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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이 Nov 01. 2021

[교행일기] #79. 갑작스러운 선물

갑작스러운 선물


어제 21개의 방과후학교 수익자부담금 징수결의 업무로 하루가 다 가버렸다. 21개의 징수결의를 올리면서 다른 좋은 방법이 있지 않을까 정말 많이 고민을 했다. 사실 세입의 전반적인 업무를 꿰고 있다면 좋은 해결책이 모색을 해보겠지만, 연이에게는 그 정도의 고수의 위치는 지금 상황에서는 아주 먼 미래의 일인 것만 같았다. 그저 전임자가 한 대로 따라가기만 해도 다행이고 실수를 하지 않는 방법이었다. 동기들 중 이대로는 안 되겠다며 다른 방법으로 모색을 하다가 그 당시에는 쉬웠지만, 결국 수익자부담금과 수익자지출 사이에 수지관계를 맞출 때 문제가 생긴다는 것을 알고부터는 시도조차 못하게 되었다.


21개의 징수결의는 담당자인 연이도 힘들고 그것을 일일이 결재를 해야 하는 실장도 부담이 되었다. 그렇게 어제의 일을 마무리하고 CMS가 돌고 있는 사이에 맞춤형 복지의 내년도 보험안 수요조사가 끝나고 확인하는 사인을 맡기 위해 교장선생님을 찾았다. 반가이 맞아주는 교장선생님의 사인을 받고 같은 층에 있는 교무실에 잠시 들러 교감선생님과 때마침 있었던 교무부장 선생님까지 1석 3조의 사인을 받아서 내려가려고 했는데, 사회복무요원 알파조가 뛰어오고 있었다.


"연이 주무관님~~~ 행정실에 급히 내려가 보셔야겠어요."

"왜? 무슨 일이 일어났어?"

"저는 잘 모르겠는데요. 실장님이 급히 찾던데요."

또 연이가 잘못을 했나 보다란 생각에 빠른 걸음과 비례로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행정실 문 앞에 서자 두려움 반 궁금증 반이 호흡을 빨라지게 했다. 심호흡을 크게 내쉬는 것을 본 알파조가 문을 활짝 열고 연이를 행정실로 밀어 넣었다.


어쩌다 떠밀려 들어온 행정실은 불이 꺼져 있었다. 정오가 지나면 서쪽 언덕에 가려 해가 들지 않아 불을 켜지 않으면 제법 어두컴컴해진다. 블라인드까지 내려진 행정실은 그렇게 제법 어두웠다. 다들 서 있는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했던 연이 앞에 묘한 광경이 들어왔다. 한쪽 구석에서 촛불이 붙여진 케이크를 들고 다가오는 장면에서 누가 생일인가 했다. 참 보기 좋은 광경이구나 하는 생각을 잠시 하던 차에 생일축하노래가 시작이 되었다. 덩달아 박수를 치며 따라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 연이는 노래 마지막에 호명이 되는 이름을 보고 깜짝 놀랐다.


"사랑하는 연이 주무관님의 생일 축하합니다."


갑작스러운 선물 같은 일이 벌어졌다. 처음이었다.

처음이었다고 말하니 이 글을 읽는 분들도 아마 의아해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사연 없는 집안도 없을 테지만, 집안 얘기를 하자면 '가난'이란 명제를 안 꺼낼 수 없다. 케이크를 살 돈으로 고기를 사서 먹는 게 그 당시 집안 사정상 나았기에 생일케이크에 초를 불어본 적이 없다.


그런 연이에게는 갑작스럽고, 뜻깊고, 특별했다. 영화나 드라마나 책에서조차 나오는 장면을 연이네 집안에서는 낯선 풍경이었다. 그래서 어색한 그 장면이 좋기도 하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그런 장면이었지만, 고마웠고 감사했다.





ABOUT "교행, 학교다녀오겠습니다 시즌 3"


5년 전 연이가 교행직 합격 후 행정실에서 근무하면서 겪는 또는 겪을 만한 일을 '수필형 소설'로 작성한 글이다. 시즌 1(연이의 경험), 시즌 2(연이의 마음) 달리 연이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모든 것에 초점을 둔 시즌 3(연이의 기억)는 연이가 겪는 고민을 생생하게 전달하여 교행직을 그저 워라벨을 위해 들어오려는 공시생들과 교육행정직 공무원에 대한 궁금한 일반인에게 조금은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발행하고 있다.


#교행, #교육행정직, #교행일기, #학교, #직장생활, #연이, #따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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