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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오랑 Jan 06. 2023

#시가 있는 겨울(28)

 과메기 덕장

                      재환

해풍을 맞이하는 마을 한 귀퉁이에

말목 몇 개를 박은 후

학꾸미 덕장이라 이름 붙여 놓았다     

아직 찬 기운이 도는 새벽녘부터

내장을 걷어내고 몸통을 가르는 일은

동네 아낙들의 몫이다     

과메기란 이름표를 달기까지

그들은 그저 꽁치라는 생선에 만족했지만

동해가 내어주고, 해풍이 얼리고 말려

마치 전장에 나갈 준비하는 훈련병 모양

비장한 표정으로, 도회지로 도회지로 팔려 나간다     

영일만 학꾸미가 원산지인 과메기는

실직한 어느 사내의 안주 감으로

향수병에 걸린 이 마을 출신 사내의

한 볼때기 약이 되는 희망을 가진다     

찬바람 영일만을 훑어 오는 오후

평소 지나치기만 하던 덕장 앞에 차를 세운다

해산물이 귀한 양구 작은댁에

평소 소홀한 처가에

실직해 안주가 필요한 친구에게

한 두름 두 두름 장만해

갈 곳을 정 한다     

호미곶 가는 길에 늘어선 덕장에서

간혹 나는

내 삶의 가쁜 숨을 고른다.     

*학꾸미: 포항시 동해면 마산리 초입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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