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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랑나비 Aug 16. 2022

손 말고 발 쓰는 날

즐거웠던 계곡 야유회

어차피 한번 왔다가는 길 붙잡을 수 없다면

소풍 가듯 소풍 가듯

웃으며 행복하게 살아야지 

- 추가열 소풍 같은 인생 -      


코로나 이전 2018년도 보령에서 교육 훈련 계장으로 근무할 당시 이야기이다.  평일 사무실 근무를 마치고 퇴근하면 보령시내 초등학교에서 새로 만난 클럽 분들과 민턴을 쳤다.     

일 년 후 발령이 어떻게 될지 몰랐지만 임시 클럽 회원분들과 인사도 잘하고 사이좋게 잘 지냈다. 


다행히 고향이 가까운 일주 형님이 클럽에 계셨다. 일주 형님 고향은 전남 강진 

많이 챙겨주시고 낯선 사람들 속에서 기죽을 까 봐 친동생처럼 잘 보살펴 주시던 분이다. 
 

2018년 여름 우리들은 보령 성주계곡으로 야유회를 떠났다. 

틈틈이 걷은 회비로 총무님이 수고해 줘서 시내 마트에서 장을 보고 계곡 식당을 예약하여 총 16명 정도가 야유회에 참석했다.  

    

민턴장에서는 주야장천 민턴 만 치는 사람들이라 그날 야외에서 만큼은 다른 운동을 하기로 했다. 그렇다고 시원한 계곡물과 나무 그늘 아래서 원숭이 늘보처럼 종일 누워 있을 수는 없었다.  

    

점심을 간단히 먹고 오후 3시쯤 족구와 물속 수구 경기를 하기로 했다. 처음에 족구는 재미 삼아 4대 4 경기를 시작했는데 1, 2세트가 경기가 끝나고 3세트 들어서면서 경기가 과열되어  판정 시비도 있고 평소 목소리 큰 해병대 출신 고문님 편으로 승부가 기우는 것 같았다.  

    

육군을 전역했고 족구를 배워 제법 볼을 깔 줄 아는 나는 자의 반 타의 반 자연스럽게 주전 공격수를 하게 되었다. 이기는 쪽이 화장지와 삼겹살을 상품으로 얻어가는 결승 세트.  

   

1,2세트를 장난 삼아 시작했지만 땡볕에 같은 팀을 응원하는 누이들. 뭐라도 타가서 가정 살림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 싶어 하는 간절한 눈빛들을 외면할 수 없었다. 

우리 팀은 상대편 고문 님의 인 아웃 판정 시비로 경기는 분명 이기고 있었는데도 스코어에서는 지고 있었다.    

사람이 나이를 먹으면 매사에 더 부드러워지고 넉넉해져야 하는데 고문님은 정 반대였다. 

라테가 발전하면 꼰대가 되고 꼰대가 진화하면 빌런이 된다.

방송국 모 피디가 세월이 갈수록 입은 닫고 지갑을 열라고 했는데 평소 고문님은 입은 열고 지갑은 닫고 생활하는 분이셨다. 

    

이겨야겠다는 마음속 오기가 열기가 되어 팔다리를 타고 손끝과 발끝으로 전해져 왔다. 

여기서 양보하고 져주면 평생 고문님은 변하고 나아질 게 없을 것이니 경고라도 주라는 무언의 뇌와 육체의 하나 된 강 련한 신호. 

      

스코어는 20대 19. 한점 차로 우리 팀이 지고 있었다. 21점까지 끌고 가려면 연속 득점을 해야 했다. 

우리 팀 서브는 이쁘게 잘 들어갔고 토스가 다소 불안했지만 마지막에 힘차게 때린 공이 네트를 넘어 고문님의 번들 거리는 이마를 정통으로 가격했다. 

     

“아이고 참말로 죄송해요 고문님!! 고의가 아니었어요”

세상 죄스러운 표정으로 사과는 하고 있었지만 나의 입꼬리는 실룩실룩 광대는 승천하고 있었다. 

빌런에게 참 교육을 시켜준 내 오른발에게 감사했다. 


우리 편은 대놓고 웃지는 못했지만 꼬시다 하면서 다들  눈으로 환하게 웃고 있었다.      

이 와중에 승리는 우리 것 하면서 우리 팀은 얼싸안고 기뻐했다. 족구가 뭐라고 상품에 눈이 멀어서는. 

    

족구가 끝나고 물속에서 단체 수구 경기를 시작했다. 무슨 체육대회도 아니고 왜 다들 이렇게 운동에 진심인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상대편 여자 선수들의 분전으로 수구는 우리 팀이 졌다. 


단체전 경기는 계속되었다.       

서틀 콕 을 7미터 정도 거리에서 입구 좁은 작은 냄비에 집어넣는 게임을 실시하여 많이 집어넣는 팀이 이기는 게임이다. 수미 누나의 선전으로 이게임은 우리 편 승.

     

회원 모두가 운동에 진심인 사람들이라 어떤 종목에도 어영부영 대충하고 져주는 경우가 없었다. 그야말로 죽기 살기로 모든 게임에 진심을 담아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그런 끈기와 진실함이 삶의 에너지로 쌓여 다들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잘 살고 있는 것이겠지

      

야유회 후 보령 시내 식당에서 저녁 뒤풀이를 정중하게 거절하고 하루를 돌아보았다.

계곡의 차가운 물, 시원한 계곡 바람, 즉석 바비큐, 회원들의 환한 웃음과 에너지로 마음을 가득 채우고

부모도 못 알아본다는 낮술도 한 잔 하면서 평소 데면 대면한 회원들과도 친해졌고 인생 선배님들께는 삶의 지혜를 배웠다.    

 

하고 싶은 일이 있을 때 고민하고 주저하다 때를 놓친 적이 많았던 내가 젊은 후배들에게  무엇인가를 계획하면 시원시원하게 결정하고 행동으로 실천하는 추진력을 배우게 되었다.      

인사발령으로 인해 낯선 곳에서 생활하며 민턴 클럽에서 만난 타인들과 마음을 열고 온전히 한마음으로 즐겁게 보내 행복한 야유회였다.


2018년 여름날 보령 성주계곡 소중한 분들과 함께 한 그날을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습니다.

함께 한 모든 분들 더욱 건강하시고 더 많이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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