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이 소위 ‘먹방’‘쿡방’ 열풍이다.
케이블 TV의 증가와 간접광고의 영향이 크지만 무엇보다도 1인 세대의 증가와 결혼연령 상향에 따른 세태의 변화가 가장 큰 이유이다. 가족의 형태가 변해 과거 어머니 손맛, 할머니의 손맛을 발휘할 기회가 줄어들고 젊은 세대들의 입맛의 변화와 식생활의 변화가 이 같은 변화의 속도를 가속화시키고 있다.
이런 변화는 여러 가지 우려를 낳고 있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각 가정마다의 특색 있는 음식, 가문의 특색 있는 음식들이 자취를 감추고 있다는 데 있다.
소위 먹방과 쿡방의 레시피는 프로그램의 인기를 등에 업고 전국의 식탁을 통일시키고 있다. 자연 자신의 집안만의 특색 있는 음식은 서서히 쿡방 레시피로 변하고 있고 시간을 요하거나 재료가 많이 들어가 조리법이 복잡하거나 하는 음식들부터 차례로 사라지고 있다.
예로부터 음식은 그 집안의 얼굴이요 뼈대 있는 집안의 상징이었다. 그래서 며느리를 뼈대 있는 집안에서 드리고자 했던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음식 문화였다. 이 같은 음식문화의 교류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오늘날 프랑스의 요리가 각광을 받고 있는데 에는 비교적 요리문화가 발달했던 이탈리아로부터 왕실과 귀족의 안주인을 맞아들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사대부 집안도 마찬가지였다. 권력을 나눈다는 의미도 있었지만 원거리의 뼈대 있는 집안의 며느리를 맞는 것은 음식문화 교류에 한 축을 담당했고 그 집안의 음식문화를 발전시키는 것은 물론 다양한 음식을 탄생시키는 요인이 되기도 했다.
‘신토불이’라는 말이 있듯이 음식과 사람의 몸과 생활은 떼려야 델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를 가진다. 바로 평소 먹는 음식은 당장은 그 사람의 신체적 특성을 결정짓는 원인이 되지만 장기적으로 유전학적 특성을 가지는 원인도 된다. 멀리 떨어진 사람이 만나 혼인을 할 경우 바로 이 유전학적인 상이함이 똑똑하고 건강한 우성인자를 가진 2세를 볼 가능성이 높아진다. 과거 한마을에서 결혼하고 기껏해야 이웃마을로 시집가고 장가를 들어서는 우성인자를 가진 2세를 볼 수 없다. 인류학적으로도 온대기후 지역 민족이 이동과 교류가 활발하고 따라서 훌륭한 문화를 꽃피워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 그것이 위도 30도에서 40도 사이에 위치한 나라와 민족이다.
우리가 아무런 생각 없이 단순히 오락프로그램으로 보고 있는 ‘먹방’ ‘쿡방’이 우리 민족에게 엄청난 시련을 가져다 줄 지도 모른다. 한류의 가장 핵심을 이룰지도 모를 우리 고유의 음식문화를 스스로 말살할지도 모른다.
이에 특정 재벌의 특정 요리 재료의 판매 증대를 목적으로 하는 간접광고나 프로그램을 합리적으로 규제해야 한다. 오락성 쿡방 프로그램의 비중만큼 전통음식과 그에 따른 생활문화를 소개하고 보급하는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편성해야 한다.
최근 경상북도는 지역 내 종갓집 음식을 되살리는 운동을 시작했다. 단순히 내외국인 관광객 몇 사람을 더 불러 모으자는 근시안적인 시각이 아니라면 열풍이 불고 있는 쿡방과 먹방의 오락성을 적절히 활용해서라도 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켜야 한다. 더구나 종갓집 여건상 부수적으로 음식점 공간을 만들 수 있는 여건이 된다면 관광객이나 방문객들에게 종갓집 음식으로 홈스테이 영업을 할 수 있는 여건과 관련 법규 마련에도 적극 지원하는 방안을 찾았으면 한다.
이를 위해서는 관의 예산을 투입하기보다는 기업과 단체, 대학의 문화재단 재원이나 접대비, 복지후생비를 활용하는 방안을 찾는다면 고유의 음식문화도 보존 발전시키고 재단의 설립목적도 충족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리라 여겨진다.
TV만 켜면 나오는 ‘먹방’과 ‘쿡방’에 출현한 연예인과 인사들이 아무 생각 없이 출연료에 만 눈이 멀어 히죽거리고 깐죽거리는 꼴이 눈에 거슬려하는 소리다. 그 사이 민족의 고유음식이 사라지고 한집안의 음식문화가 실종되고 나아가 온 나라 남자들을 당뇨병 환자나 슈가보이로 만들고 있는데 말이다. 매일 먹는 한 끼 식사라고 해서 가볍게, 대수롭지 않게 여겨서는 안 된다. 음식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문화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