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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오랑 Jul 07. 2023

#시가 있는 여름(125) 쉰 즈음에

쉰 즈음에

                  재환

서쪽 하늘이 볼거스레 물이 듭니다

매달린 사과도 수줍은 듯 붉어집니다

석양에 취해

내 가슴에도 불그스레 물이 듭니다


난 그때 왜 그 말을 하지 않았을까요

난 그때 왜 그 말을 하지 못했던가요

들켜버린 마음을 가리려 했지만

그때 그 별빛과 그 달 빛은 왜 그리 밝기만 했을까요


밤새 추억의 사진첩을 넘기면

그 별빛과 달빛은 어느새 창가에 찾아와

바보 같았던 내 가슴을 아프게 찌릅니다

이슬은 눈물 되어 창유리에 흘러내립니다.


쉰 즈음에 바라본 석양은

시리도록 아프고

아리도록 후회스러워

지다 말고 쓴웃음만 흘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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