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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랑나비 Aug 16. 2022

아! 또 허리가 아프다

벌침도 소용없는 참을 수 없는 고통 

     

한 번쯤 겪어야만 될 사람의 고통이라면

그대로 따르겠어요 아무런 이유도 없이

구창모 -아픈 만큼 성숙해지고 -   

   

공중에 뜬 콕을 때리는 순간 시원한 빵 소리와 손 끝에 전해오는 묵직한 타격감이 황홀하게 전신에 퍼지는 게 배드민턴의 최고 묘미다. 

    

코트에 들어선 순간 엄청난 운동량과 빠른 스피드 상대방의 역방향 백 공격을 수비로 응대하다 보면 민턴 쟁이에게 관절과 어깨 부상은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천형 같은 것이다.   

  

원래 타고난 근골격계가 약한 사람이 소위 말하는 편측 운동의 대표적인 민턴을 주야장천 한 10년 넘게 쳐대자 몸 여기저기서 날 좀 가만 내버려 두라고 좀 쉬라고 관절과 뼈들이 아우성을 쳐댄 지 오래됐다.

      

묘하게 숫자 귀신이 붙었는지 2년마다 짝수 해에 크게 아팠다.

40대 초반 허리 통증은 집 근처 한의원에서 침을 꽂고 뜸을 좀 뜨면 금방 나았다.      

40대 중반을 넘어서면서 침과 뜸에다 허리 신경주사를 새로 첨가했다. 무리하게 게임수를 좀 초과하거나 점프를 심하게 하면 여지없이 허리 통증이 심해졌다. 

    

지천명이 된 지금 최근에 허리를 삐끗해 침, 뜸, 벌침, 신경치료 주사, 카이로 프로택 거기다 거금을 들여 도수치료를 10번 받고 나서야 간신히 회복되었다. 치료비도 예상보다 많이 나와서 깜짝 놀랐다.   

  

최근 7월 두 번째 출동 전날 20대 젊은 동생들과 무모하게(?) 맞짱을 뜬 적이 있다.      

나이가 있고 세월이 있는데 피 끓는 청춘들을 기어이 한번 이겨 보겠다고 나댔다. 3세트 듀스까지 가서 간신히 1점 차이로 이기기는 했지만 그 과욕에 대한 대가는 엄청났다. 


그날따라 게임 수도 많았는데 마지막 게임으로 젊은 애들과 붙느라 무리를 했는지 다음날 아침 허리 통증 때문에 거의 움직이기가 힘들 정도였다. 

     

늘 아팠던 허리라 겁 없이 침 몇 대 맞으면 낫겠지 했는데 웬걸 염증이 많이 심해졌는지 집 근처 웬만한 병원 물리치료를 받아도 허리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기침만 해도 심한 통증과 함께 허리가 찌릿찌릿하고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고 뒤처리를 하려고 몸을 틀어도 눌린 신경이 고통스러워 악 소리가 절로 났다. 

      

허리 통증이 심해지자 거동이 불편하고 특히 장거리 운전 후에 일어나는 동작을 할 때는 거의 죽음이었다. 

일상의 모든 면에서 삶의 질이 뚝뚝 떨어졌다. 40일 정도 운동을 쉬고 입항 때마다 병원에 가서 신경치료 주사를 맞고 도수 치료를 10번 하고 나니 간신히 허리가 정상적으로 작동을 하기 시작했다.  허리 부상으로 민턴 입문 후 가장 고통스럽고 힘든 시간을 보냈다.

       

상황이 이쯤 되자 그동안 우습게 보았던 허리 통증과 디스크 재발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기로 마음먹었다. 

의욕만 앞서서 무리하게 게임을 하다가 진짜 골로 갈 수도 있겠다는 공포가 엄습해 왔다.     

부랴 부랴 장수 민턴을 위한 나만의 원칙을 소소하게 정했다. 


컨디션이 안 좋은 날은 체육관에 나가지 않는다

게임수를 1일 4게임 이상 잡지 않는다

역동작을 유발하는 백 쪽으로 오는 공은 그냥 포기하고 한 점 내준다

운동 전 후 스트레칭과 마무리 운동을 꼭 한다

아파트 헬스장에서 1시간 정도 간단한 웨이트로 근력을 키운다.

     

게임 욕심을 버리자고 생각은 잘하면서 막상 코트에 들어서면 불을 보고 달려드는 불나방처럼 팔랑팔랑 막 춤을 추려고 마음이 또 나대기 시작한다.

    

이제는 나이도 있고 몸을 아껴 써야 함을 알기에 어렵지만 실천 중이다. 

세월 앞에 장사 없고 부상 앞에 즐거움 없더라. 운동도 내 체력과 몸이 감당할 수 있을 만큼만 적당히 하자. 

중년의 운동 욕심은 내 몸에 치명적인 독이 될 수 있다. 

욕심 없이 장수 민턴을 향해 가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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