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숨소설] 타밈 11화(마지막회)

by 연이

아주 작은 먼지가 된 수한의 의식은 의식의 탑의 하늘로 솟구쳤다가 하늘하늘 바닥으로 내려앉았다. 타밈의 일부가 되어 수식을 처리하던 수한의 아버지의 의식은 그 장면을 보자 타밈의 일부에서 떨어져 나와 먼지가 되어 버린 수한의 의식 쪽으로 다가왔다. 순간 수한의 아버지의 의식은 인간의 형상으로 변하더니 먼지가 된 수한을 손바닥으로 모았다.


자신은 단순한 과학적 호기심에 이끌려 이곳으로 왔지만, 자신의 아들에게는 아버지 없이 외롭게 크며 버려졌다는 감정에 빠지게 했다. 이곳에서조차 지켜주지 못한 아들에 대한 미안함과 죄책감에 부르르 떨었다. 한없이 흐르는 눈물이 먼지 위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타밈은 그것을 지켜보다 부질없다는 듯이 수한의 아버지의 의식을 다시 자신의 쪽으로 끌어당기기 시작했다.


그때 먼지가 된 수한의 의식이 진동을 했다.


번쩍!


먼지 속에서 하나의 먼지가 반짝였다. 다시 번쩍했다. 빨려 들어가던 수한의 아버지의 의식은 타밈의 영향력에서 잠시 벗어났는지 잠시 멈췄다. 타밈으로 떨어져 나와 반짝임 뒤로 움직였다. 그리고는 그때를 놓치지 않고 수한의 아버지의 의식은 수한의 의식을 감쌌다.


타밈은 수한의 의식이 아직 살아있다는 것에 놀랐다. 이내 수한의 의식에 이번에는 수억만 개의 수식 전체를 흘려보내기 시작했다. 먼지처럼 작은 반짝임은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수한의 의식이 수억만 개의 수식과 함께 동화되자 잠시 자유로움을 느꼈다. 편안함, 온화함, 따스함. 타밈은 끝을 내려고 더 많은 수식의 흐름을 수한의 의식으로 흘려보냈다. 점점 커지면서 타밈이 지배하는 의식의 세계로 빨려 들어갈 것 같았다. 수한의 의식은 빠르게 구처럼 돌기 시작했다. 수억만 개의 수식이 흘려보내지자 더 커지기 시작했다.


타밈은 수한의 의식이 자신처럼 수식을 모두 처리하자 수식을 흘려보내지 않으려 했지만, 오히려 통제가 되지 않았다. 수한의 의식은 타밈보다 더 커지더니 회전 속도가 점점 줄어들었다. 그리고 스스로 수식을 받아들이는 것을 멈췄다. 수억만 개의 수식들이 일제히 사라졌다. 하늘 위로 조금씩 올라간 수한의 의식은 점점 빛나기 시작했다. 타밈 역시 수한의 의식을 주목했다. 빛나는 걸 멈춘 수한의 의식은 갑자기 펑 터져 버렸다. 의식의 세계 하늘에서 눈처럼 뿌려졌다. 그 눈들이 타밈 위에도 수북이 쌓이기 시작했다. 수한의 풀어낸 수억만 개의 수식의 조합들이 타밈에게 전달이 되었는지 다시 수한의 의식을 모아 주었다.


띠띠~~~ 띠띠~~~


현실 세계에서 눌러놓은 수한의 커피 머신이 자신의 할 일을 다 했는지 울려대기 시작했다. 수한의 의식은 빠르게 현실 세계로 돌아오고 있었다. 그 짧은 순간 수한은 자신이 왔던 현실 세계가 아닌 다른 곳으로 방향을 틀었다.


모닥불 생일파티가 시작되었다. 아빠는 잠시 사라졌다가 다시 오더니 손을 뒤로하고 나타났다. 손을 앞으로 내밀면서 사각형 상자를 어린 수한에게 건넸다. 거기에는 양쪽 중간에 있는 버튼을 동시에 누르면 공이 두 쪽으로 갈라지면서 안에 뭔가 넣을 수 있는 구조로 된 커다란 공 모양 비밀창고였다. 모닥불이 타다닥 소리를 내며 온기를 전해주고 있었다.


어린 수한은 아버지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머리를 쓰다듬으며 이마에 뽀뽀를 해주는 아빠는 어린 수한이 까끌까끌한 뺨을 만지자 잠시 잠에 빠져들었다. 아빠의 서재로 간 어린 수한은 아버지가 모아놓은 가죽 서류 가방을 품에 안고 다시 마당으로 나왔다. 이내 가죽 서류 가방을 모닥불에 던져버렸다. 가방 뒤쪽에 새겨진 므네모시네의 그림이 구멍이 뚫리더니 불이 가방 안쪽으로 번졌다. 수한은 아빠에게 선물 받은 커다란 공을 주머니에서 꺼내 던졌다. 가방과 공을 집어삼킨 모닥불은 그것들을 아주 작은 불빛으로 만들어 하늘 위로 날리고 있었다. 어린 수한은 하늘로 올라가는 작은 불빛을 뒤로 하고 캠핑용 의자에서 잠에 빠져 있는 아버지의 품으로 다시 파고들며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아그작아그작”


수한의 귀에 들려오는 소리에 놀라서 몸을 돌리려 했다. 아빠의 품에 안긴 수한은 타밈이 서서히 자신 쪽으로 다가오는 것을 볼 수 있었지만 몸이 움직이질 않았다.


“너의 처리를 어떻게 할지도 너도 이미 알고 있다고 했지?”


타밈이 왜 자신의 의식을 모아줬는지 알 것 같았다. 그리고 낯설지 않은 이 장면이 기억이 났다. 하지만 수한이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타밈이 하는 일을 지켜보는 것밖에 없었다. 타밈은 자신의 마지막 남은 일을 처리했다. 타밈은 서서히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모닥불이 흔들거리기 시작하더니 이내 타밈 쪽으로 불길의 마지막이 향하기 시작했다. 수한의 몸에 흐르던 수억만 개의 수식의 조합들이 빨려 나와 빙글빙글 도는 타밈에게 남김없이 빨려 들어갔다. 서서히 멈춘 타밈은 수한이 자신을 만났던 기억까지 지워줬다. 그리고 타밈은 다른 방식으로 찾아오길 기다리며 자신의 형체를 서서히 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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