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끼가 뭔지
우리 집 고양이 양말에는 최근 이사를 했다. 이사를 한 이유를 물어보는 말에 양말이는 “야옹, 야옹, 야옹 “하며 길게 대답을 한다. 그 말을 완전히 알아듣지는 못하지만 미루어 짐작컨대 ‘새끼들 때문이라고 한다. 양말이는 새끼를 낳을 때마다 꼭 한 마리씩은 독립시키지 않고 남긴다. 그래서 지난해 봄과 가을에 낳은 새끼 한 마리씩을 최근까지도 끼고 산다. 하지만 새끼들이 중 고양이가 되고 귀찮을 정도로 장난을 걸어오기가 일쑤여서 며칠 전부터는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 급기야 버릇없는 새끼들이 자신의 밥그릇마저 엎어버리고 제 밥그릇 되신 어미의 밥그릇을 탐내자 떨어져 지내기로 마음먹은 듯했다.
2,3일 동네를 탐색하던 양말이나 더디어 이사할 곳을 찾았다. 바로 초등학교 숙직실 뒤편이다. 이곳은 우선 야간에 사람이 있다. 숙직을 하는 아저씨들이 간혹 놀아주기도 하고 간식을 던져 주기도 한다. 마음이 내키면 아저씨들과 함께 학교 내를 순찰 돌며 밤 시간을 잘 보낼 수 있다. 무엇보다도 이곳에는 양말이가 어릴 때부터 앙숙으로 지내던 진돗개 한 마리가 있어 심심하지 않다.
초등학교 숙직실은 우리 집으로부터 300여 m 떨어져 있어 가까울 뿐만 아니라 들어오는 길목에 있다. 이곳에 있어도 우리 집 식구들이 들어가고 나가는 것을 언제나 볼 수 있다. 당장 이사를 하고부터도 각자 다른 나와 집사람, 딸아이들이 귀가하는 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집까지 에스코트를 하고 돌아간다. 막내가 들어오는 시간이 밤 10시 전후이니 양말이는 저녁시간 대부분을 우리 집 식구를 마중하는데 보내고 있다.
낮 시간 양말이나 우리 집에 반드시 들르는 시간이 있다. 오전 10시 전후인데 이때는 새끼들 모두 잠든 시간이다. 새끼들이 주로 생활하는 현관을 피해 안방 창문으로 살그머니 다가와 나를 부른다. 나를 부를 때는 항상 평소보다 애절한 목소리로 ‘야옹, 야옹 “ 두 번을 부른다. 아마 사람으로 치면 친정에 와 친정 엄마를 찾는 셈이다.
나는 그때마다 맛있는 간식을 준비하고 빗질을 해주고 코를 쓰다듬어 준다.
아마도 딸만 셋인 내가 훗날 친정에 들린 딸들에게 해야 할 바를 미리 연습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간혹 먼발치에서 새끼들을 관찰하는 모습도 눈에 띈다. 이사를 했지만 새끼들을 완전히 잊지는 않은 듯하다. 문제는 올 가을이다. 또 임신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고 해산 때가 되면 우리 집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많다. 그때까지는 남아있는 새끼 2마리를 독립시켜야 하는데 그 일 또한 만만한 일이 아니다. 나는 한 때 양말 이를 중성화 수술시키는 일을 고려해 본 적이 있다. 하지만 나는 새끼를 낳아 하루 종일 보살피는 모습을 보고 포기했다. 아니 양말이는 중성화 수술을 시키자는 우리 부부의 의논 소리를 듣고 눈치를 챈 것인지 이틀간이나 나타나지 않으며 내게 온몸으로 항의했다.
우리 양말에는 동네 고양이들에게는 선망의 대상이다. 새끼를 4번이나 낳은 아주머니 고양이지만 미모만큼은 아직도 고양이계의 미스코리아 깜이다. 우선 다리 길이가 길어 늘씬한 느낌을 준다. 얼굴도 조막손 만해 사람으로 치면 미인 형이요 고양이로 치면 미묘다. 깔끔하기로도 소문이 났다. 시간만 나면 털을 고르고 얼굴 단장을 한다. 동네 할머니들도 저렇게 깔끔한 고양이는 처음 본다는 소리를 자주 하곤 한다. 식구들이 외출을 하거나 귀가할 때 강아지처럼 졸졸 따라다는 것을 보고는 ‘누가 봐도 한 식구’ 임을 인정한다.
최근 남아있는 새끼들도 독립할 준비를 하는 것인지 집을 떠나 있는 시간이 늘었다. 특히 수놈 알콩이의 외출 시간은 한나절 이상이나 된다. 빨리 새끼들이 독립하기를 바랄 뿐이다.
새끼들이 독립을 해야 양말이나 다시금 귀가해 우리 식구들과 함께 지낼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자식들을 학대하고 심지어 발로 차 죽게 만드는 어른들이 니타 나고 있다. 이들에게 우리 양말이의 애틋한 육아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 짐승이라고 배울 것이 없으랴...
조금 전 양말이나 명태 한 마리를 훔쳐 물고 와 새끼들 집 앞에 내려놓고 돌아갔다.
맛있는 생선을 자신이 먹지 않고 새끼들에게 물고 온 양말이나 한편으로는 대견스럽고 한편으로는 안쓰럽다.
“ 새끼가 뭔지...”
"자식이 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