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해예요, 오해!

by 이뉴

대학생인 나는 이랬다. 성격이 불 같으며, 맺고 끊음이 확실한 터라 인간관계에 있어서 그렇게 원활하지 못했다. 특히, 시간 약속에 있어서 인색한 사람이었다. 지금도 그 사실은 변함은 없다. 시간 약속 지키지 않는 사람을 제일 싫어한다. (많이 유해지긴 했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늦는다면 늦게 온 친구에게 엄청 뭐라고 했다. 내 시간이 너무 아깝다고만 생각했다. 이런 성격 덕분에 나는 몇 명의 친한 친구들을 제외하곤 친하게 지내지 못했다.




16년 8월이었다. 그 당시 나는 OO수련원에서 경험을 쌓던 중이었다. 학생들 대상으로 하는 캠프를 했다. 그곳 스탭으로서 일정도 굉장히 빡빡했다. 몸과 마음 둘 다 힘든 그런 곳이었다. 그렇게 2박 3일 두 개와 1박 2일 간부 캠프까지 총 5박 6일의 일정을 마치고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러 서울로 갔다. 워낙 친하게 지냈던 친구들이라, 밤을 새워 놀자고 굳게 약속했다. 나는 피곤한 몸을 이끌고 그들을 만나러 갔다. 버스를 타고 가는 내내 잠이 쏟아져 유리창에 머리를 찍기 바빴다. 그럼에도 올라간 이유는 나의 즐거움을 채우는 것도 있었지만, 약속은 깨면 안 되는 것이라는 이유가 가장 큰 이유였다. 20대, 군 전역을 한 남자들이 모여서 밤을 새울 수 있는 정해져 있다. 술을 마시거나, PC방에서 밤을 보내거나. 우리 중에 술을 마시는 사람은 나 밖에 없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우리의 목적지는 PC방으로 정해졌다.


새벽 두 시였나, 신나게 롤을 하고 있었다. 갑자기 한 친구가 여자친구가 화났다면서 가야 한다고 가버렸다. 그렇게 분위기가 확 깨져버렸다. 그래서 두 명의 친구와 나는 하는 수 없이 컴퓨터를 종료해야 했다. 그 시간에 갈 수 있는 곳은 많지 않았다. 친구들은 기숙사로 돌아가면 되지만, 나는 모텔 정도밖에 없었다. 하지만 첫 차로 내려가야 하는 입장에서 모텔을 가기에는 너무 돈이 아까웠다. 그래서 친구에게 부탁을 했다.

"나 하룻밤만 기숙사에서 재워주면 안 돼?"

"응, 안 돼."

"나도 알지. 외부인 출입금지라는 거. 근데 지금 시간이면 괜찮잖아.”

"안 돼. 경비 아저씨가 철저해져서 걸리면 망해."

"아, 진짜 안 되냐? 너랑 나랑 그 정도밖에 안 되냐?"

"아이씨, 암튼 안 된다고."

"그래, 알았다. 나 그냥 여기 길바닥에 있다가 집에 간다."

대화에 욕을 담을 수 없어서 욕은 뺐다. 그 친구 옆에 친구도 나랑 대학생활 내내 같이 살았던 친구였는데도 말리지 않더라. 그렇게 나는 친구들과 오랜만에 노는 것도 망쳤고, 그날 아침 강릉 가는 첫 차도 놓쳤다. 오랜만에 출사였던 강릉행도 그렇게 망가졌다.

그날 이후 나를 재워주지 않은 친구들과 연락을 끊고 살았다. 그리고 먼저 약속을 깨버리고 간 그 친구와도 연락을 끊어버렸다. 자세하게 말했지만, 그 친구가 갈 때도 우리에게 양해를 구하지 않았고, 사전에 여자 친구한테 잘 말하고 온다고 했던 그 약속도 지키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서 나는 내가 오해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기숙사에서 8학기를 살았음에도 규정을 어겨야 하는 부탁을 했다는 것과 인생에서 일어나는 변수들을 통제할 수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알고 있던 진실을 감정이라는 커튼으로 가려버렸다. 그러니 관례를 들먹이면서 그의 위반을 강요한 것이다. 그 친구는 법을 지키려고 굉장히 노력하는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까먹었다. 거기서 시작된 작은 오해가 극단적인 결과를 맞게 되었다.


다른 하나는 인생에서의 변수였다. 내가 ‘약속을 지키지 못한 놈’이라고 프레임을 씌워서 그렇지, 여자 친구가 갑자기 화가 난 것을 내가 무슨 수로 통제할 수 있다는 말인가. 실제로는 말을 했다고 하더라. 나는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데’하는 치기 어린 마음만 앞서 모든 이들을 공격했다. 보상을 받아야만 하는 마음 상태였다. 결국 나의 이상한 성격과 잘못된 오해로 우리 사이는 다 틀어져버렸다. 네 잘못 내 잘못을 따지기 시작하면 멀쩡했던 관계에 금이 가기 시작하며 결국은 부서진다. 그것은 딱 나를 보고 하는 이야기였다. 결국, 만날 수 있는 친구가 굉장히 한정적이었던 내게는 손해가 돼 버렸다.


오해(misunderstanding)라는 단어를 사전으로 찾아보니 "그릇되게 해석하거나 뜻을 잘못 앎. 또는 그런 해석이나 이해."라고 나온다. 조금 넓게 생각해 보면, 어떤 상황에 대해서 자신만의 기준으로 생각하는 것도 오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오해를 안 하면서 살 수는 없다만, 최대한 줄여야 하는 이유가 결국 내가 손해 보기 때문이다. 친구들과의 관계가 틀어짐으로써 나는 그들보다 더욱 손해를 보았다. 사업함에 있어서 한순간의 오해로 막대한 손해를 입을 수도 있다. 연인관계에서도 오해는 심각한 분열을 가져올 것이며, 최악의 경우는 이별이라는 손해를 입게 될 수도 있다.


모든 사람은 겪으면서 배운다. 배워서 잘할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다. 몇 번의 실수와 실패의 경험이 쌓이면 쌓일수록 자신만의 노하우가 생긴다. 그 노하우를 바탕으로 세상을 살다 보면 또 자신만의 고정관념이 생겨버린다. 그 관념은 어떤 현상이나 사람들을 오해할 수 있게 한다. 하지만 명심해야 할 것은 결국은 손해 보는 것은 우리라는 것이다. 그러니 늘 반성하고 자신을 살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언제 어디 이상한 곳에 당도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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