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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랑나비 Aug 23. 2022

반갑다 꽃게야

성급함은 언제나 화를 부른다

날씨가 도와주지 않은 출동이었다. 5일 출동기간 중 4일은 바다 날씨가 나빴고 하루만 날이 좋았다.

바람은 심하게 불지를 않았는데 묘하게 너울성 파도가 커서 잠시도 버티지를 못하는 소형 경비정의 특성상 경비근무가 무척 힘들었다. 

위도 밖에 있는 왕등도 에 문어가 잘 잡힌다는 입소문이 낚시객들에게 쫘악 퍼졌는지 더운 날씨에도 주말 낚시어선 출조 수가 예상보다 많았다. 


※ 왕등도는 전라북도 부안군 격포에서 32킬로 떨어져 있는 섬이고 상왕등도 하왕등도로 나뉜다.
 하왕등도에는 10여 가구가 살고 있다. 왕등도의 서쪽 바다 끝은 중국 땅이다.
중국의 닭울음소리가 이 섬에서도 전해지는 이유다.
왕등도 낙조는 위도 8경 중에서도 으뜸으로 꼽힌다. 

바다를 접하며 사는 직업 탓에 개인적으로 억만금을 준대도 바다로 피서는 안 가고 있고 몇만 원의 돈을 지불하고 배 타고 나가 하는 바다낚시에는 일도 관심이 없는 나로서는 바다낚시가 뭐가 재미있다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왕등도 전경


굳이 불자인 입장에서 살아 있는 생명을 함부로 잡지 말라는 부처님의 말씀을 내세우며 접근하지 않아도 높은 파도에 심하게 흔들리는 배 위에서 뱃멀미를 참아가며 땡볕이 내리쬐는 한낮에 막일처럼 느껴지는 바다낚시가 그렇게 재미가 있을까?

 

채널 TV를 통해 유명 연예인들도 참가를 하는 것을 보고 재미를 붙이면 또 큰 즐거움이 있는 것이 바다낚시 같기도 하다. 어쨌거나 취미는 다양하고 각자의 취향은 존중해 주어야겠으나 아직까지 개인적으로 바다낚시에 관심도 없고 해 본 적도 거의 없어서 핵 노잼 일거라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출동 3일째 저녁 8시 30분경 위도 인근 해상 경비 중 임수도 앞에서 꽃게 포획 불법조업 신고가 접수되었다. 어두운 밤바다를 레이더 등 전탐 장비를 보며 조심스레 불법조업 현장으로 이동했다. 

어선 2척이 꽃게 조업을 하고 있었다. 

                                         적발된 어선 

          

바다의 꽃게 금어기는 매년 8월 20일까지로 규정되어 있다. 

00시부터는 21일이 되고 꽃게 조업이 가능하며 맛있는 꽃게를 포획할 수가 있다. 

신고 접수된 시간이 저녁 8시 30분이니 3시간 30분만 참았다가 꽃게를 포획했더라면 이 어선은 불법조업 신고 대상 선박이 아닌 것이다. 


사람의 욕심이 이렇다. 남들 다 할 때 같이 하면 되고 남들 안 할 때 같이 안 하면 신고를 받을 일도 벌금을 낼 일도 없다. 몇 시간을 참지 못하고 같은 동네 사람들 몰래 몇 마리 더 잡아 돈을 좀 더 벌어 보겠다고 무리를 해 관련 법으로 적발을 당하는 어리석음 이라니.


포획 채취 금지 위반에 대한 해당 법조는 수산자원관리법이고  2년 이하 징역 2천만 원 이하 벌금에 해당된다. 


단정을 내려 조업 중인 어선에 접근 후 어선을 채증하고 잡아둔 꽃게 30킬로를 바다에 방류하고 선박에 있던 그물 속에 갇힌 꽃게들을 풀어 바다로 보내주었다. 

준엄한 법의 잣대에서 자유로울 사람은 없겠지만 적발당하는 선장의 얼굴이 짠해 보인다. 

성격이 쿨 한 것인지 아니면 내면의 분노를 잘 표출을 하지 않는 차분한 성격인지 

수사에 필요한 서류들을 내밀고 확인을 받아도 화를 내거나 막말을 하지 않고 

언행이 단정하다.


이런 젠틀한 선장을 보면 적발하는 입장에서도 다소 난감해진다. 선장이 안쓰럽고 공연한 욕심을 부려 적발되어 적은 액수도 아닌 큰 금액을 벌금으로 내려면 꽃게 시즌에 남들보다 몇 배로 수고를 더 해야 할게 뻔해서 괜히 속이 상한다. 

"몇 시간만 참지 그러셨어요." 


살림을 하는 사람들은 잘 알고 계실 것이다. 

알이 꽉 찬 봄철 암꽃게로는 간장 게장을 담그고 수게인 가을 꽃게는 쪄서 먹으면 달달하고 맛있다는 것을 이 맛있는 꽃게가 해마다 어획량이 줄어 금 꽃게가 된지는 이미 오래고

살인적인 물가에 큰맘 먹고 구입을 하지 않으면 꽃게 먹기가 결코 쉽지 않다는 것도


 매년 느끼는 것이지만 가을 꽃게는 조업 초기인 지금 사서 먹으면 살이 차지 않아 먹 잡것이 없다 지금 잡히는 꽃게는 된장찌개나 끓여서 먹으면 딱 맞다. 온라인에서 주문을 하고 실제로 들어 보지 않고 구입을 하면 살은 거의 없고 껍질만 있는 물렁 게를 사게 돼 낭패를 보기 일쑤다. 


상품가치가 없는 꽃게는 돈을 주고 사놓고도 막상 식탁에서 먹으려고 하면 살은 없고 하얀 물만 배어 나온다. 물렁 게를 씹다 보면 울화가 치밀었던 경험들이 한두 번씩은 다 있으실 거다.


자고로 가을 꽃게는 찬바람이 돌고 9월 하순이나 10월이 되어야 살이 차고 무게도 나가 킬로에 2만 5천 원 이상 3만 원은 줘야 제대로 된 튼실한 꽃게를 살 수가 있다.

 

활 꽃게 

불법조업 단속을 마친 후 조타실에 앉아 있자니 錦衣夜行 (금의야행) 비단옷을 입고 밤길을 간다는 고사성어가 떠올랐다.  

보람이나 의미가 없는 행동을 비유한다. 아무리 화려한 옷을 입고 돌아다녀도 아름다움이 빛이 나지 않으면 아무 쓸모가 없다. 제자리에서 제 직분을 지키고 제 분수를 아는 것 비단옷을 입고 밤길을 걷는 행위 자체를 탓할 마음은 없다. 하지만 비단옷은 그 값에 더 어울리는 장소와 때가 있는 것이다. 

가을 꽃게도 그러하다. 

 

세상만사 천지만물이 다 그 자리를 아는 것이 참다운 지혜다. 

올 가을 살이 꽉 찬 달디 단 꽃게가 먹고 싶다면 진득하게 때를 기다릴 일이다. 

뭐 비싼 물가는 내가 어찌할 수 없을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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