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했던 우리 집 막내, 강아지 토토의 사망신고를수없이 많이 망설이고 주저하다가 의무신고기간 30일 이라는 기한을 더는 넘길수 없어 오늘 동물보호관리시스템에 등록했다.
황망하게 세상을 떠나보낸 먹먹한 슬픔과 서러움에 조금만 더 있다가 다음에, 이다음에 하다가 녀석이 세상 떠난 지 오늘로 꼭 한 달째. 미루고 미루던 사망신고를 간신히 마친 것이다.
지난 4월 19일 오전 6시 30분 전주 올리몰스 동물병원에서 치료 중 토토는 세상을 떠났다. 병명은 원인을 알 수 없는 특발성 뇌전 중(일명 간질) 사망진단을 내린 의사 선생님 께 묻자 펫샵에서 가져온 강아지 그리고 몰티즈 종이 다른 종에 비해 뇌전증 증상이 확실치는 않지만 조금 더 자주 발생하는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대답해 주셨다.
건강했을 때 토토
딸 아홉 살 때 강아지가 갖고 싶다는 간절한 청을 거절할 수 없어 서울에 직접 가서 펫샵에서 데려온 하얀색 수컷 몰티즈 이름은 토토. 성격이 밝고 강아지보다 사람을 좋아하고 과일(특히 당근과 사과)을 유난히도 좋아했던 녀석.
사망하기 전 전조 증상이 4월 10일 날 최초로 나타나기 시작했는데 물을 마시거나 사료를 먹다가 갑자기 온몸을 떨면서 뒤로 넘어가는 이상한 동작을 반복했다.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그때 재빨리 큰 병원을 데려갔어야 했는데 강아지를 처음 키워 본 데다 인터넷 지식들이 거의 치료가 되는 병이라 말하고 있어 별거 아니라 생각하고 집 가까운 작은 병원에서 진찰을 받고 약국에서 항경련제를 처방받아 먹였다.
완치는 아니더라도 발작 발생 빈도를 뒤로 미뤄가면서 살아가는 강아지들이 많다는 보편화된 지식들을 굳게 믿고 어리석게도 그리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4월 7일 새벽 3시 20분 파출소 야간근무를 하고 있는데 딸이 울면서 다급하게 전화를 했다
“아빠 토토가 발작을 하고 자전거 타듯이 페달링을 하고 숨을 안 쉬어 죽은 것 같아” 순간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몹쓸 것. 아빠는 아직 떠나보낼 아무런 준비도 하지 못했는데 뭐가 그리 바빠서 이 새벽에 기어이 네가 날 떠나려나 보구나’ 팀원들 모르게 꺼이꺼이 속으로 울었다.
잠시 후 다행스럽게도 딸에게서 토토가 다시 살아났다고 전화가 또 왔다. 딸은 사람한테도 나타나는 열성경련 증상을 겪은 것이다. 즉 어린 아가들이 몸을 심하게 떨며 온몸이 뻣뻣해지고 의식을 잃는 그 증상을 보는 순간 토토가 죽은 줄 알았던 것이다.(실제로 죽은 강아지도 있다고 함)
퇴근 후 부랴부랴 전주에 있는 동물병원으로 가서 토토의 건강을 체크하고 혈액검사를 하고 MRI를 찍고 2주 치 항경련제를 처방받아 집으로 돌아왔다. 토토 나이 7살 아직은 노령견이라 볼 수 없고 큰 병을 앓은 적도 없어 병원 다닐 일도 없을 것 같아 동물보험을 들어놓지 않았다.
병원비 백만 원을 소중한 동생들에게 선물 받은 금을 팔아 현금으로 납부했다.
치료와 약발 탓이었을까? 한동안 토토는 밥도 잘 먹고 산책도 다니면서 발작 횟수도 줄고 상태가 호전되어 오래도록 우리 가족 곁에 남아있어 줄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그러나 나의 기대와는 다르게 토토는 4월 17일 밤 11시 40분경부터 5분 간격으로 무려 10분씩이나 두세 차례 심각하게 발작을 시작하고 대변을 싸고 혼절을 해버렸다.
혹시 몰라 배워두었던 심폐소생술과 심장마사지를 다급하게 실시했다.
응급처치를 수차례 반복하자 혼절했던 녀석이 기적적으로 다시 정신을 차렸다. 온몸에 땀이 흥건했다.
간절히 기도했다. 오늘 새벽만 버텨달라고. 하지만 애달픈 아빠의 기도를 저버리고 그 새벽 5시 30분경 토토는 또다시 3차 발작을 시작했다.
급하게 전북대학교 전북동물의료센터 응급실에 데려가 안정제를 맞고 나서 겨우 잠이 들었다. 담당의사에게 물으니 지금 병원을 대학병원으로 옮기셔서 모든 검사를 다시 하고 MRI를 찍어도 토토의 상태를 장담할 수 없다는 절망적인 답변을 주셨다.
이날 아침 응급처치 후 급하게 전주 동물병원으로 다시 향했다.
“아빠 입원시키면 토토 좋아지겠지?” ‘그래야지 아빠 마음도 너랑 같아’
하지만 야속한 그 녀석은 딸아이와 나의 간절한 바람을 저버리고 입원 후 겨우 이틀을 버티더니 누가 효자 아니랄까 봐 아빠에게 금전적으로 누를 끼치기 싫어 그런 것인지 참 황망하게 4월 19일 아침 6시 30분 끝내 기어이 무지개다리를 건너고 말았다.
부모님을 너무 일찍 떠나보낸 나에게는 죽음에 직면한 그 순간을 알아채는 묘한 감이 있는 지라 영 마음이 놓이질 않아 토토의 상태를 보고 죽기 하루 전날 학원수업을 마치고 피곤하다는 딸을 설득해 밤 아홉 시쯤 병원으로 함께 갔다.
링거를 꽂고 약물에 취해 자는 것인지 혼절한 것인지 힘없이 눈을 감고 누워있던 녀석이 산소방 문을 열고 딸이 “토토야!” 하고 부르니까 기적적으로 눈을 뜨더니 끄응하며 네다리로 잘 서지도 못하면서도 앞다리를 버둥거리며 힘겹게 누나 품으로 와 안겼다. 눈물 콧물이 범벅이 되어 딸과 내 눈에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렸다.
이제는 보내 줄 때가 되었구나. 써두었던 이별편지를 읽어주고 혹여 가는 길이 쓸쓸하지 않게 해달라고 염원했다.
그렇게 딸과 번갈아서 한참을 안아주고 마음 같아서는 집으로 데려가 마지막 가는 길을 함께 하고 싶었지만 경련과 발작으로 너무 힘들어하는 녀석에게 차마 못할 짓을 하는 것 같아 힘들어도 덜 부대끼게 병원에서 안정제를 투여해 놓고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애써 돌려 집으로 돌아왔다. 이별을 직감한 그 밤 밤새 잠을 이룰 수 없어 뜬눈으로 밤을 새웠다.
마침내 그날 새벽 토토는 기어이 돌아올 수 없는 먼 길을 떠났다.
다른 몰티즈 강아지 들에 비해 유난히 다리가 길고 식욕도 좋아 건강하게 오래 살 거라고 단 한순간도 믿어 의심치 않았건만 보통 강아지들 평균수명 절반 밖에 살지 못하고 겨우 7살에 황망하게 세상을 떠난 것이다.
전북 임실군 오수에 있는 펫추모공원 장례식장에서 화장을 하고 분골 해서 하얗고 작은 항아리에 담아 차마 보낼 수 없어 며칠을 집에다 보관하다가 햇볕 좋은 날 저랑 나랑 참 많이도 함께 걸었던 생태공원 산책로에 뿌려 주었다.
“사랑하는 아가! 거기서는 부디 아프지 말고 오래오래 건강하게 실컷 뛰어놀아야 한다.
”
님의 침묵 - 한용운-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야 난 적은 길을 걸어서 참어 떨치고 갔습니다.
황금의 꽃같이 굳고 빛나던 옛 맹서는 차디찬 티끌이 돼 야서 한숨의 미풍에 날아갔습니다.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은 나의 운명의 지침을 돌려놓고 뒷걸음쳐서 사러 졌습니다.
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굴에 눈멀었습니다.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이별은 뜻밖의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
그러나 이별을 쓸데없는 눈물의 원천을 만들고 마는 것은 스스로 사랑을 깨치는 것을 아는 까닭에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새 희망의 정수리에 들이부었습니다.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제 곡조를 못 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님의 침묵을 휩싸고 돕니다.
어른이 되고 처음으로 키운 생애 첫 강아지라서일까? 녀석이 황망하게 세상을 떠난 후 난 지금도 심하게 펫로스 증후군을 앓고 있다. 세상만사 모든 인연 회자정리 거자필반 제행무상 이라지만 아직은 득도를 하기에는 한참 먼 어리석은 중생이라 이왕 가버린 야속한 인연에 메여 매일매일 연연해 하고 있다.
길을 걷다 하얀 강아지와 눈이 마주치거나 다이소에 물건 사러갔다가 애견물품이 눈에 뜨일 때, 퇴근 후 집에 돌아와 사과를 깎다가도 한입 달라고 팔짝 뛰던 귀여운 모습이 눈에 밟혀 가슴이 아리다.
토토 장례식장
어리석게도 토토의 상태가 급격하게 나빠지고 나서야 잘 키워 보겠다고 구입했던 고급 영양제, 수제간식, 부드러운 목줄, 이동용 강아지 캐이지를 아직 어쩌지도 못하고 만지작 거리고 있다.
남들은 무슨 강아지 한 마리 가지고 유난을 떠나 이럴 수도 있겠지만 아내와 이혼 후 썰렁했던 우리 집. 그런 딸과 나에게 토토는 허전하고 쓸쓸한 마음을 7년 동안 달래주고 한결같이 곁에서 힘이 되어준 따뜻하고 고마운 소중한 가족이었기에 이 슬픔을 어찌할 도리가 없다.
어째서 내 주변에 소중한 존재들은 내 허락도 없이 나는 아직 떠나보낼 아무런 준비도 하지 못했는데 자꾸만 죽음이라는 잔인한 그림자를 나에게 드리우는 것일까? 나보고 어쩌라고. 깊은 슬픔 속에 세상살이가 그저 원망스럽고 야속하기만 하다.
토토가 내 곁을 떠난 지금 하루하루가 무엇을 해도 기운이 나지 않고 집중도 되지 않고 늘 허방다리를 짚는 것처럼 헛헛하기만 하다.
오늘 소중한 그 녀석이 내 곁을 떠난 지 이제 꼭 한 달이 되었다
간신히 사망신고를 마치고 차마 떠나보내지 못한 이쁜 그 녀석을 애써 가슴에 묻는다.
”토토야! 참 서툰 아빠라서 잘해준 날들보다 못해준 날들이 많았구나. 정말 미안해. 누가 그러더라 강아지가 죽으면 우주식당에 간데. 여기서는 강아지보다 사람을 더 좋아했던 너. 거기서는 강아지 친구들을 더 많이 사귀어서 신나게 뛰어놀고 아프지 말고 오래 살아야 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