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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오랑 Dec 09. 2022

#수필)국수

난 만성신부전 말기라는 중병에 걸려 투석을 받고 있는지가 10여 년이 다 돼 가지만 믿는 구석이 하나 있다.

바로 돌잔치 때 상에 놓인 그만은 음식과 물건 들 중에 국수를 잡았기 때문이다. 그 증거는 돌사진(옛날에는 그리 표기했다)에 고스란히 나타나 있다.

우리네 돌상에는 남자아이의 경우에는 쌀·돈·책·붓·먹·두루마리·활·장도·
 흰 실타래·대추·국수·떡 등을, 여자아이의 경우에는 쌀·돈·책·붓·먹·두루마리·바늘·
 인두·가위·잣대·흰 실타래·대추·국수·떡 등을 놓아둔다.

이때 돌잡히기를 하는데 돌쟁이가 자기 마음대로 가지고 싶은 물건을 잡는 것을 보고 그 아이의 장래를 점치곤 했다. 특히 예로부터 국수를 잡으면 장수한다는 이야기가 있어 왔다.

 국수는 기원전 5000,6,000년 경 메소포타미아 지역을 중심으로 시작돼 전 세계로 퍼져나간 것으로 추정된다.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야생종 밀을 재배하기 시작한 것이 기원전 7,000년이고, 중국에는 한나라 때인 기원전 1~2세기경 실크로드를 통해 전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에서도 삼국시대부터 면을 먹었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삶은 면을 물로 헹구어 건져 올린다는 의미로 '국수'라고 불리어 왔다.

  지금은 국수가 흔한 음식이지만, 고려시대에는 오히려 귀족들의 결혼이나 회갑 제례와  같은 잔치에나 쓰이는 특별한 음식이었다고 한다.

  종류도 매우 다양한데, 평안도와 함경도는 전분이나 메밀로 만드는 냉면이, 경기 중부지방은 밀가루를 주재료로 하는 국수가, 강원도는 메밀과 감자로 만드는 국수가 주류를  이룬다.

 국수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결혼 잔치에서 대접했고, 그래서 언제 결혼하느냐를 묻는 질 문 대신에 '언제 국수를 먹여줄 거냐'는 질문을 하곤 했다.

 지루하고 힘든 일상이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내가 돌상에서 국수를 잡았으니 분명 오늘의 시련은 새 삶에 있어 과정에 불과하고 결코 결과가 아니라는 사실을 믿고 싶어 진다.

 투석은 그래도 마라톤 풀코스를 뛰듯 힘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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