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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오랑 Oct 20. 2022

수필)불편한 것이 더 유익할 때가 있다

비록 강제지만 체력 유지의 일등공신

난 엘리베이터가 없는 6층에 산다. 벌써 이사한 지가 5년째를 맞고 있다.

10년째 투석치료를 받는 내가 엘리베이터도 없는 6층에 산다니 의아해하는 분들이 많다.

내 옆지기는 산림교육 전문업체를 운영하는 사회적협동조합의 대표이다.

숲해설가협회의 사무국장을 하던 옆지기가 어느 날 창업을 선언했다. 함께 일하는 몇 분의 숲해설가, 유아 숲 지도사들과 함께 협동조합을 결성해 창업을 할 요량이었다.

적은 자본금에 사무실을 얻으려 하니 시가지 중심가는 업두를 네지 못할 지경이었다. 몇 군데를 돌아다니던 옆지기는 지금의 한적한 시골마을 택했다. 3면은 너른 들판이고 한쪽은 산으로 이어지는 마을이다.

동네 한 복판에 5년여 째 방치된 일종의 폐가 다. 이 폐가를 2달여 손봐 입주를 했다. 문제는 당시 살고 있던 집과는 승용차로도 30여분 가야 하는 원거리인 탓에 내가 출퇴근 시 모셔다 주고 모시고 와야 하는 일이 문제였다.

사실 옆지기는 면허증이 있지만 겁이 많아 차를 몰아 본 적이 없는 일종의 장롱면허 소지 다다.

그래서 갑자기 가까운 것으로 이사를 하자는 제안에 나도 흔쾌히 승낙했다. 하지만 급하게 시골마을에 집을 구하다 보니 마침 몇 안 되는 아파트 한 곳을 물색했다.

오래된 아파트에다 과거 임대아파트로 설계 한 6층짜리 건물이었다.

비극은 이 아파트에서 유일하게 비어 있는 곳이 6층이었다.

급한 마음에 나나 옆지기나 내가 투석치료를 받는 환자 임도 잊어버리고 덜컹 계약을 했다.

이사 후 첫 투석을 받고 귀가하는 날 바로 사달이 났다.

투석은 마라톤 풀코스를 뒨 것처럼 힘들다는 말을 잊은 것인지, 아니면 그 말을 무시한 것인지 모르겠으나 6층 계단을 오르기가 여간 힘든 것이 아니었다. 계단을 오르는 동안 중간중간 3번의 휴식 후에야 집안으로 들어설 수 있게 됐다.

일주일에 3번 하는 투석 치료를 받고 돌아올 때마다 투덜대기 시작했다. 힘든 것은 5년여 째 살고 있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투석받을 때마다 컨디션이 다르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투석이 없는 날은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처음 몇 개월 힘들다고 느껴지더니 어느새 적응이 됐는지 2년 여가 지나고부터는 6층까지 뛰다시피 하게 됐다. 하루에 3,4번만 오르내려도 윤동 울 따로 할 팔요가 없으니 비록 강제 운동(?)이지만 운동효과는 엄청나다.

내가 투석환자 치고는 비교적 ‘멀쩡하다’라는 소리를 듣는데 일등 공신은 바로 엘리베이터가 없는 6층 아파트에 산다는 점이다.

하체 운동이 필수 인 투석환자에겐 딱이다. 그래도 난 오늘도 이 아파트를 쓸고 닦는다.

불편한 것이 오히려 득이 되고 있으니 세상사 정말 모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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