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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명이와 지덕이 Oct 22. 2023

국악인의 남편으로 살기

수년 전에 TV 방송 중 국악인 박애리와 그의 남편인 댄서 팝핀현준이 출연한 프로그램을 시청한 적이 있었다. 그 프로그램에서는 별로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이종(異種)의 직업인 국악 소리꾼과 댄서의 러브스토리와 결혼 생활이 방영되었다. 그들은 KBS 아침마당 등 여러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무대 위에서 구수한 판소리와 함께 현란한 댄스로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다. 그들의 결혼 생활에 대해 자세히 알 수는 없지만 TV 속에 방영되는 그들의 모습, 즉 둘 다 공연예술가이기 때문에 서로의 매니저를 자처하면서 지원해 주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우리 음악이 전하는 낭독콘서트 '러브레터' 공연(2023.10. 인천 남동구)]


'국악인의 남편으로 산다는 것' 

이것은 TV 속에 나온 팝핀현준만의 모습은 아니다. 국악인을 아내로 둔 모든 남편에 해당될 것이다. 13년 전, 국악인이 아내가 되었다. 아내의 공연 때마다 따라가 관람하며 사진과 영상을 찍어 주는 것이 의무이자 즐거움이 되었다.

전통공연에 대해 잘 알지 못하지만 공연을 관람하고 국악인들을 알게 되었다. 이를 통해 국악에 대한 지식과 국악인들의 세계를 약간이라도 이해할 수 있었다. 예를 들면, 거문고는 줄이 6개이고 가야금은 12개라는 것, 거문고는 술대라는 도구를 사용해 연주하고 가야금은 손가락으로 연주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조용히 듣는 클래식 공연과 달리 판소리 공연은 공연자들과 관객들이 "얼쑤", "지화자", "잘한다", "좋다"와 같은 추임새를 통해 소통하고자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작년 9월 초에 국립창극단에서 진행한 판소리 수궁가를 재창작한 '귀토'라는 창극을 서울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관람했다. 아내는 창극과 같은 공연을 가족이 같이 봐야 서로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다고 종종 말하곤 했다. 창극을 보면서 알게 된 것은 작년에 국립창극단이 공연했던 '트로이의 여인들'이 해외로 진출해 미국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쳤으며 뉴욕 관객과 세계 공연예술 관계자들의 호평을 받았다는 것이다.

3년 전에 '범 내려온다'로 각종 SNS를 비롯해 방송, 광고 등을 강타했던 젊은 국악인들로 구성되었던 이날치 밴드뿐만 아니라 창극의 경우에도 K-국악의 위상을 점점 높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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