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환자실 치료와 호스피스

by 남경훈

중환자실 의사로 일을 하다 보면 암 환자들을 자주 치료하게 된다. 암 환자들은 평소 면역력이 좋지 못한 경우가 많고, 가벼운 감염에도 패혈증이 진행되기 쉽기 때문이다. 특히 항암 치료를 받는 도중, 항암제에 의한 부작용이나 감염에 의한 패혈증으로 중환자실에 입실하는 경우 치료를 받더라도 사망할 확률은 더 올라간다. 장출혈 환자들 중에서도 지혈을 위해 내시경을 받으며 처음으로 암이 진단되는 경우도 빈번하다.


초기 암을 진단받아 수술이나 항암을 통해 암의 완치를 목적으로 병원을 다니고 있던 환자들이 중환자실에 입원한 경우, 중환자실에서는 그들이 죽음의 고비를 넘길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모든 치료를 제공한다. 폐렴으로 숨 쉬기 힘들다면 인공호흡기를, 소변이 더 이상 나오지 않는 경우 투석기를 사용함으로써 회복 가능한 질환을 치료할 시간을 벌고, 운이 좋게 회복한다면 이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한다.


하지만 말기암 환자의 경우, 중환자실의 치료가 정말 필요한지 항상 의문을 갖게 된다. 말기암이란 암의 크기가 수술하기에 너무 크거나, 다른 장기로 전이되어 있는 암을 말한다. 흔히 암은 1, 2, 3, 4기로 나누어지는데, 보통 크기가 작고 하나의 종양인 경우 1기로 진단한다. 바로 옆의 장기로 전이가 되었거나 인접한 장기로 전이된 경우는 2~3기, 떨어진 장기에 전이되어 있는 경우는 4기로 진단한다.


4기 암은 어떻게 보면 전신에 암세포가 퍼진 상태로 여겨진다. 예를 들어 폐암이 있는 환자에게서 척추 뼈에서도 같은 암세포가 발견된다면,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그 암세포가 전신에 퍼져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단지 아직 자라지 못해 발견되지 않았을 뿐이다. 4기 암, 즉 마지막 단계의 암을 말기암(terminal stage cancer)이라고 부르며, 이는 완치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완치가 불가능하여 언젠가는 그 암에 의한 임종을 피할 수 없는 이러한 말기암 환자들에게는 어떠한 치료를 제공할 수 있을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도 맞지 않고, 그렇다고 모든 치료를 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 이런 경우 제공되는 치료가 우리가 호스피스 치료라고 하는 개념이다. 비단 암이 아니더라도, 임종을 앞두고 있는 모든 말기 질환 환자에게 신체적·정신적·영적인 고통을 줄이고, 남은 삶의 질을 최대한 유지시키며 존엄한 죽음을 준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의료의 한 형태라고 생각할 수 있겠다.


따라서 중환자실에서 죽음을 앞두고 있는 환자에게 제공되는 통증 조절, 가족과의 시간 제공 등이 어떻게 보면 호스피스 치료와 어느 정도 겹쳐 있는 부분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중환자실에서의 임종까지의 시간은 굉장히 짧으며, 통상적으로 호스피스 치료라고 부르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 그러나 말기 질환 환자가 다행히도 죽음의 고비를 넘기고 남은 삶을 살아갈 수 있다면, 호스피스 치료를 연계해 주기도 한다.


말기암을 진단받은 후, 암 추가적인 진행을 막기 위해 항암제를 사용하던 환자가 중환자실 입실하는 경우도 많다. 낮은 면역력으로 인한 패혈성 쇼크가 많으며, 인공호흡기 등을 사용할 만큼 위중했다면 많은 경우 죽음의 위기를 넘겼더라도 이후에는 더 이상의 항암 치료를 지속하기 어려워진다. 어떻게 보면 항암제 때문에 죽을 고비를 마주했기 때문이다. 항암제를 더 이상 사용하지 못하니 임종이 더 앞당겨지니, 어떻게 보면 실제적인 임종기의 시작이라고 생각되기도 한다.


내가 이해하기로는, 호스피스 치료 (완화 의료라고 불리기도 한다.)에서는 항암제를 써서 종양의 진행을 막는 것보다는 남은 삶을 어떻게 의미 있게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데 중점을 둔다. 암으로 인한 통증이 있어 삶의 질이 낮다면, 그것을 적극적으로 조절해 주고, 증상이 있다면 각종 시술을 통해 그 원인을 해결해 주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폐암 환자가 폐에 물이 차서 숨이 차다면, 흉관을 넣고 유지함으로써 증상을 해결해 주는 것이다. 암에 대한 치료보다는, 불편하고 고통스러운 증상을 치료하는 것에 중점을 둔다.


말기 질환 환자가 심각한 폐렴으로 중환자실에 입실하였을 때, 그 환자에게 기도 삽관을 하고 인공호흡기를 적용하는 것이 맞는 것인지 고민해 보게 된다. 말기암으로 인해 영양 상태가 불량하고 쇄약 해진 환자라면, 인공호흡기 치료를 받고 난 이후에 침상에서 일어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폐렴은 회복 가능한 질환이지만, 치료가 되어 사망의 고비를 넘기더라도 삶의 질이 현저히 저하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사실 다른 치료들도 마찬가지이다. 어떠한 치료라도, 그 치료 때문에 환자가 남은 삶에서 매시간 불행과 고통을 느껴야 한다면, 그것이 정말 좋은 치료인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최근 사회적인 논의로 인해 호스피스 치료를 제공하는 병원들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호스피스 환자에게 책정되는 수가는 원가에 못 미친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호스피스 병동을 운영하면 병원에서는 손해를 보는 상황이라는 이야기다. 따라서 병원에서는 호스피스 환자를 입원시키는 것을 꺼리게 된다. 국가 예산을 받아 운영되는 공공병원이 아니고서는 호스피스 병동을 운영하기 힘든 현실이다. 이런 호스피스 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병원은 대기 기간이 몇 달씩 걸린다는 이야기도 환자들에게 자주 듣는다.


말기암 환자들이 삶을 잘 마무리하지 못하고 중환자실에 입실하여 급작스럽게 죽음을 맞이하는 것을 자주 본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호스피스 치료가 더 활성화되기를 바란다. 만약 우리 사회에서 호스피스 치료가 보편화된다면, 말기 질환 환자들이 중환자실에 입실 경우는 드물어질 것 같다. 미리 삶의 마무리를 잘 준비하였기 때문에 중환자실에 들어와 삶의 마지막까지도 힘들고 고통스러운 치료를 받지 않을 것 같기 때문이다.


현대 의료는 ‘어떠한 질환이면 이렇게 치료해야 한다’는 표준 치료가 정해져 있다. 하지만 모든 환자는 다르고, 개인의 상황에 맞는 ‘적절한’ 의료를 제공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말기 질환을 가진 환자들일수록, 남은 삶을 잘 마무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의료가 더 적절하지 않나 생각한다. 고령의 환자들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의료의 발전으로 말기 질환, 심지어 말기 암을 진단받아도 이제는 꽤 오랫동안 살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하지만 치료의 목적이 '완치'에서 '삶의 존엄한 마무리'로 전환되어야 하는 시점이 분명히 존재한다. 교과서에서는 말기 질환을 진단받는 순간부터 호스피스 치료가 시작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야 삶을 마무리할 수 있는 시간을 최대한으로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호스피스 치료는 우리의 의료 시스템에서 보편화되어야 하는 서비스라고 생각한다. 국가와 사회가 이에 대한 더 많은 관심과 배려를 기울여 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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