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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이 Nov 08. 2021

[교행일기] #82. 공문 작성이 안 되요

공문 작성이 안 되요


"연이 주무관님! 공문 작성이 안 되요."


1 자로 □초등학교로 발령받은 신규 주무관님의 도움을 요청하는 목소리가 떨리면서 애가 탔다. 이틀째인 신규에게는 모든 것이 새로워서 " 되는 이유" 찾을  . 연이가 도와주고 싶어도 도통 짬이 나지 않아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했다.


일의 개수를 세어보니 한 50개 정도의 일이 연이 앞에 있었다. 재빠르게 일을 분류하기 시작했다. 오늘 할 수 있는 일과 오늘 할 수 없는 일로 분류를 한 후 오늘 할 수 없는 일은 파란색 더블 클립을 집어 눈앞에 보이지 않는 뒷 3단 캐비닛에 넣었다. 그리고는 오늘 할 수 있는 일 중에서 오늘 꼭 해야만 하는 일과 조금은 시간이 있는 일로 다시 분류를 했다. 조금 시간이 있는 일을 추려서 탁탁 치고는 주황색 더블 클립을 집어 책상의 3단 오픈 서류함 맨 위에 품의 칸에 넣었다.


마지막으로 오늘 꼭 해야 하는 일 중 지출결의를 한 후에 최종적으로 업체에 지불할 것과 실장님과 교장선생님의 결재를 맡는 원인행위할 것을 분류를 했다. 최종적으로 업체에 지불할 것은 빨간색 더블 클립에 "꼭"이라는 글자를 네임펜으로 쓰고 집어서 눈앞에 놓고 나머지를 추려서 모니터 받침대 위에 살포시 놨다. 지금 꼭 해야 할 일은 10개도 되지 않았다. 일단 분류가 되고 나니 짬이 잠시 생겼다.


신규 주무관님을 불러서 어떤 것 때문에 그러는지 보았다. 팝업창이 뜨면서 더 이상 결재를 올릴 수 없다고 했다. 연이는 지금 화면에 뜬 팝업창에 대한 사전 지식이 아예 없는 것으로 보아 5년 전 신규 꼬꼬마였을 때 일어난 일이었을 것이었다. 그때는 매뉴얼을 만들 생각조차 하지 않았기에 연이의 기억에서 지워졌을 것이다. 의자를 당겨 신규 주무관 컴퓨터의 팝업창의 글자를 유심히 보았다.


본문의 전화번호 필드에 전화번호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전화번호를 입력한 후에 기안해주시기 바랍니다.(업무관리시스템 우측 상단의 [개인환경설정 > 개인정보관리] 메뉴에서 전화번호 입력 및 저장)


신규 주무관님에게는 '업무관리시스템'도 우측 상단의 '개인환경설정'도 찾을 수 없었기에 아마도 간단히 '전화번호'만 입력하고 저장하면 끝날 일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연이가 실제로 그 팝업창이 시키는 대로 따라가 보았고, 그리고 새로운 실무매뉴얼을 하나 더 추가시켰다.


신규 공무원이 처음 공문 작성할 때 해야 할 필수 입력 작업(출처. 연이)


위의 공문서 하단 표시항목에 입력을 하고 저장을 하니 신규 주무관이 그토록 빠르게 보내고 싶었던 공문에 결재가 가능해졌다. 연이도 하나를 배웠다. 아니 잊고 있었던 기억을 재생했을 것이다.(그런데, 실제로 연이의 개인정보관리에 들어가 보니 전화번호가 K-에듀파인이 들어온 두 번째 학교의 전화번호였다는 사실에 얼굴이 붉게 타올랐다. 1월에 왔는데, 아직까지 두 번째 학교의 전화번호로 공문이 나갔다니 난감했다.)


신규 주무관님 덕분에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발령을 받고 나면 필수적으로 누구나 수정해야 할 필수 수정사항으로 매뉴얼 제목을 아래와 같이 고쳤다.


[일반] 신규가 첫 공문이 결재올림이 안 될 때(발령자 모두 필수 수정사항)





ABOUT "교행, 학교다녀오겠습니다 시즌 3"


5년 전 연이가 교행직 합격 후 행정실에서 근무하면서 겪는 또는 겪을 만한 일을 '수필형 소설'로 작성한 글이다. 시즌 1(연이의 경험), 시즌 2(연이의 마음) 달리 연이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모든 것에 초점을 둔 시즌 3(연이의 기억)는 연이가 겪는 고민을 생생하게 전달하여 교행직을 그저 워라벨을 위해 들어오려는 공시생들과 교육행정직 공무원에 대한 궁금한 일반인에게 조금은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발행하고 있다.


#교행, #교육행정직, #교행일기, #학교, #직장생활, #연이, #따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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