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사람

"참 괜찮은 태도"

by 이뉴

‘다큐멘터리 3일’의 VJ로 시작해서, ‘유퀴즈’의 다큐멘터리 디렉터로 일하고 있는 저자, 박지현 씨는 다큐멘터리 속 주인공들의 모습을 자신의 책 “참 괜찮은 태도”에 담았다. 이 책에는 상상할 수 없는 많은 고통을 당한 사람들의 이야기도 담겨 있는 반면에, 소소하지만 삶의 애환들을 품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도 담겨 있다. 나는 이 책을 읽어나가면서 굵직한 사람들의 이야기보다 행간에 존재하는 짧은 이야기 속의 인물들의 삶이 더욱 와닿았다. 이 책은 여러 가지의 깨달음과 삶의 지혜를 주었다. 그래서 몇 달 전 인기리에 방영된 “폭싹속았수다”만큼 많은 눈물을 흘리게 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활자 속에서 그 사람의 사진이 떠오르는 것 같았다. 그래서 책을 조금 빠르게 있는 습관을 잠시 내려놓고 천천히 한 장 한 장 소중히 읽으며 담았다. 그럴 수밖에 없을 정도로 사람 냄새 가득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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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번 태안, 2번 서울 하늘공원, 3번 일본, 4번 미국




이런 책을 읽으면 사람의 존재에 대해 다시 한번 상기하게 된다. 사람이란 때론,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하지만, 많은 경우 사랑과 존경 그리고 배움의 대상이 된다. 수많은 사건 사고들 속에서 사람의 존재를 부정하고 싶을 때도 존재한다. 그래서 더욱이 같은 사람이라는 사실에 소스라치게 놀라기도 한다. 그런 이유로 이렇게 사람 사진이 적어진 것은 아니다. 나의 사진 생활 중 가장 적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피사체가 바로 사람이며, 그래서 사진을 골라내는 게 힘들었다.


그것보다 더욱 힘들었던 것은 찍는 것이었다. 사람을 나의 카메라에 담아내는 것이 두려웠다. 대화할 때 눈을 잘 마주치지 못하는 것과 같은 이유일까. 렌즈 넘어 보이는 피사체, 즉 강력한 기운을 뻗치고 있는 사람을 찍는다는 건 내게 늘 두려움이었다. 그래서 나에게 찍힌 소수의 사람은 나와 비슷하게 모두 부자연스러웠다. 사람을 찍는 것은 자연을 찍는 것과는 다른 공부가 필요했다. 날이 가면 갈수록 배워야 할 것이 늘어나는 게 보통 힘든 게 아니었다.


카메라를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친구를 모델 삼아 몇 컷 찍었었다. 어떤 컨셉이나 의도를 가지고 찍은 것은 아니었지만, 꽤나 마음에 쏙 들었다. 자신감이 아주 조금 상승했다. 나아가 가족을 포함한 주변의 사람들이 결혼식이며 돌잔치, 수련회 등 여러 행사들의 사진을 내게 맡겨주었다. 망치면 어떻게 하나 싶은 생각으로 몇 번이고 고사를 했지만, 사람들은 의외로 대담하게 나에게 카메라를 맡겨주었다. 아마 그 사람들은 나의 소심함을 이미 알고 있었고, 그래서 더욱 맡겼던 것이라 생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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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번 감신대 졸업식, 2번 서울 하늘공원, 3-4번 제주 영주산


수 백개의 폴더 속, 수 만장의 사진을 들춰보며 간신히 찾아낸 이 인물 사진들은 내가 보일 수 있는 가장 최선의 사진이다. 상업용으로 찍었던, 커플 스냅이나 결혼식 사진 등은 당연히 올릴 수 없으니, 이 글에서 등장할 수 없다. (허락이 된) 몇 개의 사진 속 등장하는 인물들은 적어도 내게 삶에 있어서 괜찮은 태도를 보여주었던 사람들이다. 그들의 삶, 그리고 함께 나누었던 고민들은 내게 깨달음을 주었다. 많은 흔들림 속에서 이정표로써 전혀 생각해내지 못했던 길을 터주기도 했다. 아름답기도, 비참하기도 했던 추억들을 공유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보여준 태도는 맨 처음 소개한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 못지않게 눈물을 글썽이게 했다. 오랜만에 꺼내어 정리해 본 인물 사진은 한 편의 책이 되어 내 기억 속 저편으로 날아갔다. 상상 속의 책, 한 장 한 장 사이사이에 존재하는 주인공들은 여전히 멋졌다. 그 멋짐을 오랫동안 간직하고 싶다. 나아가 나도 그 사람들의 "괜찮은 태도"를 가지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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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번 당진 아미미술관, 2번 구로 항동철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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