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간병인 제도에 대하여

by 남경훈

내가 미국에서 내과 전공의를 막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외할머니가 담낭암에 걸리셨다. 전이가 있어 수술은 시행하지 못했고, 암의 진행을 막기 위해 항암치료를 시작했던 터였다. 항암치료 중 열이 나서 외할머니와 함께 근처 대학병원 응급실로 갔는데, 그곳에서 너무나 당황스러운 일을 겪었던 것이 기억난다.


할머니는 열로 인한 탈수와 패혈증 가능성으로 응급실에서 수액 치료를 받았고, 몇 시간쯤 지나 떨어졌던 혈압이 제자리를 찾으며 탈수가 개선되었다. 그때 할머니가 본인도 모르게 옷에 소변을 보신 것이다. 할머니는 의식이 있었기에 그 상황을 무척 당황스러워하셨고, 나 또한 당황하여 담당 간호사에게 상황을 알렸다. 그러나 응급실의 담당 간호사는 나에게 환자복을 주며 “갈아입히면 된다”라고 말했다. 그 상황은 당시의 나에게 생각지도 못한 문화적 충격이었다.


내가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자 간호사는 함께 옷을 갈아입히자고 했고, 결국 할머니의 옷을 갈아입히는 일을 함께했다. 할머니는 하의가 벗겨진 채 손자인 나 앞에 노출되는 것이 무척 수치스럽고 부끄러웠음을 표정을 통해 읽을 수 있었다. 나 또한 그 상황이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미국에서 지내다가 한국으로 막 돌아온 내게는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그 이후 한국 병원에서 일하면서 알게 된 것은, 한국에서는 가족 중 한 명이 입원 환자와 함께 병원에 상주하며 간병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사실이었다. 예전에는 대부분의 간병을 가족이 담당했으나, 최근에는 사설 간병업체의 간병인들도 무척 많아졌다. 나 또한 아내가 출산 후 병원에 입원했을 때 병원에 함께 머물며 간병을 했다. 이때 간병인으로서 나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아내가 안전하게 화장실을 오가게 하는 일이었다. 물론 아내의 잔심부름은 기본이었다.


병원에서 간병인의 역할은 무엇일까? 나도 매일 중환자실에서 일반병실로 환자를 전동 시킬 때 “간병인을 구하세요”라고 말하지만, 정작 그들이 정확히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는 알려주지 않는다. 병원에서도 그들을 위한 교육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간병인들은 시키지 않아도 자신들의 역할을 잘 알고 있는 듯하다. 걷기 힘든 환자에게는 잔심부름을 해주고, 식사에 어려움이 있으면 도와주며, 거동이 불편한 환자의 이동이나 화장실 이용을 돕는다.


하지만 병원에서 져야 할 환자 안전에 대한 책임이 가족과 간병인에게 전가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병원이 부담해야 할 돌봄의 노력과 비용이 환자에게 전가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더욱 전문적인 간병이 필요하지는 않을까? 정말 누군가가 환자 옆에서 24시간씩 매일 붙어 있어야 할까? 수많은 질문이 떠오른다.


미국에서 입원 환자의 가족은 방문객(visitor)으로 간주된다. 말 그대로 환자와 병원을 방문하는 손님이다. 따라서 방문 시간이 정해져 있고, 환자의 돌봄에 관여하지 않는다. 가족이 병원에 상주하는 경우는 소아병동뿐이다. 내 기억으로는 섬망이 심한 환자의 경우, 환자가 침상 밖으로 나오며 낙상을 하지 않도록 간호조무사가 침상 앞에 앉아서 지켜보았다. 거동이 불편한 환자는 콜벨로 도움을 요청하면 간호사나 간호조무사가 이동이나 화장실 이용을 도와주었다. 식사를 도와주는 경우는 드물었다.


내가 찾아본 결과, 현재 병원에서 가족이 상주하며 간병하는 문화는 한국, 중국, 대만 정도에서만 남아 있는 듯하다. 일본도 과거에는 가족이 상주했지만, 1990년대 이후 ‘전인간호(完全看護)’ 제도가 도입되면서 현재는 대부분의 병원에서 가족의 상주가 금지되어 있다. 가족 간병이 없는 대부분의 병원에서는 간병이 필요할 경우 병원에서 간병인을 고용하고 관리한다.


한국의 건강보험은 간병비를 지원하지 않는다. 가족이 간병을 하면 비용은 들지 않지만, 사설 간병인을 24시간 고용하면 하루 12~13만 원 정도로, 10일만 입원해도 100만 원이 넘는다. 장기 입원 환자의 경우 간병비만 한 달에 200~300만 원이 든다. 또한 환자들이 고령화됨에 따라 80대 환자의 자녀가 60대인 경우도 흔하다. 그들이 간이침대에서 쪼그려 앉아 잠을 자는 모습을 보면 참으로 안타깝다.


한국에서도 환자와 가족에게 부담이 되는 간병비를 건강보험으로 지원하려는 시도가 있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가 그 일환 중 하나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는 말 그대로 간병인이 병원에 상주하지 않고, 병원의 간호사와 간호조무사가 돌봄을 모두 수행하는 제도다. 2013년 시범사업으로 시작되어 많은 병원이 관련 병동을 갖추게 되었다. 이 병동에 입원하면 가족들은 간병과 그 비용에 대해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취지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대부분의 간호·간병통합 병동에는 애초에 간병이 크게 필요하지 않은 비교적 건강한 환자들이 입원한다. 예를 들어, 정형외과 수술 후 걷지는 못하지만 일상생활에는 큰 문제가 없는 환자들이나, 간병이 필요 없는 가벼운 질환의 환자들이 주로 간다. 정작 만성질환으로 장기 입원이 필요한, 혼자서는 일상생활이 어려운 고령 환자들은 입원 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다.


한국 사회가 고령화될수록 집에서도 돌봄(먹고, 입히고, 씻기고, 화장실 가기)이 필요한 사람들이 늘고 있다. 병원 입원 환자 중에도 평소 방문요양사의 돌봄을 받던 경우가 많다. 하지만 문제는 이러한 환자들이 병원에 더 자주, 더 오래 입원하게 된다는 점이다. 그리고 급성기 병원으로 입원하면 그 돌봄의 부담이 오롯이 가족에게 전가된다는 점이 현재 한국 간병 제도의 가장 큰 문제다.


결국 우리 사회에서 누군가가 쇠약해지거나 질병으로 인해 스스로 일상생활을 할 수 없게 되었을 때, 그 돌봄을 누가 제공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하게 된다. 한국의 문화에서는 가족이 그것을 제공해야 한다는 심리적 부담을 지며, 직접 수행하거나 간병인을 고용함으로써 육체적·금전적 부담을 지게 된다. 그러나 1인 가구가 늘고 가족 규모가 줄어들면서, 외동자식 한 명이 부모 둘을 돌봐야 하는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


여러 상황을 고려할 때, 가족이 입원 환자를 직접 간병하는 제도는 시대의 흐름과 가치관 변화에 따라 더 이상 한국에서도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병원이 간병인을 고용해 돌봄을 제공하려면 그 비용을 어떻게 충당할 것인가 하는 문제에 대한 해법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몇 년 안에 건강보험 재정이 고갈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기 때문이다.


입원 환자뿐 아니라, 신체적으로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사람들을 누가 돌봐야 하는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더 많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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