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욱 교수의 “떨림과 울림”이라는 책을 좋아한다. 우주와 인간을 물리학적인 시각으로 보고 있는 책이다. 내용도 너무 좋지만, 난 제목에 꽂혔다. ‘떨림과 울림’이라니...
그 책의 서론에는 “우주는 떨림이고, 인간은 울림이다”라는 말이 나온다. 그의 설명을 따라가다 보면 무릎을 ‘탁’하고 치는 깨달음의 순간이 계속 찾아온다. 나의 과학적 지식을 쌓는 좋은 경험이 되는 것뿐 아니라 생각의 영역을 더욱 확장시켜 주었다.
물론, 내가 지금 써 내려가는 글은 물리학적인 상식에서 많이 벗어난다. 나는 나의 불안을 말할 것이고, 심리학에도 맞지 않을 수 있다. 모든 것은 나의 개인적인 생각이며 의도이다.
나는 줄곧 나의 삶이 불안에서 시작한다고 말한다. 다른 말로 하면 불안을 동력으로 삼아 삶을 살아간다고 말할 수 있다. 불안은 원래 어떤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큰 마찰력으로 작용할 때가 많다. 일종의 브레이크 역할을 하여, 나아가지 못하게 한다. 머뭇거리게 하고 주저앉게 한다. 마음에 떨어진 단 한 방울의 불안은 순식간에 나를 지배하여, 공포를 느끼거나 답답함을 느끼게 한다.
나도 그런 것을 못 느낀 것은 아니다. 하지만 불안이라는 게 자주 찾아오니까 단지 내 안에 사는 놈처럼 여겨지기 시작했다. 달리 방법은 없었다. 나의 몇 편 안 되는 글에서도 나오겠지만 불안은 이길 수가 없다. 이길 수 없으니 같이 공생하는 수밖에.
두렵고 떨리고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하는 불안은 삶에서 불균형을 만든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쳐 버린 나의 모습은 누가보기에도 정상은 아니었다. 힘들어 보였다. 거울에 비친 나의 모습을 내가 봐도 이상해 보였다. 그렇지만 다시 김상욱 교수의 “떨림과 울림”이라는 책을 인용하자면, “이 세상의 물질은 알 수 없는 비대칭에서 생겨났고, 그 적절한 크기의 삐딱함이 세상을 만들었다”라고 나와 있듯이 불안이라는 이 비대칭이 나를 만들어 내었다. 한쪽으로 기울어진 나의 마음이 오히려 나를 살게 했다.
내가 기억하는 한, 태어난 이후 단 하루도 편안하게 살아가는 날이 없다. 늘 무언가에 쫓기고, 압박감을 느끼고 있으며, 부족한 모든 것에 신경이 곤두서 있다. 이상 증세를 보일 법도 하지만 막상 나는 평범한 사람처럼 잘 살아간다. 회복탄력성이니 자존감이니 뭐니 하는 수많은 이론들도 설명할 수 없다. 아마 무뎌짐과 동시에 밀어버리겠다는 일종의 반발심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오늘도 역시 떨고 있다. 그리고 그 떨림에 삶의 울림으로 응답하며 살아가고 있다. 모든 존재가 떨림과 울림이라는 우주의 기본적인 운동으로 생명을 이어 나간다. 나도 그 사이를 오가며 수십 억 광년 떨어진 어느 한 별을 탐구하듯이 이 불안을 파헤치면, 혹시라도 무엇인가 조금 보이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한 점에서 시작한 우리처럼, 불안에서 시작하는 나라는 인간은 언제까지 이 친구와 함께 할지, 그리고 얼마나 더 성장할지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