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는 전공별로 현악, 관악, 성악, 피아노, 작곡 전공을 담당하는 선생님들이 계신다. 거기에 추가로 한 분 더 있어 총 6명의 음악교사가 있다. 오늘은 피아노 전임선생님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순수하고 여린 마음과 호기심이 많은 선생님은 다재다능하셔서 피아노는 물론, 기타도 잘 치고, 테니스도 치고, 조율도 배우셨고, 반도네온도 연주하고, 작년 육아휴직 때는 오르간도 배우셨다. 현재는 고3 담임인데 애들도 너무 좋아하셔서 학급 행사가 있을 때마다 본인이 너무 즐겁고 과하게 준비하신다. 학교에서 이분이 맡은 행사가 있으면 음악과 사무실의 모든 선생님들은 그 행사가 완벽하게 될 때까지 무한 연습대상이 된다. 생각지 못했던 부분까지 굉장히 섬세하게 준비하신다. 과한 준비에 핀잔과 구박을 해도 굴하지 않으신다.
재미있는 실수도 종종 하는데, Bärenreiter에서 베토벤 소나타 원전악보를 주문하고 잔뜩 기대에 부풀어 기다리다 드디어 악보를 받게 되었다. 그런데 사무실에서 악보를 본 우리는 웃을 수밖에 없었다. 악보가 아니라 글자가 잔뜩 있는 해설집이었다. 글자로 어떻게 연주하냐며 각종 구박을 당한 선생님께서는 다시 악보로 책을 교환하셨다.
아이들과 함께 음악 하는 것을 좋아하는 이분은 종종 반주도 해주신다. 그리고 반주를 맞춘 후 선생님은 뿌듯하고 환한 얼굴로 '그 곡 너무 재미있다'며 호들갑스럽게 들어오신다. 하지만, 성악 전공 아이의 목이 갈 때까지, 금관 전공 아이의 입술이 풀릴 때까지 반주해 주시는 바람에 아이들은 '저... 반주당하고 왔어요.' 하며 기진맥진되어 돌아가곤 한다.
작년 육아 휴직하느라 활동하지 못해 한이 맺힌 듯 올해 전공 연주회 때 많은 기획을 하셨다. 피아노 전공의 시작 곡이었던 베토벤 운명교향곡(3 Pianos 6 Hands)을 야심차게 지휘하셨다. 이를 위해 팀파니도 같이 연주하고 지휘레슨도 받으셨다. 아이들도 열심히 준비했지만, 교무실 선생님들도 한 달 동안 운명교향곡과 함께 해야 했다. 나중에 들으니 그날 지휘는 두다멜, 정명훈, 번스타인의 동작이 깨알같이 들어가 있었다. 그리고 피날레로 2 Pianos 4 Hands 친구들과 함께 3년 전부터 배워오던 반도네온을 드디어 무대에 올리셨다. 그리고 마침 체육시간에 탱고 수행평가를 봤던 고3 아이들 2쌍을 댄서로 세우셨다.
유행어 '아! 맞다!'를 만드신분. 깜빡하는 일이 자주 있어 가장 많이 하는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과 동료들의 사랑을 많이 받고 계신다. 피아노 전공 학생들은 꼼꼼한 성향이 있어 선생님이 깜빡해도 잘 챙긴다. 같은반 학생들도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하고, 착한 담임 선생님을 따른다. 같이 근무하는 입장에서 일을 하다보면 불안할 때도 있었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 방식은 다르지만 결국 모든걸 해내시기 때문이다. 그 과정을 즐겁게 바라볼 수 있어서 학교가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