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사랑하기 정말 좋은 나인데...

그대도 사랑하기 정말 좋은 나인데...

by 연오랑

연애, 생각만 해도 가슴 설레는 단어이다. 누구나 한 번쯤은 경험이 있고 또 누구는 아직도 진행형이기 때문일 것이다. 연애는 모르는 남녀가 서로 만나 본격적인 호감을 가지기 전 단계인 테이트와는 다르다. 요즘 말로 하면 ‘썸’이 데이트 단계로 연애는 그보다는 조금 더 진전된 모습이다.

연애 단계에 접어들면 사람이던 동물이던 눈이 멀게 된다. 바로 이 눈이 멀기 전에 상대의 본모습을 보아야 하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눈 먼일‘이 어느 날 갑자기, 순식간에 찾아오는 바람에 평생 곤욕을 치르게 되는 것이다.

요즘은 돈 때문에 사랑을 포기하는 청춘이 많다는 소식이다.

20대와 30대를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시기로 꼽는 이유 중 하나는 무엇보다도 사랑일 것이다. 가진 것 없어도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사랑하는 이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질 수 있는 게 바로 '청춘'의 사랑이다.

하지만 요새는 이조차 쉽지 않다. 물가는 치솟는데 취업은 어렵고, 어렵사리 직장을 찾더라도 '먹고살만한' 임금과 고용 안정을 누리는 이는 소수이다. 많은 청춘들은 연애조차 '사치'라고 푸념한다.

최근 한 설문조사를 보면 한국의 20~30대 커플은 평균 일주일에 1.9회 만나 5시간 27분 동안 데이트를 한다. 하루에 지출하는 비용은 5만 5900원. 금액대별로 보면 5만 원 이상~7만 원 미만을 지출하는 비중이 38%로 가장 많았고, 3만 원 이상~5만 원 미만(32.8%), 7만 원 이상~9만 원 미만(19.4%) 순이었다.

이를 바탕으로 청춘의 데이트 씀씀이를 계산해 보면 5만 5900원(하루 비용) ×주 2회 ×4.36주. 연산의 결과인 48만 7448원이 매월 지출하는 월평균 데이트 비용인 셈이다.

살인적 주거비와 생활비, 학자금 대출 상환 압박에 더해 미래를 위한 저축까지 감안하면 대부분의 청춘들은 데이트 비용을 대는데 힘이 부치는 것이 현실이다. 선택은 두 가지 중 하나다. 사랑을 위해 다른 지출을 줄이거나, 사랑을 포기하는 수밖에 없다.

남녀가 서로 교감하고 소통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인 데이트마저 경제적 이유로 온전히 누리지 못한 청춘들의 아우성으로 느껴진다.

해결책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시대에 많이 동떨어진 이야기로 치부하면 할 말이 없어지지만 데이트 장소의 변경으로 이 같은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요즘 젊은이들의 데이트 장소는 대부분 좁고 어두운 공간이다. 술집, 클럽, 노래방, 영화관 등이 그것이다. 연애로 끝을 내려면 몰라도 사랑을 키워 나가기 위해서는 부적절한 공간이다. 어느 통계를 보면 순간의 욕망을 참지 못해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어 결혼한 부부는 10년 안에 이혼할 확률이 60%가 넘는다고 한다.

순간의 잘못된 선택이 평생 불행하게 된다는 것이 증명되는 통계라 할 수 있다.

데이트를 넓은 유원지나, 산, 바다나 강이면 어떨까? 데이트 장소를 이런 곳으로 정하면 우선 경제적인 고민이 사라진다. 데이트를 할 때 술을 마셔야만 하고 춤을 춰야만 하고 스킨십을 해야만 되는 것은 아니다.

나의 경우를 예로 들면 20대 연애시절 클럽과 빠에서 만나던 여자들과는 데이트 그것으로 끝이었다.

연예인도 있었고 졸부 집 딸도 있었지만 진지함이라고는 없었다. 분위기가 그런 것을 요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혼은 대부분의 시간을 산과 강에서 데이트를 즐기던 사람과 했다.

산에 오르다 보면 상대방을 더 잘 알게 되기 마련이다. 최소한 몇 시간을 함께 있다 보면 성격이나 취향은 물론 단점까지도 속속 드러나게 된다. 손을 잡아끌어주고 때로는 개울 길을 건너기 위해 업어주게 되는 등 자연스럽게 스킨십도 일어났고 무엇보다도 공감하는 부분이 많아지게 된다.

데이트, 연애, 그 시절에는 ‘공감‘이 최고가 아니던가? 그 공감만이 사랑을 키우고 결실을 맺게 해주는 강력한 무기가 된다.

비용의 문제도 자연 해결된다. 산에 가면서 없는 승용차를 빌려 끌고 가는 바보도 없을뿐더러 요즘은 워낙에 대중교통이 잘 발달돼 있다. 김밥 몇 줄, 생수 한 병이면 비용의 전부가 된다. 물론 강변이나 바다가 데이트 장소가 된다고 해도 요즘은 테이크아웃이 잘 발달되어있어 술 한 병에 몇 만 원 하는 클럽과 레스토랑과는 비교를 할 수 없다.

혹자는 분위기를 비교할 수 없다고들 말한다. 하지만 자연에서 석양을 바라보고, 산사에서 예불드리는 법고 소리를 함께 들어 본 사람들은 그 분위기와 기분이 클럽과 영화관의 그것과는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연애는 순간의 성적 욕구를 참지 못해 벌이는 육체관계와는 확연히 구분되는 ‘감정의 영역’이다.

때로는 측은지심일 수도 있고 때로는 연민일 수도 있으나 무엇보다는 공감을 나누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나도 요즘 그런 면에서의 연애를 하고 있다. 그 상대가 젊은 아가씨 일 때도 있고, 할머니일 때도 있으며 커리어우먼 일 때도 있고 주부일 때도 있다.

한 주제를 놓고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교감하며 나아가 공감하게 된다면 그것이 ‘연애’며 ‘데이트’이다. 얼굴을 마주하지 않아도 충분히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세상, 사이버 세상에 살면서 그 달콤하고 행복한 ‘연애’를 못한다면 그 사람이 바로 바보다.

문학이라는 징검다리도 좋고 취미라는 구름다리도 좋다. 소통이 문제다.

청춘들에게 중요한 것은 돈이라는 삶의 수단이 앞을 가로막아 ‘연애’라는 소중한 경험을 건너뛰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에 있다. 돌고 도는 것이 돈이라면 언젠가는 돈이 찾아오지 않겠는가? 그때 사랑하는 사람이 옆에 없다면 그 얼마나 허무하겠는가?

어두컴컴한 밀폐된 공간에서 나와 밝은 자연에서 사랑을 찾아보자. 화장이나 분장에 속지 말고 민낯을 보는 시간을 갖자.

나도‘사랑하기 딱 좋은 나이...’‘지만 그대는 ’ 사랑하기 정말 좋은 나인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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