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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오랑 Jul 06. 2023

#시가 있는 여름(124) 몽돌

몽돌

               裁晥       

해변을 걷다 몽돌하나 주웠다

돌이라기보다 차라리 내 인생과 닮았다

몽돌은 수평선에 떠오른 태양도 반갑지만 

순서대로 달려온 파도가 더 반가운 눈치다

조용하고 잠잠하기만 해서는 역사를 이룰 수 없다는 걸 알기에

맨몸으로 나서 파도를 맞이한다

그 틈에서 수없이 부딪히고 굴러 

스스로 찢기고 쪼개어 몸집은 작아졌지만 

모두들 표정이 득도한 스님 같다

그들에게는 독창도 중창도 없다

오직 중후한 합창뿐이다

나서길 좋아하지도 않는다 

백사장의 흰모래에게 영광은 다 돌린다 

흰모래 속, 그 어머니 모태 같은 해변에는

아버지가 평생 끼고 산, 자갈도 있고 

또 어머니가 애지중지하던 누름돌도 있다

저녁노을이 취기를 더하는 해변에서

몽돌은 주인공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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