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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오랑 Mar 31. 2023

[주재기자에서 대기자 되기]-<20> 기자는 고향에서


19. 경찰과 기자는 고향에서 하지 마라

선배기자들은 간혹 ’ 순사(경찰)와 기자는 고향에서 하지 마라 ‘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그때는 무슨 의미인지 몰랐으나 연차가 쌓이면서 이 말을 실감할 때가 많았다.

지역에 기반을 둔 지역담당 기자의 경우 좁은 지역사회에서 학연, 지연, 혈연으로 얽혀 있어 잘못된 일을 지적하거나 지역현안이나, 부당한 행정행위에 대해 비판적인 기사를 쓰면 자신들의 잘못은 생각 않고 기사를 쓴 기자에 대해 온갖 비난과 심지어 압력을 행시 한다. 특히 학연에 의한 부당한 간섭은 그 학교의 역사가 길고 동문의 수가 많을수록 선후배라는 인연을 대며 갖은 압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많다.

쓰는 기사마다 이런 일이 일어날 경우 ’ 순사와 기자는 고향에서 하지 마라 ‘는 말이 실감 나기도 한다.

내가 고향인 포항을 두고 경주지역으로 지원한 이유 중 상당 부분도 여기에 있었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회사마다 사정은 있겠지만 고향보다는 인근 지역을 지원하는 것도 중장기적으로 보면 나쁜 방법은 아닌 것 같다.

우선 타 지역에서 근무할 경우 쓰고 싶은 기사를 마음껏 쓸 수 있어 스트레스를 덜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지역 출신은 쓸 수 없는 토착비리나 학교 선배가 운영하는 기업의 비리, 선배가 단체장이나 공위 공무원인 경우 등은 그 후폭풍이 상당하다. 고려·조선시대 때 벼슬아치들이 고향을 빗겨 지방수령을 임명하던, 일명 상피제도가 필요한 것 중에 하나가 기자라는 직업이 아닐까 여겨진다.

지방자치제가 성숙되고 시의원 도의원마저 선거로 뽑는 현실에서 고향에서의 기자생활을 균형을 잡고 객관성을 유지해야 하는 기자로서는 상당히 애로가 있지 않을까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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