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일요일
평범하지 않고, 아주 어색한 일요일 아침이었다. 수십 개의 카톡 알림을 확인하던 일요일 아침과는 달리 흔한 광고 문자조차 없는 핸드폰 상태를 보며, 다시 베개 밑으로 쓱 넣었다. 늦게까지 자려고 했지만, 늘 그렇듯 나는 또 이른 아침을 맞이했다.
‘아직 영상이 올라오려면 좀 멀었는데.’
나는 베개 밑으로 쑤셔 넣은 핸드폰을 다시 꺼냈다. 때마침 창밖의 모습은 맑았다. 아주 오랜만에 산책을 나가자고 생각했다. 얼마나 오랜 시간에 트렁크에 처박혀 있었는지 모를 카메라와 테이프로 여기저기 붙여놓은 안타까운 마음이 깊게 베인 렌즈 하나를 들고 나는 집을 나섰다.
나를 보고 깜짝 놀라 푸드덕 거리는 두루미를 한참이나 지켜보았고, 깜깜한 통로에서 철부지 마냥 쿵쿵대며 걸었고, 아파트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논과 밭에서 몇 번이고 카메라를 들이댔다. 아침 햇살은 정말 만족스러웠고, 이 걸음을 더욱 멀리 옮겨보고 싶었다.
그때였다. 뺨을 살짝살짝 스치는 바람이 불어왔다. 어디서 불어오는 바람인지 모르지만 참으로 고마웠다. 손목을 돌려 시간을 확인했다.
‘벌써 이렇게 됐나.’
두 시간 가까이 걸었다. 걸어서 3분 걸리는 편의점도 차를 타고 다니는 내 생활패턴으로 보기엔 기적적인 일이었다. 엄청 뛰어난 사진을 찍은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깊고 깊은 사색을 한 것도 아니다. 딱히 무언가에 집중한 것도 아니고, 복잡한 것들을 정리하지도 않았다. ‘그냥’이라는 말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정말 ‘그냥’ 걸었다.
사실 삶이란 게 복잡하지 않을 수 없다. 쉽게 할 일도 얽혀버려 자르는 것 말고는 도무지 답이 보이지 않을 때도 많고, 잘해보려 하다가 오히려 상처만 주는 경우도 많다. 슬럼프는 왜 그리 많이 찾아오는지, 끼니때마다 찾아오는 허기와 주린 배만큼이나 잦기도 하다. 나를 마주 보며 다가오는 파도는 왜 그렇게 큰지 두려움에 바들바들 떨기 바쁘다. 먹고 자는 이 간단한 일조차 이 삶에선 ‘그냥’ 되는 일이 없으니 말이다.
솔직히 정말 반가운 ‘그냥’이었다. 여행을 다니거나 사진을 찍는 일을 자주 했던 건 무언가 정리하고 버리고, 결정하기 위해서였다. 그래서 때론 그 행위가 고통스러웠다. 그 여행을 통해 반드시 해야 하는 일들, 즉 목표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매번 목적과 이유를 가지고 살아가는 나는 언제나 그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처음이었다. 내가 아무런 목적과 이유를 갖지 않고 ‘그냥’ 푹 빠질 수 있다는 것을. 이 나이 먹도록 아직도 나를 잘 모르는 게 부끄럽지만 삶에서 나름 신선한 재미를 주기도 한다. 하긴, 나를 안다는 건 거짓말일 수도 있겠다. 산책을 끝마치고 돌아오는 발걸음은 집을 나설 때보다 더 가벼워졌다. 힘듦은 둘째치고 뭐랄까, 뿌듯했다고 해야 할까. 이상하고 어색했던 일요일 아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