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연이 Oct 28. 2021

[교행일기] #77. 신규가 왔다

김 주무관님이 다른 초등학교로 발령받아 실장님이 된 이후 사석에서 솔이 주무관님과 같이 만날 자리가 있었다. 업무 공유도 하고 각 학교 일에 대한 얘기를 하면서 조언도 구하는 자리였다. 이런 얘기 저런 얘기가 카페의 주문한 음료가 나오기 전에 탁자 위에 올라와 입에 오르내렸다. 그러다 음료가 나왔고 연이는 쟁반 위에 담긴 세 잔의 음료를 차례대로 자신의 자리를 찾아 놓았다.


한 모금을 마시고 나니 나온 이야기의 주제가 '연이'였다. 김 주무관님은 연이가 나갈 줄 알았다고 했다. 연이 자신도 정말 그때 잘 넘어가지 않았다면 모임이 있는 이 자리에 있지 않았을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어서 웃음으로 긍정의 표시를 했다. 그러면서 궁금했다.


"김 주무관님~~ 저랑 같은 신규가 오면 어떻게 해야 해요?"

단순한 호기심의 발로에서 나온 말이었지만, 김 주무관님은 한참은 말을 잇지 못했다. 사실 정답이 없는 물음이라 내심 기대도 하지 않았지만, 잠시 후 김 주무관님은 말을 이었다.


"안 나가게만 해."


시크하고 매정하게 들릴지 모른다.

신규에게는 모든 것이 낯설다. 그 모든 것이 낯설기에 적응을 하려고 몸이 긴장하고 굳고 하루가 짧게 느껴진다. 그렇게 3개월이 지났을 때까지 잘 견디면 그 신규는 연이와 같이 몇 년을 또 견딘다. '견딘다'는 표현을 한 게 조금 낯선 표현이지만, 어쩌면 그게 가장 적합한 단어 같다. 지금도 배울 것이 끝이 없이 나오는 교행 업무에서 완벽이란 없다. 단지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노력한다고 보면 된다. 김 주무관님도, 솔이 주무관님도, 연이도 그러했고 지금도 그러고 있다.


 말의 의미가 이제는 무엇인지 안다.

최소 3년 많게는 더 많은 시간을 이곳에 들어오기 위해 공부했을 그들이 온다. 떨리긴 하다. 그들의 새로움에 대하는 마음이 전해져 떨린다. 연이도 저랬으니까 지금은 안 그런다고 말하기 어렵다. 여전히 실수도 하고 어리바리하는 경우도 있고, 멘탈이 깨져 어버버 하는 경우도 많지만, 처음에 비해, 예전에 비해 그 횟수가 현저히 준 것은 사실이다. 그렇게 연이도 교행직 공무원이 되어가고 있었다.




ABOUT "교행, 학교다녀오겠습니다 시즌 3"


5년 전 연이가 교행직 합격 후 행정실에서 근무하면서 겪는 또는 겪을 만한 일을 '수필형 소설'로 작성한 글이다. 시즌 1(연이의 경험), 시즌 2(연이의 마음) 달리 연이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모든 것에 초점을 둔 시즌 3(연이의 기억)는 연이가 겪는 고민을 생생하게 전달하여 교행직을 그저 워라벨을 위해 들어오려는 공시생들과 교육행정직 공무원에 대한 궁금한 일반인에게 조금은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발행하고 있다.


#교행, #교육행정직, #교행일기, #학교, #직장생활, #연이, #따숨

매거진의 이전글 [교행일기] #76. 아코, 오잉, 우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