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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오랑 Mar 15. 2023

#시가 있는 봄(56) 갯바위

갯바위

           재환

숨어 있을 줄 알았다

믿고 있던 나를 배신하지 않기 위해 날숨을 쉬며 나타나 줬다

달을 숭배하는 갯바위는 그렇게 가끔씩 내게 얼굴을 내밀었다

어릴 적 외갓집에 가면 갯바위는 도회지 촌놈처럼 날 맞았다

바다를 향해 점점이 징검다리를 놓으며 유혹할 때도 있었고

김을 달고 파래를 달아 미끄러지게도 했었다

하지만 깔깔깔 웃기만 했을 뿐 한 번도 원망해 본 적 없다

태생이 뜨거운 마그마였기 때문일까

가무 짭짭한 피부를 자랑하던 때는 천진난만하기까지 했다 

언제부턴가 흰 옷으로 갈아입기 시작했다

병자의 모습처럼 변했고 결코 어울리지 않는 의상이다

푸른 이불 겹겹이 덮고 

찰싹찰싹 파도는 애무를 해 보지만

흰 옷은 그대로 상복이 되고 말았다

메마른 사막에 나무를 심듯

바다 갯바위에도 해초를 심어 

푸르고 싱싱한 놀이터로 남게 할인 없을까 

고래도 춤추고 사람도 춤추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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