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봄(85)-동해바다

by 연오랑

동해바다


재환

넓디넓은 동해바다

다 내 줄 필요도 없다

오늘 저녁 서방님 찬거리 정도만

내어줘도 원망하지 않으리

해 져 어둠 내리면

항구 찾아 항해할 정도만,

내 서방님과 눈 마주칠 만큼만

별빛 내리면 족하리

20년 시집살이

나만큼이야 하겠소만

파도 일어 모래 뒤집을 때

내 응어리도 뒤집어주오

혹시 수평선 저 멀리 바람 잘 못 만난 흰 돛단배 보이거든

샛바람 불어 뭍에 닿게 해 주오

청포도 알알이 박히고

마을 전설 주저리주저리 열렸다고

임에게 편지 한 장 슬 수 있는 빛이면 족하리

저녁놀에 투영된 산 그림자 고스란히 담은 골짜기를

산책나선 귀신고래와 멱이라도 감아 봤으면 족하리

미처 내 허물 덮지 못하고 사각사각거리면

짙은 해무로 홑이불 지어 가볍게 덮어주면 족하리

늘 파란 카펫 깔린 동해로

늘 벅찬 기대만 안겨주는 동해로

오늘은 버선발로 사뿐사뿐 걸어가보면 좋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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