함정의 냉각이 필수적 선행되어야 한다. 

화재 선박과의 거리 약 500~1000야드 지점에서 자함의 냉각을 실시하고 거리가 적당히 가까워지면 화재선박에 소화펌프를 가동해 소화포를 쏘아서 화재를 진압한다.   

  

이때 소화포가 제 역할을 해주어야 한다. 

경비함정이 새로 건조된 함정일수록 소호포가 힘이 좋고 멀리 까지 발사가 되고

노후된 경비 함정일수록 소화포가 힘이 없어 바로 앞에서 물줄기가 꺾이기도 한다.

     

한 번 더 근접하게 되면 선박을 계류하고 난 뒤에 화재 선박의 실내로 소화조가 진입하여 응급환자가 없는지 확인하고 잠재 화재를 처리하고 연기를 빼낸 후 산소가 충만해지면 감시자를 배치 코 총원이 철수한다. 

     

손상 개소 파악과 장비는 이상이 없는지를 확인한 후 훈련을 종료한다.     

“타선소화 요원 배치 상황 끝 훈련 상황 끝(총원 복창)


해상종합훈련은 조타실과 현장의 일치단결이 매우 중요하다. 

우렁찬 목소리와 하나 된 행동들이 일사불란하게 진행되어야 높은 점수를 받는다.   

   

훈련을 하다 보면 연습할 때는 순조롭게 잘하던 현장 지휘자가 긴장을 해서 훈련 도중에 훈련 시나리오를 잊어버려 한 순간 정적이 찾아오기도 한다. 어떠한 경우에도 조타실과 현장이 따로국밥이 되는 느낌을 주면 안 된다.   

   

이럴 때는 조타실에서 순발력 있게 위기 상황에 대처해야 한다. 

기억을 더 들어 적당한 행동사항을 상황에 맞게 무전기로 지시하고 무사히 훈련을 마쳐야 한다.

      

훈련을 위해 꺼내놓은 열 가지가 넘는 많은 장비들을 정리하고 식당에 모여 

교육훈련계 담당의 총평을 끝으로 금일 타선소화훈련은 최종적으로 끝이 났다. 

     

9월부터 지방청 주관으로 경비 함정 들이 본격적인 해상종합훈련을 실시하게 된다. 태생이 무대 체질도 아니고 연습할 때는 잘하다가 실전에 유독 약한 지라 잘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  

    

현재의 부장을 맡기 전 직별 장만 몇 번 해봤을 뿐 직접 훈련을 지휘해 보는 것도 처음이라 스트레스도 받고 긴장도 많이 하고 있다. 

쉰 살이 넘어가니 기억력도 조금씩 퇴화 가 되고 있어 시나리오 숙지도 힘든 숙제다.   

  

근무 연차는 미약하지만 능력 있고 성실한 동료들을 믿고 연습은 실전처럼 실전은 연습처럼 부단한 노력으로 극복해보려고 한다. 

     

우리 함정은 2월 정기 인사 발령 후 부산 사하구 다대포 정비창으로 45일간 수리를 다녀왔고 안전팀장이 육아 휴직을 갔다. 항해장이 뒤늦게 우리 함정으로 발령이 나서 합류를 했다. 우여곡절이 제법 많았던 터라 한 팀으로 뭉치는 물리적 시간이 이웃 함정 들 보다 짧아 다소 불리한 입장이었다.    

  

연차가 제법 되는 경력자와 신임 순경 들간의 보이지 않는 마음의 거리도 문제였다. 어떠한 노력과 이유로도 그 거리는 쉽게 좁혀지지 않았다.  

    

여러 차례 시행착오를 거친 후 5개월이 지난 지금 우리들은 서로 서툴렀던 제법 긴 시간들을 보내고 생활면이나 업무처리 면에서 각자의 자리를 찾았고 제법 경찰관 다운 모습들을 보여주고 있다.      

훈련을 잘해야 상위 부서로부터 인정을 받고 인사고과와 성과급도 잘 받을 수가 있다. 


진인사 대천명이라 했으니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결과는 하늘에 맡겨야겠다.     

기왕에 하는 훈련 다 같이 열심히 해서 좋은 결과가 나오기를 기대한다. 


승조원 여러분 모두 파이팅 합시다.      

찜통 더위속 오늘 흘린 구슬땀들이 국민의 소중한 생명과 재산보호라는 튼실한 열매가 되어 주렁주렁 매달릴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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