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2월, 고대하던 공학석사 학위를 받았다. 나이 50살이 넘어서 말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널리 퍼지기 시작하여 대학원 학위수여식이 취소되었고, 같이 졸업하는 학우들과 만나 이야기 나누며 사진을 찍지 못했다. 그럼에도 각기 다른 목적을 가지고 입학했던 학우들은 대학원 과목들을 이수하고 논문이나 대체 학점 이수를 통해 석사가 되었다는 기쁨을 느꼈다.
내가 다녔던 대학원은 야간에 수업하는 특수대학원이었고 대부분 직장인이었다. 나이는 주로 30대에서 50대까지 다양했으며 일부 20대와 60대 학우들도 있었다. 재학생 중에는 중년의 나이인 학우들이 많았는데, 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이들 중 다수는 대학원을 다니는 목표가 개인 경력을 높이기 위해서이고, 일부는 박사과정 진학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재학 중 같이 다녔던 학우들 대부분과 나는 다른 점이 있었다. 그것은 대학원을 두 번 다닌다는 것이었다. 그것도 공학석사를 취득하기 위해서 말이다. 물론 첫 번째 다녔던 대학원의 전공(산업공학)과는 다른 전공(융합정보기술학)으로 졸업하는 것이기는 했다. 하지만 석사 가운의 색상은 동일하게 주황색이었다. 졸업하기 한 달 전 대학원에서 지정해 준 사진관에서 졸업사진을 찍었다. 묘한 기분이 들었다.
'이미 공학석사인데 또 공학석사가 된다?'
이게 의미가 있는 일일까. 남들은 석사학위 받으면 박사과정 입학하는데 말이다. 공학석사가 되고 21년 만에 다시 공학석사가 되기 위해 대학원에 입학한 꼴이 된 셈이었다. 그래도 기분이 좋긴 했지만 20대 시절 다녔던 대학원에서 석사 졸업사진을 찍을 때만큼 기쁘지는 않았다. 단지, 그때보다 좋았던 점은 부모님 도움 없이 내 돈으로 학업을 마쳤다는 성취감과 혼자 외롭게 사진 찍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즉, 그때와 달라진 점은 그때는 20대 중반 미혼의 청년이라 혼자 찍었는데 지금은 50대 초반 기혼의 중년 아저씨라 아내와 같이 찍었다는 점이다.
대학원 석사과정을 두 번째 다니는 거라 그런지 20대 시절 다녔던 대학원과 종종 마음속으로 비교하였다. 20대 시절 다녔던 대학원은 일반대학원이었고, 학부 때의 학번을 중시했다. 하지만 두 번째 다녔던 특수대학원인 정보통신대학원은 입학 연도 기수(期數)를 중시했다. 일반대학원 산업공학과 학우들은 수업받을 때 외에는 지도교수 연구실(Lab)에서 근무하며 생활했지만, 정보통신대학원은 대부분 직장인이라 야간에 수업만 받았다. 일반대학원의 교수진은 대부분 전임교수들이었지만, 정보통신대학원은 대부분 겸임교수들이었다.
교수들 사이의 관계도 달랐다. 일반대학원은 전임교수들 사이에 조직과 같은 서열이 있는지 학위 논문 심사를 위해 발표할 때 나이가 많고 근무년수가 오래된 교수를 지도교수로 둔 학우들은 매우 유리했다. 이들은 젊은 교수를 지도교수로 둔 학우들보다 수월하게 논문 발표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정보통신대학원은 대부분 본업이 따로 있는 겸임교수들이라 그런지 다른 교수들을 신경 쓰지 않고 학우들에게 논문 발표 시 질문을 퍼부었다.
언제던가 수업 시간에 담당 교수가 말하길 정보통신대학원과 같은 야간 특수대학원은 학문을 심도 있게 공부한다기보다 대학원에서 공부하는 학우 및 교수들을 통해 여러 인맥을 넓힐 수 있다고 장점에 대해 이야기했다. 20대 학우들이 다수인 일반대학원과 달리 중장년 학우들이 많고 사회적 위치가 어느 정도 자리 잡은 사람들이 많이 입학하기 때문일 것이다.
일반대학원 재학 시의 별로 좋지 못했던 성적을 정보통신대학원을 통해 업그레이드해서 박사과정을 진학해 볼까 나름 꼼수(?)를 쓰고 싶었다. 박사과정은 아직까지 이루지 못한 버킷리스트 중 하나로 존재하지만, 공부했던 정보통신대학원 학업 생활은 새로운 경험과 인맥을 구축할 수 있는 교류의 장이 된 것 같다는 생각에 나름 자족감(自足感)이 들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