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실의 필요성

by 남경훈

얼마 전, 70대 후반 남성 환자가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중환자실에 입원했다. 입원 후 첫 며칠간은 발생한 다발성 장기부전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CT를 비롯한 다양한 검사가 시행되었고, 신장 기능 보강을 위해 투석이 시작되었으며, 빈혈로 인해 반복적인 수혈도 이어졌다. 환자의 병력을 살펴보니, 그는 평소 복부대동맥류를 앓고 있었고 언제든 터질 위험을 안고 있는 상태였다. 복부대동맥류란, 배 속 대동맥이 마치 풍선처럼 비정상적으로 부풀어 오른 질환이다.


평소 환자와 가족들은 대동맥류 파열 가능성에 대해 그 위험성을 익히 알고 있었다. 대동맥류가 파열되지 않도록 병원도 착실히 다녔으며 약도 성실하게 복용하였다. 대동맥류 파열 위험을 줄이기 위해 스텐트 삽입술을 권유했으나, 환자와 가족들은 이를 진행하지 않았다.


여러 검사 끝에 밝혀진 사실은, 대동맥류의 늘어난 혈관의 어느 한 부분에서 혈관벽이 찢어지고, 이로 인해 신장, 간, 장으로 이어지는 작은 동맥들이 막혔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간부전과 신부전 등 다발성 장기부전이 초래되었고, 장 괴사로 인한 저혈압 쇼크가 진행 중이었다. 한편, 환자의 뇌로 가는 혈관은 정상이었기에, 환자는 눈을 뜨고 묻는 말에 끄덕이며 기본적인 의사소통이 가능한 상태였다.


하지만 이미 대동맥류 파열은 많이 진행되어 있는 상태였고 다발성 장기부전 또한 회복이 어려운 상태로 더 이상 의학적으로 해줄 수 있는 치료가 없었다. 결국, 마지막으로 환자와 가족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은 임종을 맞는 마지막 순간을 함께 할 수 있게 해 드리는 것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임종의 시간조차 환자와 보호자가 온전히 함께하기 어려운 것이 한국 병원의 현실이다. 우선 임종실이라는 공간 자체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 마지막 순간을 가족과 함께하기 위해서는 1인실을 이용해야 하며, 그 비용을 환자와 가족이 부담해야 한다. 임종을 함께하기 위해 1인실 사용을 권유할 때 이를 거부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러나 수많은 사망이 일어나는 병원 안에 임종을 위한 별도의 공간이 없다는 사실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또 하나의 문제는, 코로나19 이후 면회와 관련된 병원들의 규정이 크게 달라졌다는 점이다. 이제 대부분 병원에서 보호자 1인만 환자와 함께 상주할 수 있으며, 면회 역시 제한되어 다인실에서는 가족이 함께 머무는 것조차 어려워졌다. 병원 행정상 임종기라고 해도 예외를 두기 힘든 현실이다. 그래서 1인실을 배정받아 임종을 기다리더라도, 보호자는 1인만 상주할 수밖에 없다. 물론 임종 순간에는 모든 가족이 입실할 수 있도록 배려는 해주지만, 그 순간까지의 시간은 환자와 가족들에게는 힘든 시간일 수밖에 없다.


내가 미국에서 전공의를 하던 시절, 임종을 앞둔 할머니 환자가 떠오른다. 넓은 1인실에서 가족들이 모여 마지막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모르핀을 주입하며 임종을 기다리던 장면이었다. 사망 후 사망선고를 했을 때, 가족들이 진심으로 감사의 뜻을 전했던 기억도 생생하다. 그 당시 내가 일하고 있었던 미국의 병원이 한국의 병원보다 훨씬 인간적이라고 느꼈던 순간이었다.


병원의 역할이 단지 발생한 질병을 치료하는 데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검사를 통해 병명을 찾고, 약을 처방하는 것이 오늘날 의료서비스의 기본 패러다임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우리가 해야 할 일이 그것의 전부일까? 결국 환자의 행복과 삶의 질을 높이고, 고통과 불행을 덜어주는 것까지가 병원과 의료인의 목표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우리나라에도 하루빨리 임종실이 마련되어, 환자와 가족이 죽음이라는 가장 어려운 순간을 덜 고통스럽고 더 의미 있게 맞이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추가) 이 글을 쓰고 난 이후인 2025년 9월, 한국의 300병상 이상의 종합병원과 용양병원에서 임종실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법제화 되어 시행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의료진은 환자를 임종실에 보내는 것이 익숙하지 않고 환자와 가족들도 임종실 사용을 꺼린다는 이야기가 뉴스에 실린다. 특히 임종실 사용 3일이 지나면 건강보험에서 임종실 사용료를 중단하게 되어 병원에서도 임종실 사용을 적극적으로 권유하지 않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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