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중에서 퇴직한 후에 나만의 사업을 해서 성공하길 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이 이렇게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로는 자신이 다니고 있는 회사가 평생직장이 되기 어렵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6년 전 여름, 15년 동안 다니던 회사를 그만둔 후 재취업을 하지 않고 한가로이 지내고 있었다. 재취업을 해도 회사를 오래 다니지 못할 것 같았다. 그럴 바에야 나만의 아이템을 찾아 창업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인터넷 서핑을 하며 소자본으로 창업할 수 있는 아이템을 찾아보았다.
네이버 카페를 찾아보다가 게시물 중에서 스마트스토어 쇼핑몰 창업교육을 알게 되었다. 쇼핑몰 창업학원에서 교육하는 과정을 이수하면 신청 시의 수강료를 환급해 준다는 내용이었다.
학원에 등록한 후 창업교육을 신청했다. 학원에서 쇼핑몰 창업 및 운영 절차, 상품 등록, SNS 홍보 등 이론과 실습을 따라 하며 나만의 쇼핑몰을 개설하기 위해 차근차근 준비할 수 있었다.
학원강사는 B2B유통사이트를 이용하면 쇼핑몰을 무점포 무재고로도 운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내가 생산하는 상품이 없고 점포가 없더라도 내 쇼핑몰에 B2B유통사이트에 올라있는상품들의 이미지와 상세설명글을 복사해 놓고 판매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후에 소비자가 내 쇼핑몰에 있는 상품을 주문하면 생산업체로 주문이 들어가서 생산업체가 직접 소비자한테 배송한다는 것이었다.
무점포 무재고로 쇼핑몰을 운영할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학원강사가 알려주는 대로 쇼핑몰 판매자로 가입하여 내 쇼핑몰을 개설했다. 쇼핑몰 상품등록 사이트에서 상품 이미지와 상세설명 등을 입력하여 하나씩 상품 등록을 진행했다. 그런데 쇼핑몰에 상품을 등록할 때마다 상품 한 개씩 등록해서는 너무 시간이 걸려 어느 세월에 제대로 된 상품 판매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다행히 상품등록 사이트에서 엑셀을 활용하여 상품을 대량으로 등록할 수 있는 기능이 있었다. 하지만 나 같은 초보자가 하기에는 어려워 보였다. 기능을 제대로 익혀 상품등록 업무에 적용하기까지 시간이 꽤 걸릴 것 같았다. 그래서 현재의 내 실력으로는 쇼핑몰에 상품을 등록하여 어느 정도 판매 수익을 올리기 전에 포기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학원 홈페이지에서 '위탁판매대행'이라는 문구를 발견했다.
'위탁판매대행?'
학원 측이 쇼핑몰에 상품을 대량등록하고 관리하며 수익창출을 하겠다는 내용이었다.즉 학원 측이쇼핑몰을 운영하고 상품을 판매하는 조건으로 수익금을일정비율로 나누자는 것이었다.
굳이 힘들게 쇼핑몰에 상품을 등록하고 운영할 필요 없이 쇼핑몰 운영을 위탁하여 돈을 좀 적게 벌더라도 편하게 돈을 벌고 싶었다.그래서 학원 측과 6개월 기간으로 계약하고 위탁판매를 맡겼다.
학원대표가 계약기간 동안 책임지고 내 쇼핑몰을 운영해 주겠다고 말했다. 학원 측이 알아서 잘 운영해 줄 것이라 믿었다. 처음에는 순조롭게 위탁판매 일이 진행되었다. 그래서 학원 측과 계약이 종료되면 서로 웃으면서 수익금을 정산할 줄 알았다. 하지만 수개월이 지난 후 내 쇼핑몰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다.
학원에 위탁판매를 맡긴 지 6개월이 지난 어느 날이었다. 회사에서 점심 식사를 한 후 근처 공원에 갔다가 사무실로 들어갈 때였다. 핸드폰의 진동음이 울렸다. 핸드폰 화면을 보니 모르는 번호가 보였다.순간 스팸 전화일까 의심되었다.
"여보세요"
"이선명 씨죠? XX경찰서입니다. 사장님이 쇼핑몰에서 판매하고 있는 상품 중에서 상표권과 저작권법 위반으로 고소된 상품이 있어서 전화했습니다. 경찰서로 한번 오셔야겠습니다. 이번 주중에 언제 시간 있으세요?"
스팸 전화가 아니었다. 경찰서에서 온 전화라 깜짝 놀랐다. 경찰서에 가본 적은 한두 번 구경하러 가본 것 외에는 없었다. 전화 통화 후가슴이 두근거렸다. 내가 경찰서에 가서 조사받을 만큼 잘못한 게 없을 텐데 무슨 문제일까 걱정이 되었다. 참고인 조사면 모르겠는데 피의자로서 조사를 받는다니 예상치 못한 전화였다.
학원에 전화하여 학원대표와 통화했다. 학원대표는 자신이 운영 중인 쇼핑몰도 고소당했다고 너무 신경 쓰지 말라고 말했다. 잘못이 없다는 사실을 소명할 자료를 준비했는데 나에게 도와드릴 수 있다고 말했다.
경찰을 만나기 위해 약속날짜에 경찰서에 방문했다. 경찰은 비어있는 사무실로 안내했고 경찰의 맞은편 자리에 나와 학원대표가 앉았다. 경찰은 사실조사를 하기 위해 우리에게 질문을 했다. 학원대표는 참고인으로서 나를 도와주기 위해 참석했다고 경찰에게 말했다.
경찰이 나에게 질문했을 때 나는 아무런 대답을 할 수 없었다. 학원 측에 쇼핑몰을 위탁판매대행 맡겨서 상품 판매에 대해 거의 신경 쓰지 않았으므로 고소가 발생한 사건에 대해서 아는 바가 없었다. 그때 학원대표가 준비한 종이를 꺼내더니 경찰에게 대답을 하기 시작했다. 내가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했어도 참고인인 학원대표가 대답을 잘해주어서다행히 경찰조사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이후에 학원대표에게 고소 내용을 물어보았다. 생활용품 제조회사와 유통회사 간에 분쟁이라는 것이었다. 생활용품 제조회사 측은 유통회사가 생활용품 제조회사 상표 이미지를 라이선스 기간이 만료되었는데도 온라인상에서 내리지 않고 계속 팔고 있다고 고소한 사건이었다.
문제는 유통회사가 이러한 사실을 B2B유통사이트에 통보해 줘야 하는데 통보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이로 인해서 B2B유통사이트와 B2B유통사이트를 이용하는 개인쇼핑몰업체까지 소송에 휘말린 것이었다.내 쇼핑몰도 B2B유통사이트를 이용해서 해당 회사 생활용품 이미지와 상세설명글을 쇼핑몰에 복사해 놓고 판매하고 있었다.
다행히 증거불충분으로 유통회사와 B2B유통사이트, 개인쇼핑몰업체 모두 다 '혐의없음'으로 기소되지 않았다. 학원대표한테 감사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마음속으로 씁쓸했다. 학원 측이 위탁판매계약기간 동안 쇼핑몰에 별다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하듯이 말했어도 너무 그 말을 믿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문제가 발생하면 위탁판매를 맡긴 쇼핑몰 대표가 모든 책임을 져야 할 테니 말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법원으로부터 내 쇼핑몰에 대한 무혐의 통지서가 우리 집에 배송되었다. 이런 일을 겪고 나니 위탁판매업체에게 쇼핑몰 상품판매를 맡길경우에 신중히 결정해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