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
재환
파란 하늘아래 초록의 고추밭
그곳 여기저기 빨간 보석이 달렸다
지난여름 인간들로부터 받은 홀대 때문일까
약이 바짝 오른 놈들이 캡사이신을 품고 울부짖고 있다
세월을 이길 장사가 어디 있나
이슬 머금은 파란 대물들 사이
유난히 붉은 고추하나
칠순 어부가 짬짬이 심어 놓은 고추
그들의 고달픈 인생살이를 닮은 탓일까
생을 달관한 듯한
뒤늦게 득도한 듯한
그 선홍 빛 자태
오가는 길손 유혹하는 용기가 가상해
나는 감히 푸른 옷섶 헤치고
살며시 다가가 꼭지를 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