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일은 모두에게 일어난다

따숨수필 #06

by 연이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나?


학창 시절 무서운 선생님이 가르치는 과목 시간이 되면 눈에 띄지 않으려 노력했다. 책을 읽게 하는 시간이 되면 연이는 고개를 최대한 파묻고 눈에 띄지 않고 싶어 했다. 처음에는 선생님은 읽고 싶은 사람을 선발하려 하지만, 결국 모든 아이들의 단합 아닌 단합으로 아무도 지원자가 없자 선생님은 오늘의 날짜의 끝자리로 시작하는 번호로 아이들을 선발했다. 하필 연이는 키가 작아 2번이었는데, 오늘이 12일이었다. 뛰쳐나가고 싶었다. '나만 아니면 돼.'가 아니라 이것만큼은 아니고 싶었다. 책을 서서 큰소리로 읽는 것은 연이에게는 힘든 일이었다. 평소에도 조용조용 얘기를 해서 목소리 톤이 작은 되다가 긴장 탓이겠지만, 글을 읽은 곳을 또 읽는 아주 희한한 경험을 많이 해서 선생님의 지적을 받은 트라우마로 책 읽기는 고난의 과정이 되어버렸다.


나만 아니길 빌며 어김없이 연이가 걸려 버리는 마법 같은 일이 벌어져서 결국 연이는 어떤 일의 지원자를 받으면 그게 꼭 여기에 있는 누군가가 해야 된다고 하면 미리 선수 쳐서 하는 일이 많아졌다. 내성적인 성격이었지만, 신의 장난으로 자꾸 그런 일이 벌어지니 알아서 자진해서 해버리면 신이 조금은 배가 아프지 않을까 하는 연이만의 계략이었다. 하지만, 항상 신은 옳았고 연이는 골탕을 먹었다.




모든 일은 모두에게 일어난다


사실 연이를 골탕 먹이고자 신의 장난을 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약간 머피의 법칙이라고 해야 할까 싶다. 하지만, '신'이라는 거창한 존재가 내리는 장난이라고 하면 수긍을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연이만의 받아들임 전략이다.


신의 장난을 열거하자면,

1. 모두가 그 고등학교만 아니기만 바랐을 때, 연이는 바로 앞 번호 친구가 그 고등학교를 배정이 되었을 때 쾌재를 불렀다. 왜냐하면 연속으로 그 학교로 배정을 받지는 않을 것이란 단순한 논리가 깔려있었다. 하지만, 그 친구와 나만 그 고등학교에 갔다.


2. 중학교 3학년 때부터 학력고사를 준비하던 연이는 갑자기 '수능'이라는 대입시험의 전격적인 교체에 속수무책으로 모든 것을 내려놔야 했다. '수능'은 연이가 준비했던 '학력고사'와는 판이하게 다른 그런 대입시험이었고, 수능 1세대란 타이틀이 붙게 되었다.


3. 원하던 대학, 원하는 과를 가지 못했던 연이는 그래도 지금 살고 있는 곳에 있는 대학을 가고 싶었지만, 절대 안 된다는 선생님의 말을 믿고 눈물을 머금고 지방으로 내려가야 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대학에는 반에서 취업준비를 하던 수능하고 담을 쌓고 살았던 친구가 갔다.


4. 대학 가는 술렁이기 시작했다. IMF란 거대한 파도에 모두 휩쓸려 만신창이가 된 취업시장은 곧바로 닥친 취업 빙하기에 몇 명 빼고는 모두 살아남지 못했다. 연이 역시 그 파도에 휩쓸렸다.


5. 58전 57패의 초장수생 연이는 겨우 마지막 한 번의 시험을 통해 공직에 입문을 했다. 하지만, 그것만 허락을 했다. 호사다마란 사자성어의 의미를 톡톡히 알려주고 싶었던 '신'은 어머니의 낙상사고로 발생한 어깨인대파열로 의미를 전달했다. 그로부터 1년이 안 되어 어쩌면 이 글을 쓰지 못할 정도 심한 교통사고로 다음 의미를 전달했다. 마지막, 어머니의 암 선고로 다시금 그 의미를 공고히 새겨 넣었다.




현재에 감사하자


신은 연이에게 고난을 주었다. 하지만, 연이는 신의 장난을 이렇게 대처했다.


1. 남들이 원하지 않은 고등학교에 갔을 때 버스를 타고 다녀야 했던 거리였고 경사가 상당한 학교까지 올라가야 해서 힘은 들었지만, 약했던 몸이 튼튼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2. 학력고사가 아닌 수능을 치러야 했을 때는 처음으로 공부로 안 된다는 것을 알게 해 준 계기가 되었다. 안 되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계기가 되었지만, 연이는 반전을 노리고 일단 몸을 웅크렸다.


3. 원하던 대학이 아닌 지방대에 갔을 때는 어쩌면 최악의 '신'의 장난이지 않을까 했지만, 대학이 아닌 최고의 도서관을 준 신에게 감사함을 느꼈다. 4년 내내 읽고 싶은 책을 다 읽을 수 있음에 감사했다.


4. IMF 파도가 휩쓸고 있을 때는 알바를 통해 수많은 직업을 경험하며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을 그 당시 연이를 강해지게 했다. 결국 하고 싶은 일이 아닌 잘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할 수 있게 해 준 신에게 감사했다.


5. 공무원 시험에 어렵게 붙고 엄청 많은 일이 일어난 지금, 어머니의 어깨인대파열로 한 달 반을 입원하는 동안 병원생활을 같이 하면서 아주 생생한 경험을 몸소 할 수 있게 해 줬고, 심한 교통사고를 통해 연이에게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일깨워 주는 동시에 공직생활의 마음가짐을 다시 한번 공고히 할 수 있게 해 주었다. 마지막으로 어머니의 암 선고로 연이는 지금은 괴롭지만, 불행 중 다행으로 초기에 발견이 된 것에 감사하고 있다.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하자


수많은 일을 겪으면서 느낀 것은 '모든 일은 모두에게 일어난다'란 생각이다. 무난하게 넘어가는 인생은 없고 그것이 신의 장난이 아닐 수도 있다. 그저 세상의 모든 일은 그 누구에게나 일어날 법한 일이기에 지금 현재의 삶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 지금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항상 생각하고 견지해야 한다.


감사의 마음으로 오늘의 남은 시간을 사용하자. 글을 쓸 수 있는 지금의 이 시간이 있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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