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곽오주가 온다

아이들을 키우는데 왜 한 두 번의 고비가 없겠는가?

by 연오랑

요즘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사건 가운데 가슴 아픈 기사는 단연 자녀 학대와 자녀 살해 기사이다. 노부모를 학대하고 살해했다는 기사를 접하기도 벅찬데 이번에는 자녀학대와 살해라니... 기가 찰 노릇이다.

자녀를 학대하고 살해하는 이유를 들어보면 더욱 기가 막힌다. 영주에서 일어난 생후 5개월 된 자기 딸 살해 사건은 아이가 심하게 울고 보챈다는 이유에서였다. 자기 딸을 고의로 방바닥에 떨어뜨려 숨지게 했다는 것이다. 아비는 딸이 떨어진 뒤에도 5시간 동안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시민사회단체 집계에 의하면 이처럼 전국에서 아비어미가 학대해서 죽음에 이르게 한 아동 학대 사망 사건이 올해 들어서만 9건이나 된다. 아동학대 신고 건수도 지난 2012년 1만 건이 조금 넘던 것이 지난해에는 1만 8천979건이나 됐다. 물론 아이를 키우다 보면 속이 상할 때가 있고 귀찮을 때가 있다. 그렇다고 남의 자식도 아닌 제 자식을 욱하는 기분에 학대하고 죽음에 이르게 했어야 그를 어찌 어미 아비라 하겠는가?

홍명희의 소설 '임꺽정'에는 쇠도리깨를 쓰는 곽오주라는 인물이 있다. 오주는 전국 각처에서 어린애들을 마구 죽여서 "곽오주 온다"는 한마디면 울던 아이 울음도 뚝 그쳤을 정도로 악명이 높았다. 곽오주의 아내는 남편과는 다르게 몸이 매우 약했다. 오주의 아내는 갓난아기에게 젖을 물리면서 말했다. "어미 죽기 전에 어미젖 남기지 말고 다 먹어라. 아무쪼록 병 없이 잘 자라서 수명장수 오래 살고 불쌍한 어미 생각해라 “ 라며 목이 메어 말을 못 하고 눈물만 흘렸다. 오주의 아내는 이렇게 시름시름 앓다가 갓난아기를 두고 죽고 만다. 곽오주 아내의 바람과는 달리 불행히도 아기는 아비의 손에 비참한 죽임을 당한다. 아내가 죽자 오주는 배가 고파 울어 대는 아기를 안고 이 집 저 집 젖동냥을 다니지만 아이의 배를 채우기는 역부족이었다. 배를 곯아 빽빽 울어대는 아기를 도저히 달래지 못해 반쯤 실성한 상태에서 아기를 땅바닥에 내동댕이친다. 이후 오주는 아기 울음만 들으면 아기를 빼앗아 잔인하게 죽인다.

소설 속에나 있을 법한 일들이 심심찮게 일어난다. 서로 좋아 사랑을 나눌 때는 언제이고 빽빽 운다고 태어난 아이들을 학대하고 죽음에 이르게 하는 어른들의 사고는 과연 정상적인 사고라 할 수 있을 까?

나는 딸이 셋인데 그중에서 첫째와 둘째는 연년생으로 낳았다. 한밤중의 일이다. 첫째가 울기 시작하면 둘째도 덩달아 울기 시작했다. 한마디로 스테레오로 우는 것이다. 온종일 뒤치다꺼리로 지친 집사람도, 회사일로 녹초가 된 나도 한 명씩을 나눠 안고 달래며 아이들을 키웠다. 차를 타면 잠을 잘 자 밤새 시내를 운행하며 잠을 제우 기도 했다. 워낙 큰소리로 우는 바람에 뒷집 할머니는 “아이들을 잡는 줄 알았다”며 우회적으로 항의하기도 했다.

아이들을 키우는데 왜 한 두 번의 고비가 없겠는가?

바깥일이 잘 안 풀린다고 집에 돌아와 애꿎은 아이들에게 화풀이를 하는 것은 아닌지...

이제부터는 이웃이, 시민단체가, 어머니 모임이 제2,3의 곽오주를 막아야 한다.

천진난만한 우리들의 미래인 아이들을 자신의 소유물로 생각하는 몰지각 한 어른들로부터 우리 사회가 함께 지켜야 하지나 않을까?

젊은 어미 아비들에게도 독서와 작문의 세계로 인도해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는 방법을 터득하게 해야 하지는 않을까?

문학을 하는 우리들에게 주어진 무거운 사명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수필) 사랑하기 정말 좋은 나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