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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오랑 Jul 21. 2023

@시가 있는 여름(121) 복날을 보내며

복날을 보내며

                재환

초복, 중복, 말복이다

열흘마다 다가오는 복날이 죽기보다 싫었다

혹여 개장수 소리라도 들리면 숨죽여 엎드려야 했고

눈치 없이 짖어 대는 아들 녀석의 머리를 앞발로 눌러 숨조차 쉬지 못하게 했다

하지만 우리에게도 봄날은 왔다

사람들의 외로움과 반목, 빈부격차는 우리에게 역할을 줬다

나를 귀여워하는 누나

그 누나를 좋아하는 형님

그들 덕분에 우리는 가족이라는 울타리 속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대신 미안해졌다

다 자라지도 못한 영계들이 끓는 솥에 들어갔고

뻘 속에 있어야 할 장어와 미꾸라지들도 잡혀왔다

먹다가 남긴 너희들을 보면

나 또한 눈물을 머금고 목구멍으로 넘겨야 했다

너희들의 희생을 기억 하마

사람들처럼 기억한다고 하고선 잊어버리지는 않을게

이제 1년은 무사하겠구나

올 가을부터는 개인기도 하나 더 익혀 

주인의 사랑을 듬뿍 받아야겠다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 마음 주지 못하도록

내 미소 바이러스를 옮기고

잠자리에 향수도 뿌려야겠다

우리 골목 으슥한 곳에서 만나 사랑 나누어보자

그리고 우성유전자만 골라 태어난 새끼를 안겨드리자 

우린 그렇게 사람들과 섞여 사는 거야

복날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희망을 가지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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