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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뉴 Feb 09. 2019

산만 vs 집중

산만함의 역습

  이런 질문을 던지면서 시작하고 싶다. 산만한 것이 좋은가, 집중력이 좋은가? 아마 열이면 열 산만한 것보다는 집중력이 당연히 좋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내가 이 글을 쓸 필요가 없겠지. 두 가지 다 필요한 측면이 있음을 밝히면서 시작하고 싶다.


산만함과 집중력, 모두 다 필요한 능력이다.


  '산만'의 사전적 정의는 "어수선하여 질서나 통일성이 없다"는 말이다. 반면에 '집중'은 "한 가지 일에 모든 힘을 쏟아 부음"을 말한다. 사전적 정의만 본다면 당연히 집중이 좋아 보이는 게 명백한 사실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사전적 정의보다 그 단어가 가지고 있는 의미를 좀 확장시키는 것에 있다. 넓고 더 크게 생각한다면 비교적 '산만'이라는 단어가 나쁘지 않게 들린다.


  이렇게 다시 물어보자. 여러 가지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좋은가, 한 가지 일만 하는 사람이 좋은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가치관에 따라 답이 다르게 나올 수 있지만 50퍼센트가 넘는 확률로 '여러 가지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좋다고 말한다. 어쩌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요구되는 것이 한 가지의 전문성을 가지는 것보다 다방면으로 여러 가지를 잘하며 사는 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 여러 가지의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을 '산만한 사람'이라고 말하고 싶다. 이런 식으로 접근하면 '집중력 있는 사람'은 소위 '미련 곰탱이'가 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만 그런 식으로 말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세상의 모든 가치가 이분법적으로 딱 잘라진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모든 개념은 딱 잘라 말할 수 없는 그 이상의 의미들이 있기에 무 자르 듯 평가하지 말아 달라.


  아이가 산만하다고 말하는 학부모님들이 계시다. 근데 요즘 대다수의 아이들은 산만하다. 보통 그 아이들의 행동 패턴은 자리에 잘 앉아 있지 못한다거나, 말이 많거나, 뭐든지 짧아서 쉽게 질리고, 딱 봐도 정신없는 모습이다. 그래서 그것을 고치고 싶다고 찾아오시는 부모님들이 많다. 물론 그것은 고쳐야 할 문제이긴 하다. 하지만 그 아이의 산만한 성격과 성향을 일부러 고칠 필요는 없다. 좋은 성품을 갖기 위해서는 산만함이 문제가 되기에 약간의 교정이 들어가야 하는 건 사실이지만 오히려 산만함을 무기로 삼아 더 많은 일들을 전문성 있게 할 수 있다면 정말 큰 무기가 될 수 있다고 말씀도 드린다.


  물론, 산만한 영역에는 좋은 것도 있지만 엄연히 따지면 '산만함'은 꿈이 이뤄지는 것을 방해한다. 꿈을 갖는다는 것은 그 꿈에 온전히 집중해야 하는 책임이 생긴다는 말이다. 하지만 산만한 사람은 집중하지 못한다. 이것도 저것도 신경을 한 번씩은 써야 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보다 대게 늦거나 혹은 중간에 포기하거나 실패한다. 그래서 아까 말한 성품에 있어서 산만은 치명적인 독과 같다.


  그런데 아이의 산만함에 대해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행동을 말하는 게 아니다. 산만함은 부정적인 의미로 쓰여왔고 지금도 그렇다. 하지만 생각 영역에 있어서는 조금 다르다. 한 가지를 집중하여 오래 생각하는 것도 좋지만, 여러 가지를 동시에 생각할 수 있는 것도 좋다. 사고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동시에 여러 개를 생각도 하고, 한 가지를 오래 생각도 해봐야 한다. 그 중 동시에 여러 개를 생각하는 사람을 나는 '산만한 사람'으로 말하고 싶고, 한 가지를 오래 생각하는 사람을 '집중력 있는 사람'으로 말하고 싶다. 위에서 각 개념을 확대해서 생각해보자고 했다. 산만함과 집중력의 의미를 사고의 영역까지 넓혀보면 금방 감을 잡을 수 있다.    


  내가 말한 산만함과 집중력은 그 아이의 행동보다는 생각에 초점을 맞춘다. 한 번에 여러 가지 일을 할 수 있는 아이도 있고, 한 번에 하나를 집중해서 하는 아이도 있다. 이것은 그 아이의 성향이나 스타일의 문제이다. 아이의 행동이 산만한다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하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그 스타일까지 바꿀 필요는 없다. 교육에 있어서 끝장을 보는 건 언제나 조심스러운 부분이기 때문이다.


  둘을 단순 비교하면 산만한 사람은 여러 가지 생각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사람이고, 집중력이 있는 사람은 한 가지 생각을 오래 하는 사람이다. 어느 것이 더 좋으냐고 말할 수는 없지만, 동시에 여러 가지를 생각하는 사고력을 지닌 사람이 앞으로 빠른 시대에 더 적응하기가 편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그 결과가 여러 가지 일을 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날 것이다. 그렇다고 한 가지 일에 집중하는 것이 나쁘다는 말은 아니다. 이유는 어떤 일을 시작했을 때 한 가지를 깊고 오래 생각하는 건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어느 한쪽이 반드시 좋다고 생각하지 말고, 모두 다 활용할 수 있게 아이를 가르쳐야 한다.


  다시 말하지만, 산만함은 지금도 부정적인 의미로 쓰인다. 하지만 생각을 한 번 바꿔보면 이렇게 빠른 시대에 한 가지를 집중하는 사람은 생각보다 길게 가지 못할 것이다. 빅데이터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빠르고 다양하며 변화에 잘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이제 자라나는 아이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하지만 그들에겐 장점이 있다. 여러 개를 동시에 할 수 있는 능력. 이제 행동만이 아니라 생각까지 동시에 할 수 있는 아이들로 키운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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