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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오랑 Jan 05. 2023

#시가 있는 겨울(27)

겨울바다에서

                    재환     

찬바람 부는 겨울바다에 서 본 적이 있는가

그 많은 여름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

수만 번의 바람을 일으켜 덧칠하는 수고스러움을 아는가

흔히들

겨울바다는 쓸쓸하다고 하지

겨울바다는 황량하다고 하지

겨울바다는 삭막하다고 하지

하지만 그들은

바다의 화장한 얼굴만 본 때문이야     

겨울바다에는

배우의 연기에 익숙해진

보통사람의 눈으로는 볼 수 없는 무언가가 있지

지난여름 잘못 그린 사랑과

지난가을 잘못 쌓은 추억을

후회하며 서성이는 사내의 발자국만이 있을 뿐      

하얀 도화지는 바다가 준비하고

거친 붓은 바람이 준비하고

참회와 변화의 스케치를 내가 준비하면

그 후회스러운 지난날의 그림을

다시 그릴 준비는 끝난 거야     

겨울바다는 누구에게나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거야     

그곳에서

다음 그림은 제대로 그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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