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곶
재환
어릴적,
동쪽 해가 뜨는 조항산 아래 푸른 언덕에는
누가 살고 있을까 궁금했다
하필이면 그곳에는 내가 처음으로 사랑을 느낀
여자 아이가 살고 있었다
그래서 난 그곳이
사랑이 살고 있는 곳으로 규정했다
사랑이 떠나가고
또다른 사랑이 찾아왔을때
바라본 동쪽 언덕에는
나무 한그루 없는, 풀 한포기 없는
삭막한 아파트부지로 변해 있었다
옛생각을 소환하고 있을즈음
어느샌가 갑자기바람이 일어 모자를 벗겼다
그순긴 나는 그언덕을
바람이 살고 있는 곳으로 규정했다
해와달은 그 역할이 변한게 없지만
내 사랑은 어느새 바람으로 변했다
사랑은 바람이다
사랑은 세월이다
변하지 않을 것 깉은 사랑이
어느새 바람이 되었다
집착하지 않으면 아픈사랑도
순풍을 타고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