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위의 백조...
물 위에서 평온하게 노니는 백조가 실제로 물밑에서는 두 발을 엄청나게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는 것은 밖에서 아무리 봐도 알기가 힘들다.
그리고 바둑...
특히나 요즘 같은 무더위에 햇볕 쏘이며 땀범벅되어 일하는 다른 분야의 사람들에 비해서, 에어콘 나오는 편안한 소파에 앉아서 두어시간 손가락 운동 좀 하고 나 오늘 할일 다했다고 하는 세상 편한 것처럼 보이기 마련이다.
백조와 바둑..
이 둘의 공통점은 겉보기에는 평온해 보이나 내면에는 많은 에너지가 소요되는 격돌의 현장이란 점이다. 바둑은 돌들이 놓여진 제 자리에서 정적(靜的)으로 가만히 있는 듯 하나 실제로는 동적(動的)인 역할을 하고 있어 피튀기는 전투를 하고 있거나, 상대방에게 기습을 하기 위해 숨고르기를 하고 있거나, 독수를 날리고 있는 것이다. 수많은 경우의 수를 검토하고 또 검토하고. 하다못해 컴퓨터를 돌려도 전력을 소비하고 발열이 나는데 그 과정을 오롯이 사람의 머릿속에서 하는 동안 열도 나고 엄청난 체력이 소모된다는 거다.
이러한 정중동(靜中動)의 바둑은 소재 포착에 있어서 그 분야를 가리지 않는 잡식성 예술분야인 '영화'로 몇차례 만들어지곤 했었다. 먼저 정우성 주연의 '신의 한수'라는 바둑 영화가 있었다. 그런데, 이 영화는 실상 바둑의 탈을 쓴 액션영화였다. 그도 그럴 것이 바둑 좀 두려나 싶은 순간도 잠시, 그대로 판을 엎어버리고 사람들끼리 치고 받는 육박전 스타트. 바둑은 그냥 시작점에 불과한 형국이었다. 이런 식이면 체스영화, 장기영화, 오델로영화 다 가능할듯 하다. 체스 두다말고 싸우고, 장기두다 말고 싸우고 말이다. 생각컨대 복잡한 바둑룰에 대한 이해와 동의를 구해가며 제한된 시간내에 영화의 스토리를 전개하기는 쉽지 않았을
그러던 중 2025년 3월에 개봉한 김형주 감독의 영화 ‘승부’는 바둑을 몰라도 극의 전개를 따라가는데 큰 무리가 없으면서도, 반집승, 반집패, 불계승, 행마 , 사활 등의 바둑 요소를 집어 넣어 전개한 수작이었다. 그렇다고 이 영화가 무슨 10시간 짜리라서 영화 도입부에 바둑 첫걸음부터 친절하게 가르친 것도 아니니 더욱 대단하다는 말씀이다. 자 거기에 더해 몇가지를 더 사전지식으로 이해한다면 영화 승부 그리고 이후 나오게 될 바둑 영화를 가일층 제대로 볼 수 있으리라 하는 생각이 들었었다.
또 과거 몇 안되는 국민관심사였던 바둑을 그리워하는 세대 분들에게는 옛 추억을 불러일으킬수도 있을 것이다.
(시내 대형 바둑판 설명현장과 실로 구름처럼 모인 바둑팬들)
이도 저도 아니시라면, 다시말해 지금까지도 또 앞으로도 바둑에 관심 갖을 생각이 전혀 없는 분들께는 그냥 이런 분야가 있구나 하는 정도 짧은 순간의 주의 환기라도 할 수 있다면 그 자체로 좋지 않겠는가 ? 싶은 생각에 끄적이는거다.
나도 한 때 프로바둑기사를 꿈꾸었던 적이 잠깐 있었다. 목숨을 걸고 정진하는 연구생 분들을 비롯한 진성(?!) 지망자 분들에게는 많이 못미쳤겠지만 그래도 내 학창시절의 많은 시간과 맞닿아있다. 물론 그 꿈은 학창시절 종로구 관철동 한국기원에서 열렸던 학생왕위전 대회에서 시원하게 불계로 박살나면서 깨졌지만, 지금도 달라진 시대와 기술의 덕으로 PC로 온라인 바둑을 취미로 두곤 한다. 바둑을 두는 사람을 점점 찾기 힘들었었지만, 고마운 기술은 전국 아니 전세계의 또 다른 나를 내 바둑상대로 불러와 준다. 그리 크거나 중요한 시합이 아니더라도 내가 주인공이 되는 "승부"이니까.
그럼 이제 바둑영화 "승부" 에 관련된 이야기를 써보려고 한다.
-일단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