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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이 Oct 15. 2021

[교행일기] #72. 라떼가 좋은 이유

라떼가 좋은 이유


언제부터인가 '나 때는 말이야'가 '라떼는 말이야'로 쓰이고 그 말을 쓰는 사람을 꼰대로 치부하기 시작했다. 연이는 그런 부정적인 의미로 쓰이는 라떼가 좋을 때가 있다. 오후 3시가 되면 모두 지쳐서 딱 당이 달려 커피 한 잔을 타서 가지고 자리에 앉아 홀짝이고 있을 그때 실장님이 틀어주는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이 90년대 댄스가요가 흘러나오면 연이도 모르게 어깨가 들썩 들썩이고 있다.


그런 연이는 들킬세라 옆을 보면 솔이 주무관님 역시 들썩이고 있다. 서로가 같은 시대를 살아온 그때의 추억이 잠시 소환이 되는 그때다. 동질감을 느끼는 라떼라면 그 누구에게 권위적이고 강요적인 라떼가 아닌 소속감의 라떼는 공감대를 형성하는데 가장 좋은 도구이자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말의 단초가 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라떼는 환영이지 않을까 한다. 연이 역시 다른 의미의 라떼를 잘 알고 있다. 그 의미의 라떼는 사실상 좋은 의미가 없다는 것도 잘 견지하고 있다. 연이는 '나 때'란 단어 대신 '그때'란 단어를 쓴다. 글자 한 자 바꿨는데, 느낌이 정말 많이 다르다. '나 때'나 '그때' 모두 그 옛날의 어느 적당한 시기를 말하는 것은 맞으나 '나 때'는 나를 중심으로 한 시기를 말하는 반면 '그때'는 어떤 중심도 없는 시기를 말한다.


어제도 과거고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때도 과거다. 모두 과거이기에 연이는 과거를 과거로 묻히는 것 중 '그때'를 소환하여 정보를 교환하고자 할 때만 쓰고 있다.


그때는 전출교에서는 교육감 소속 근로자의 4대 보험을 모두 해지하고 전입교에서는 새로 가입하는 방법으로 진행했는데, 지금은 어떻게 하나요?


6년 차인 지금의 연이는 5년 차까지 급여담당자였다. 지금은 주로 지출업무를 맡아서 하고 있지만, 언제 또 급여담당자가 될지 모르기에 급여업무를 익히지 않으면 안 된다. 변화의 속도가 빠른 급여업무이기에 현재 급여담당자와의 업무 공유는 필수다.


지금은 전출교에서는 아무것도 안 해도 되고요. 전입교에서 4대 보험을 끌고 오면 됩니다.


연이는 무릎을 탁 쳤다. 드디어 공무원 건강보험처럼 근무지 변동만 하면 되는 형태로 변화를 했구나. 얼마나 잘 된 일인지. 연이의 10개월도 안 된 시기 동안 '그때'를 '지금'으로 만들기 위해 급여업무를 업데이트했다.


라떼가 좋은 경우도 있지만, 그때를 지금으로 만드는 작업에 게을리하면 안 됨을 견지해야 한다. 오늘 날씨가 쌀쌀하니 '미떼'가 생각나는 날이군.(썰렁한 라임을 하는 연이)




ABOUT "교행, 학교다녀오겠습니다 시즌 3"


5년 전 연이가 교행직 합격 후 행정실에서 근무하면서 겪는 또는 겪을 만한 일을 '수필형 소설'로 작성한 글이다. 시즌 1(연이의 경험), 시즌 2(연이의 마음) 달리 연이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모든 것에 초점을 둔 시즌 3(연이의 기억)는 연이가 겪는 고민을 생생하게 전달하여 교행직을 그저 워라벨을 위해 들어오려는 공시생들과 교육행정직 공무원에 대한 궁금한 일반인에게 조금은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발행하고 있다.


#교행, #교육행정직, #교행일기, #학교, #직장생활, #연이, #따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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