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 인증서 만료
2년이 지난 시점 1월의 중순 어느 날 연이는 업무포털에 접속하려고 으레 아이디를 빠르게 타다닥 치고 비번을 입력하려다 인증서의 날짜가 얼마 남지 않은 것을 발견했다. 생경한 장면에 잠시 머리가 멈췄다. 따로 매뉴얼이 있는 것은 아니라 또 하나의 매뉴얼을 만들고자 했다. 2015년 12월 인증서를 처음 발급받았던 곳인 전자서명인증센터에서 발급 말고도 갱신이라는 단어도 본 것이 기억이 났다.
전자서명인증센터를 네이버에 검색을 하고 들어가니 홈페이지 첫 화면 하단에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나이스 인증서 갱신을 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1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교육부 GPKI 인증서의 유효기간이 2년 3개월이라는 말이 유의사항에 나와 있을 정도로 아주 자세히 설명이 되어 있어서 매뉴얼에 옮겨 적었다. 그렇게 완성한 매뉴얼이 아래의 매뉴얼이다.
누구는 뭐 이런 매뉴얼까지 만드나 싶지만, 2년마다 일어나는 일이기에 막상 일이 닥치면 당연히 해내겠지만, 또 헤맬 게 뻔하다. 그저 그럴 때를 대비해서 만든다고 생각하면 연이에게는 업무의 효율성 면에 있어서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아까 '생경한' 장면이라고 생각했던 게 인증서를 갱신하고 나서 한참 일하다가 다시 떠올랐다.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행정실을 쭉 둘러보았다. 아침시간이라 다들 바빠서 물속에서 보이지 않은 백조의 다리처럼 부지런히 손가락을 움직이고 있는 분들 덕분에 이 자리에 있다고 생각하니 웃음이 안 나올 수가 없었다. 그저 몇 달만 더 있다가 나가야지 하던 무모하고 어리석었던 지난날의 연이가 생각나기도 하고 의원면직을 통해 다시 전쟁터가 아닌 지옥 같은 수험생 생활로 돌아간 이들과 아예 다른 길을 찾아 떠난 이들의 얼굴이 교차되었다. 몇 년 후의 연이는 과연 무슨 마음으로 가지고 무슨 생각으로 일을 하고 있을지 궁금하기도 했다.
아침에 손수 간 커피분말이 커피메이커를 통해 내려지고 있다. 커피 향이 행정실에 퍼지고 있다. 다들 기지개를 켜고 머그컵을 들고 대기 중이다. 대화가 오가고 있다. 이들과 일하는 지금이 행복하. 감사하고 고마운 이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보며 연이도 커피를 조금 따라 따뜻한 물을 더해 자리로 돌아왔다. 연한 커피 향이 콧속을 자극했다. 잠시 갖는 커피 한 모금의 여유가 마음을 풍요롭게 한다.
ABOUT "교행, 학교다녀오겠습니다 시즌 3"
5년 전 연이가 교행직 합격 후 행정실에서 근무하면서 겪는 또는 겪을 만한 일을 '수필형 소설'로 작성한 글이다. 시즌 1(연이의 경험), 시즌 2(연이의 마음) 달리 연이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모든 것에 초점을 둔 시즌 3(연이의 기억)는 연이가 겪는 고민을 생생하게 전달하여 교행직을 그저 워라벨을 위해 들어오려는 공시생들과 교육행정직 공무원에 대한 궁금한 일반인에게 조금은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발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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