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결혼순서

동생의 결혼에 동의하고 축하를 해줬다

by 연오랑

해변에 파도가 순서대로 밀려온 듯 자연에서나 인간생활에서나 순서라는 것이 있다

오륜에도 장유유서(長幼有序)가 있으니 그만큼 중요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내게는 딸이 셋 있다. 하나같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귀여운 딸들이다. 특히 학교를 다니면서 공부 때문에 걱정을 끼친 적 없는 대견한 딸 들이다.

첫째는 중·고시절 전교 1등을 놓친 적이 없어 내내 장학금에 기숙사 혜택 등 많은 혜택을 받으며 성장했고 대학도 소위 일류대학이라고 하는 S대를 나왔다.

대학 4년간 출신 고등학교 재단에서 4년 동안 전액 장학금을 줘 학비 걱정 없이 대학을 마쳤다. 졸업 후에도 코이카 인턴으로 케냐에서 1년간 근무 후 지금은 W국제구호단체에서 일하고 있다.

둘째 또한 전교 1,2 등을 놓친 적이 없어 자신의 희망대로 S교대를 나와 지금은 서울의 모 초등학교 선생님으로 재작 중이다.

첫째와 둘째의 나이 차이가 한 살 밖에 나지 않지만 성장과정에서 보면 언니 노릇을 톡톡히 했다.

성격적으로도 차이가 나, 첫째는 리더십이 있고 다재다능하다. 반면 둘째는 어딘지 모르게 응석이 많은 대신 사교성이 있다. 그래서인지 첫째는 똑 부러지는 성격 탓에, 출신학교가 주는 무게감 때문에, 남자들의 접근이 쉽지 않아 보인다.

둘째의 경우는 다르다. 사교성이 좋고 활달한 성격 탓에 주변 사람들과 잘 어울린다.

바로 이 같은 성격이 최근 사단(?)을 만들었다.

3개월여 전 들째가 만자 친구를 소개하겠다며 집 근처로 데려왔다. 물론 1년여 전 옆지기를 통해 둘째가 남자 친구를 사귀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은 있지만 결혼상대로 까지 여겨 우리 부부에게 소개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같은 교회에서 만나 친하게 지내고 있다는 정도쯤으로 이해했다.

하지만 이번 추석, 가족들의 모임에 정식으로, 결혼을 전제로 소개를 하겠다는 말에 난 만감이 교차했다.

우선 첫째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옆지기에게 넌지시 물어본 결과 첫째는 아직 사귀고 있는 남자가 없다고 했다. 첫째와 둘째가 같은 교회에 다니고 있으니 둘째가 사귀고 있는 남자 친구도 이미 아는 사이라고 했다.

이미 둘째의 남자 친구가 괜찮은 시람이라는 평을 옆지기에게 했다고 하니 안심은 됐지만 첫째가 동생이 먼저 결혼하겠다고 나선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가 걱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난 출판사 일을 핑계로 서울 첫째와 막내가 함께 살고 있는 집을 방문했다.

저녁식사 후 맥주를 놓고 마주 앉은자리에서 나는 사과 아닌 사과(?)를 했다.

부모로서 한 살이라도 나이가 많은 딸을 먼저 시집보내는 것이 순서이겠으나 둘째가 먼저 결혼하겠다고 나선 상황이 부모로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기에 꺼낸 말이었다.

첫째는 흔쾌히 동생의 결혼에 동의하고 축하를 해줬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고 며칠 후 만난 둘째의 남자 친구를 대하는 마음도 가벼워졌다.

둘째는 내년 6월, 포항에서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다. 예비사돈께서 상주지역에서 목회활동을 하시고 계시지만 장거 릴 이동이 힘든 나를 배려해 포항에서 예식을 치르기로 했다.

내 바람은 그동안 첫째에게도 남자 친구가 생기길 바랄 뿐이다.

그래서 동생의 결혼식 날 남자 친구라며 소개하는 첫째의 모습을 보고 싶다.

자식들의 결혼만큼은 마음대로 안된다는 말이 새삼 떠오르는 휴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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