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이런 여름휴가 어때요

아이들을 위한 의미 있는 휴가 보내는 법

by 연오랑

본격적인 여름휴가철이다. 해수욕장으로 향하는 도로마다 차량정체가 만만치 않다.

지금은 건강을 잃어 휴가를 제대로 갈 수 없는 처지가 됐지만 몇 년 전만 해도 휴가는 삶의 청량제 같은 존재였고 가슴 설레는 이벤트였다.

50을 넘겨 지난 세월을 돌아보면 역시 여름휴가는 아이들을 키우며 방학 때 보낸 여름휴가가 가장 기억에도 남고 보람 있는 휴가였다고 여겨진다. 특히 월급쟁이 시절에는 아이들의 여름방학과 내 휴가를 맞추는 일은 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여러 가지 요인들을 감안해야 하는 일이어서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다.

이쯤 해서 팔불출이나 한다는 자식 자랑 하나 해야겠다. 나는 딸이 셋이다. 막내는 터울이 져 온 가족이 휴가를 보낸 기억이 적지만 첫째와 둘째는 연년생으로 낳아 학교 방학도 함께한 경우가 많았다. 겨울방학이고 여름방학이고 할 것 없이 학교 방학은 곧 우리 가족이 여행 가는 그런 때였다. 나 자신이나 집사람 모두 돈을 모으고 자린고비로 사는 것에는 취미가 없는 사람들이었다. 서양 사람들처럼 박봉이지만 평소 돈을 모았다가 아이들 방학이면 여행을 하는데 모두 써버리는 것이 연례행사였다. 하지만 그 여행이 아이들에게 특히 공부에 많은 도움이 된 것 같아 후회는 없다.

방학이 다가오면 아이들은 저마다 여행지를 선택하느라 고심을 한다. 하지만 언제나 목적지를 정하는 것은 내 몫이었다. 여행의 목적이 단순히 즐기는 것에만 있지 않고 공부에 도움이 되는 것이어야 한다는 지론이 조금은 일방통행을 하게 한 요인이 되기도 했다.

내가 목적지를 정하는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인은 바로 아이들이 배우는 교과서였다.

특히 사회교과서는 행선지를 정하는 결정적 요인이 됐다. (내가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혹시 이 글을 보는 사람이 있다면 한번 따라 해 볼 것을 권하고 싶은 마음에서다.)

예컨대 3학년 교과서에 한산도와 임진왜란이 나온다면 1, 2학년 방학 중에 바로 한산도가 휴가의 목적지가 되는 것이다. 지금이야 체험학습이 공식적으로 시행되고 있고 승용차가 없는 집이 오히려 드물어졌지만 15년 전 상황은 지금과는 많이 달랐다고 볼 수 있다. 이런 방식으로 진행된 휴가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바로 서울 4대 궁궐 구경과 한려수도 그리고 동해안 고성 통일전망대와 양구 일대였다.

우선 서울의 창덕궁과 창경궁, 경복궁, 덕수궁, 운현궁 등은 아이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며 또래들 사이에서 화두를 장악할 수 있는 힘이 된다는 점에서 적극 추천하고 싶다. 내가 사는 지역이 포항시의 면소재지라는 시골이라는 점을 감안해 선택한 결정이었다. 궁궐 방문은

자연히 역사공부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동기가 되고 쉽사리 내용도 잊어버리지 않는 산교육이 된다는 점에서 그 효과는 크다. 특히 TV 사극에 등장하는 무대가 대부분 궁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쉽게 이해가 갈 것이다. 실제로 우리 아이들은 사극을 보다가 “어 저곳은 내가 가본 창덕궁 후원이네”라고 말하곤 했다.

한려수도도 마찬가지다. 백번 책으로 설명해봐야 곧 잊어버리는 것이 아이들이다. 하지만 통영에서 배를 타고 한산도를 둘러보고 한려수도 국립공원을 돌아보면 잊으래야 잊을 수가 없게 된다. 자연 임진왜란 상황을 설명할 수 있고 아이들 머릿속에는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오래 기억하게 된다. 물론 인근 지리산권역과 남해 등은 덤이다.

또한 강원도 양구 권역은 땅굴과 평화의 댐, 펀치볼 등이 있어 안보교육장으로 손색이 없다.

물론 휴가 때 유원지와 관광지를 여행하는 것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하지만 이런 곳은 아이들을 위한 휴가가 아니라 어른들의 위한 휴가라 할 수 있다. 아이들의 성장 시기가 몇 년 안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중학생만 되면 부모들과 함께 휴가를 가지 않으려 할 것이므로) 몇 년만 아이들을 위한 휴가를 보내 봄이 어떨까? 선행 학습이 입체적으로 이뤄졌다고 할 수 있다.

아참 그렇게 해서 어떤 성과를 거뒀냐고요? 허허 첫째는 서울대에 진학해 기자인 아빠 뒤를 잇겠다며 불어와 언론정보학을 복수 전공하고 있고, 둘째는 서울대와 서울교대에 동시 합격해 본인의 희망대로 초등학교 선생님이 되겠다며 교대로 진학했다.

한동안 포항지역에서는 면소재지 고등학교에서 서울대 합격자가 연거푸 나왔다며 화제가 돼 신문과 잡지에 집사람의 인터뷰가 실리기도 했다.

이만하면 팔불출로 손색이 없겠죠?

무더운 여름, 즐거운 휴가도 보내고 아이들을 위한 의미 있는 휴가도 보내면 그것이 바로 일거양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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