쉰 즈음에
재환
서쪽 하늘이 볼거스레 물이 듭니다
매달린 사과도 수줍은 듯 붉어집니다
석양에 취해
내 가슴에도 불그스레 물이 듭니다
난 그때 왜 그 말을 하지 않았을까요
난 그때 왜 그 말을 하지 못했던가요
들켜버린 마음을 가리려 했지만
그때 그 별빛과 그 달 빛은 왜 그리 밝기만 했을까요
밤새 추억의 사진첩을 넘기면
그 별빛과 달빛은 어느새 창가에 찾아와
바보 같았던 내 가슴을 아프게 찌릅니다
이슬은 눈물 되어 창유리에 흘러내립니다.
쉰 즈음에 바라본 석양은
시리도록 아프고
아리도록 후회스러워
지다 말고 쓴웃음만 흘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