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핸드폰 좀 주시면 안되나요?

by 남경훈

내가 중환자실에서 일하게 되면서 가장 의아하게 생각했던 것 중 하나가, 중환자실에 입실하면 핸드폰을 쓸 수 없다는 것이다. 언제부터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규칙이 시행되고 있었다. 내가 일했던 병원들은 중환자실에 입실한 모든 환자가 일체의 개인 소지품을 가지고 있을 수 없었다. 어떤 경우는 틀니, 보청기, 안경도 보호자에게 인도되는 일이 있어, 환자가 의식을 회복했을 때 섬망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쓰던 보청기를 착용하지 않아 잘 들리지 않으니 의료진의 말을 따르지 않고 엉뚱한 이야기를 해서 섬망이라고 진단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때로는 10대, 20대의 젊은 환자들이 중환자실에 입원하는 경우가 있다. 주로 제1형 당뇨병을 처음으로 진단받고 당뇨성 케톤산증을 앓은 경우가 많은데, 보통은 하루 정도 치료를 받으면 의식이 회복되고 명료해진다. 문제는 그다음부터인 것 같다. 보통은 식이를 시작하고, 필요한 인슐린의 용량을 조절하는 과정이 하루나 이틀 정도 더 걸린다. 이런 환자들은 중환자실 침상에서 내려오지도 못한 채 멀뚱멀뚱 앉아 허공만 바라보고 있는 경우가 많다. 가족들이 책이라도 가져다주면 그거라도 보지만, 요즘 중환자실에서 책을 보는 환자는 거의 없다.


의식이 명료한 환자들은 핸드폰을 찾는 경우가 많다. 모든 환자가 죽음 직전에 의식이 혼미한 상태로 중환자실에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그들의 요구를 무조건적으로 거절하는 것은 곤란한 일 중 하나다. 흔히 우리 중환자실에서는 "핸드폰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라고 간단하게 설명하면, 환자들이 더 이상 요구하지 않는 경우도 많지만, 때로는 “왜요?”라고 묻는 경우도 있다. 그러면 의료진들은 “다른 환자들의 사진이나 동영상이 공유되거나 전달되는 경우, 개인 사생활 침해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라고 설명한다.


어느 정도는 일리가 있다고 생각된다. 나 역시 인공호흡기에 의지한 채, 몸에 여러 개의 관이 삽입된 모습을 타인이 보거나, 불특정 다수가 보게 되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 사회에서 핸드폰은 가족 혹은 지인들과의 소통 수단이기도 하다. 내가 죽음을 앞두고 있다면, 마지막으로 보고 싶은 사람들과의 연락은 핸드폰을 통해서만 가능할지도 모른다. 환자에게 핸드폰을 돌려줘야 할지 말아야 할지는 참 어려운 문제다.


이 부분 또한, 우리나라의 중환자실이 모두 1인실이었다면 고민할 필요가 없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든다. 면회하는 가족들도 마음껏 멀리 있는 친지들과 환자와 함께 영상통화도 할 수 있었을 테니까 말이다. 안타깝게도, 개인 사생활 보호 때문에 면회 시간조차 가족들의 핸드폰 사용이 제한된다.


때로는 환자가 임종기임에도 불구하고 의식이 명료해 핸드폰을 찾을 때가 있다. 예를 들어, 말기 암 환자가 폐 전이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인공호흡기로 연명하고 있지만, 다른 모든 기능은 정상이어서 의식도 또렷한 경우다. 이 환자는 인공호흡기에 의지한 채 죽음을 기다리는 상황이었다. 환자도 보호자도, 그리고 의료진들도 환자가 몇 주 안에 사망할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 환자가 필담으로 본인의 핸드폰 사용을 부탁했다. 이 환자에게는 특별히 핸드폰 사용을 허용해 주었다.


하지만 이런 경우, 옆 병상의 환자들의 눈치를 보게 된다. 본인들도 핸드폰을 사용하게 해달라고 요구하는 경우가 자주 있기 때문이다. 결국 그런 상황이 반복되면서, 주었던 핸드폰을 다시 반납받은 경험도 있다. 사실 어떤 측면에서 보면, 중환자실에 입실한 환자들은 모두 죽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들어온 것이고, 그만큼 한 사람 한 사람의 입장이 모두 절박하다. 이러한 상황 앞에서 환자들의 요구를 거절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앞으로도 핸드폰을 요구하는 환자들은 계속 있을 것 같다. 환자들에게 어떻게 답해주면 좋을지 항상 고민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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