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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오랑 Apr 19. 2023

#시가 있는 봄(81)-나비물

나비물

                      재환 

꽐꽐 쏟아지는 물소리와는 또 다르다

수돗물 쏟아지는 소리가 프레스토라면

내 바짓가랑이에 흩뿌려지는 나비물소리는 라르고다

그 물이 걸레를 빨았던 물이면 하루 종일

갓난아이의 똥 기저귀를 빨았던 물이면 일주일 내내

그렇게 버려지던 나비물이 원망스러웠을 것이다

하지만  먼지가 날리는 골목길에

나그네를 위해 뿌린 물이라면 기꺼이 맞을 것이다

한 세숫대야의 나비물이 어떻게 마련 됐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국경을 넘을 때는 원산지가 중요하지만 

대문과 담장의 경계를 넘는 순간, 원산지는 더 이상 의미는 없다

그것은 마치 마누라가 무슨 일을 하던지 돈만 벌어오면 된다는 이치와 같다

그것은 마치 잔반이 부대찌개가 되던 꿀꿀이죽이 되던 상관없었던 때와 같다

그것은 던지는 이의 운보다 맞이하는 이의 운에 달린 종년의 운명과 같다

그래도 나비물은 작은 소망 하나 가진다

있는 이에 하나 더 보태어지는 것보다

모자라고 없는 이에 보탬이 되는 한 방울이 되는 희망을 가진다

나비물의 소망은 그래서 내 그것과도 닮았다

나도 멀리, 넓은 세상을 향해 나가고 싶은 소망을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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