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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오랑 Nov 08. 2022

수필)아침형 인간

닭들은 왜 새벽에 울까?

사람은 개인에 따라 아침 일찍 일어나 일을 해야 능률이 오르거나 개운한 인간이 있는 가하면 밤늦게 지 잠을 자지 않고 놀거나 일을 보는 사람이 있다. 전자를 아침형 인간, 후자를 저녁형 인간이라 칭하고 한다. 물론 수험생처럼 저녁에도 늦게, 아침에도 일찍 일어나는 사람이 있지만 이것은 엄연히 예외적인 경우다.

나는 엄격히 말하면 저녁형 인간이었다. 30년 이상 신문기자로 일하게 되면서 자연히 생활 패턴이 저녁 늦게까지 잠을 자지 않고 깨어 있는 사람이 됐다. 이는 내가 다니던 신문사 중 초창기 4년여를 제외 한곤 대부분은 조간신문이었기에 새벽같이 출입처에 나갈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조간신문의 기자는 오전과 이른 오후까지 출입처를 돌고 또 현장에 나가 직접 취재에 나선다. 오후 4시 전후로 사무실로 들어와 익일자 신문에 실릴 원고를 작성하고 이후에는 퇴근을 하거나 또 다른 취재를 한다.

그러니 사적인 볼일이나, 동료들과 술 한 잔 등은 저녁이나 밤에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한때 부끄럽지만 ‘조간신문보다 일찍 집에 들어가면 된다’는 말을 할 정도로 술을 퍼마시고 다닌 적도 있다.

하지만 나의 이 같은 저녁형 인간은 10여 년 전부터 투석치료를 시작하면서 아침형 인간으로 자연스럽게 바뀌었다. 최소 하루 6시간 이상은 자야 한 다는 주치의의 권유에 되도록이면 11시 전에 잠자리에 들도록 노력한다. 대신 아침 5시면 일어나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그날 써야 할 원고가 있다면 될 수 있는 한 빨리 끝내고 낮 시간대에는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시간을 확보한다.

우리 동네에서는 내가 1번, 옆집 닭이 2번, 그리고 동네 편의점이 3등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닭 이야기가 나왔으나 닭 이야기를 해 보려 한다.

내가 초등학생 시절, 닭은 왜 새벽에 울까라는 의문을 가진 적이 있다. 그래서 기자가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닭들이 집단 폐사하는 현장을 보게 됐다. 그래서 닭들의 생리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기본적으로 닭은 오후가 되면 활동을 거의 하지 않는다. 시력이 낮기 때문에 특히 밤에는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또 닭의 생리 주기는 25시간가량으로 매일 알을 낳는 시간이 한 시간씩 늦어진다. 며칠이 흐르면 알 낳는 시간이 오후로 넘어가게 되는데, 이렇게 되면 오후를 싫어하는 닭들은 하루 알 낳기를 거르고 다음날 아침부터 다시 알을 낳는다. 닭은 뼛 속까지 ‘아침형’이다.
 수탉이 아침 일찍 높은 곳에 올라가 우는 이유는 뭘까 “ 대략 2가지로 추정된다.  닭은 한 마리의 수탉이 여러 마리의 암탉이 함께 산다. 자기 영역을 표시하려는 의도로 수탉이 하루가 시작된 시간에 요란하게 운다는 것이다.
 그럼 특히 새벽에 우는 이유는 무엇일까? 조류는 빛에 민감하다. 조류의 뇌 속 ‘송과체’는 피부를 통과하여 들어오는 빛을 직접 감수한다.  조류는 뇌에서 직접 빛을 감지하기 때문에 사람보다 훨씬 빛에 민감한 생활 주기를 갖게 되는 것이다. 빛에 반응하는 송과체가 닭을 살아있는 자명종 역할을 하도록 만드는 셈이다.  
 닭뿐 아니라 참새, 까마귀 등 다른 조류들도 모두 빛에 민감해 아침 일찍 일어나 우는데, 닭은 사람과 함께 살고 울음소리가 커서 그러한 특성이 더욱 부각되어 보인다.
 그런데 닭이 새벽에만 우는 것은 아니다. 또 암탉도 운다.

난  아침형 인간으로 바뀐 걸 후회하지 않는다. 비록 지금은 투석치료를 받고 있기에 마지못해 실천하는 경우이지만 병이 낫고 난 뒤에도 아침형 인간으로 살고 싶다.

아니 이제 나이가 들어 잠이 없어지면 자연히 닭들처럼 아침형 인간이 되지않겠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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