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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오랑 Aug 24. 2023

#시가 있는 가을(137) 붉은 고추

붉은 고추

             재환

파란 하늘아래 초록의 고추밭

그곳에는 빨간 보석이 달려있다

지난여름 인간들로부터 받은 홀대 때문일까

약이 바짝 오른 놈들이 캡사이신을 품고 울부짖고 있다

세월을 이길 장사가 어디 있나

이슬 머금은 파란 대물들 사이

유난히 붉은 고추하나

칠순 농부의 땀이 담기고

그들의 고달픈 인생살이를 담은 탓일까

생을 달관한 듯, 득도라도 한 듯

그 선홍 빛 자태가 눈부시다

머지않아 깨달음 없이 덩달아 붉어질 고추들

나는 살포시 잎사귀 들어 유혹하는 용기가 가상해

감히 푸른 옷섶 헤치고 살며시 다가가 꼭지를 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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