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휴가

여름휴가, 경북으로 오세요

by 연오랑

휴가는 언제나 기대되고 가슴이 설렌다.

“휴가와 결혼은 준비를 하는 과정이 더 가슴 설렌다”는 말이 있듯이 이번 여름휴가는 어디로 갈까? 고민하는 자체가 즐거운 일이었다.

올여름 휴가는 온 가족이 5년 만에 함께 하는 것인 데다, 첫째와 둘째가 직장생활을 하고 있고 막내마저 대학생이 된 이후, 처음으로 떠나는 여행인지라 취향이 다른 모두를 만족시키는 장소를 택하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여행지를 소개하는 책자를 여러 권 훑어봤다. 그러나 대부분 해외 여행지를 소개하는 책자였다. 며칠을 고민한 끝에 국내 여행지로 결정했고 그것도 집(포항)에서 그리 멀지 않은 지역에서 제대로 휴식을 취하다 오자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래서 고르고 고른 여행지가 영덕 인량마을이었다.

경상북도에서 발행한 여행지 소개 책자에서 고른 영덕 인량마을은 전통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종갓집이 즐비하고, 일대에서는 보기 드문 메타세쿼이아 숲이 있었으며, 또 가까운 곳에 고래불해수욕장이 있어 산과 바다를 모두 볼 수 있어 우리 가족 모두의 취향을 충족시키기에는 이만한 곳이 없었다.

그러고 보니 이번 휴가의 콘셉트는 번잡한 곳에서의 휴가가 아닌 정말 힐링할 수 있는 휴가로 정해졌다. 집사람도 아이들도 직장생활에 심신이 지쳐있을 것이라는 점에서 최적이었다.

4차선으로 확장된 7번 국도는 막힘이 없었다. 포항에서 출발한 지 1시간 30분 만에 인량마을에 도착했다. 오후 2시경이었다. 마을 어귀에 도착하자 막내가 인량마을에 대해 소개를 시작했다. 사전, 충분히 조사한 덕분이었다.

이곳은 재령이 씨, 안동권 씨, 무안 박 씨, 함양 박 씨, 야성정 씨, 대흥 백 씨, 영양 남 씨, 영천이 씨, 웅성주씨, 야성정 씨, 평산 신 씨, 선산 김 씨 등의 종가가 위치해 있다. 15세기부터 18세기까지 지어진 전통 한옥이 20여 채가 있고, 그중 10여 채는 문화재로 지정됐다.

우리는 마을을 한 바퀴 둘러보기로 했다. 마을에 들어서자 우선 길바닥부터가 달랐다. 마치 도자기를 깔아 놓은 듯 바닥은 깨끗했고, 각 종갓집마다 그 집을 소개하는 안내판이 잘 갖추어져 있었다. 서로 “우리 종가는 이런 곳이요” 하고 자랑하는 듯했다.

가옥의 형태도 다양해 각 고택들을 비교해보며 마을을 찬찬히 둘러보니 전통가옥에 대한 안목이 한 단계 높이는 것은 물론 우리 전통에 대한 지식도 한아름 안고 가는 듯했다.

우리는 예약한 집을 먼저 찾았다. 갈암종택이었다. 조선 후기 문신이며 성리학자인 갈암 이현일(1627∼1704) 선생의 종가이다.

집에 도착하자 이원홍 종손이 직접 나와 갈암종택에 대해 성명을 해 주셨다.

종손으로부터 설명을 듣고 난 후 곧바로 향한 다음 목적지는 이 마을에서 차로 10여분 거리에 위치한 ‘메타세쿼이아 숲’이었다.

산을 좋아하는 집사람과 첫째의 의견을 반영 한 곳인데 말 그대로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곳이었다.

하늘을 가릴 듯 쭉쭉 뻗은 메타세쿼이아 나무 수천 그루가 자라고 있는 이 숲은 이 일대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장관을 연출하고 있었다.

나는 메타세쿼이아 숲이 펼치는 장관을 잠시 감상하다가 정신을 차리고 해먹을 설치하기 시작했다. 가장으로서 감상에 빠져 있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족들이 이곳을 휴가지로 정한 목적을 생각해서다.

집사람과 아이들이 숲을 산책하는 동안 나는 4개의 해먹을 나무에다 걸었다.

30여분 뒤 돌아온 아이들은 하나둘씩 제자리를 찾아갔다. 그리고 집사람이 해먹에 몸을 뉘는 것을 보고 나도 해먹에 몸을 실었다.

해먹에 누워 눈을 감고 맞이하는 숲은 한마디로 별천지였다. 눈을 감은 대신 귀와 코, 입은 모두 열렸다. 숲에서 나는 온갖 소리, 그리고 기운이 온몸으로 느껴졌다.

“아! 이것이 피톤치드 냄새이고 음이온의 기운이구나!”

우리 모두는 그로부터 1시간여 동안 숲이 주는 효능, 곧 숲 치유에 빠져 들었다. 스트레스도 긴장감도, 마음과 몸의 피로를 한 번에 날려 보내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저녁노을이 질 무렵, 갈암종택으로 돌아왔다. 종부님께서는 이미 저녁 준비를 다 해 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얼마나 기대하고 기다리는 순간이었던가?

사실 갈암종택을 숙박지로 정한 것은, 종손께는 미안한 일이지만 이 집 종부님이 해주시는 전통음식을 맛보기 위해서였다. 이 집 종부님은 경북지역 60여 개 종가가 모여 결성한 ‘경북종가음식문화보존회’ 회장을 맡고 있는 김호진 님이다.

서울과 인량마을을 오가시며 생활하시는, 종부님이 해주시는 종가음식을 직접 맛볼 수 있는 기회를 잡는다는 것은 큰 행운이 아닐 수 없었다.

정갈하면서도 기품이 있는 종가 음식이었다. 특히 ‘명태 보푸라기’라는 처음 먹어보는 전통음식은 그 정성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잣을 동동 띄운 후식은 잠시 커피 생각을 잊게 했다.

다음날 아침, 우리는 해가 뜨기 전에 15분여 거리에 있는 인근 고래불해수욕장으로 달려갔다. 동해의 해돋이를 보기 위해서였다.

사람들이 어디에서 몰려왔는지 백사장은 뜻밖에 사람들로 가득했다. 아마도 인근 칠보산 휴양림과 계곡의 펜션, 그리고 야영을 하던 사람들이 해돋이를 보려고 몰려온 듯했다. 아파트 거실 창문으로 해돋이를 볼 수 있는 우리 집이 새삼 귀하게 느껴졌다.

전날 저녁보다 더 정성스럽게 차려주신 아침상을 뒤로하고 다시 고래불해수욕장으로 달려갔다. 다들 해수욕을 생각하겠지만 우리 가족이 달려간 이유는 바로 곰솔 숲에서의 산림욕 때문이었다. 해먹을 걸고, 온몸을 열어 시작한 산림욕은 해수욕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청량감을 줬다.

또한 파도소리를 들으며 해변 2㎞여 목재 데크길을 따라 걷는 산책길은 마치 무릉도원으로 들어가는 건강한 길이었다.

비록 1박 2일의 짧은 휴가였지만 이번 휴가는 어느 휴가 때보다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많았고 건강을 챙기는 휴가였다. 휴가의 참 의미, 먹고 떠들고 즐기며 요란하게 보내는 휴가도 좋지만 가족의 건강을 생각한 휴가가 더 의미 있게 느껴졌다. 우리 주변을 찬찬히 둘러보면, 특히 산이 많고 긴 해안선을 가진 경상북도를 찬찬히 둘러보면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우리에게 건강과 힐링을 선물하는 많은 휴가명소들이 있다. 내년에는 또 다른 힐링 지역인, 영양의 밤하늘을 보러 떠나는 휴가를 그려본다.


* 이 글은 2019년 8월에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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