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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이 Nov 11. 2021

[교행일기] #83. 연수 때 배운 게 쓸모가 없어요

연수 때 배운 게 쓸모가 없어요


"연이 주무관님, 혹시 급여이관내역서는 어떻게 작성하나요?"

신규 주무관님이 급여작업 마무리를 위한 전임자의 서류더미에서 빼꼼 머리를 내밀었다. 마지막 급여이관내역서만 작성을 하면 얼추 끝난다고 생각하고 서류를 뒤적이다가 도저히 못 찾겠는지 연이에게 도움을 청했다.


"연수 때 배운 게 쓸모가 없어요."

한숨 섞인 신규 주무관님의 푸념이 5년 전 연이가 내뱉은 한숨과 교차했다.

"그렇지?"

"연이 주무관님도 그런 생각을 했어요?


연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일단 신규 주무관님에게 빠르게 나이스 국공립급여에서 급여이관내역서를 작성할 수 있는 곳에서 급여대장을 출력할 수 있게 해 줬다. 그리고 작성할 때 유의사항 역시 일러줬다.


"연수원 때는 원론적인 공무원 연수를 해주지. 일반적인 것들만 얘기를 해줘서 사실상 그때 배운 것은 실무하고 상관이 있는 것은 거의 찾아볼 수 없지, 그렇지?"

연이의 물음에 신규 주무관님은 격한 공감의 표시로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변하지 않았네. 에휴. 언제까지 신규를 힘들게 할 것인지 모르겠다.'

모든 것을 다 가르쳐서 보낼 수 없다고 말을 한다. 연이도 그것은 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신규가 배정되는 곳은 초등학교 삼석이다. 급여, 세입, 기록물, 민원을 맡는다.


그렇다면 적어도 이것에 대한 교육을 해준다면 아니 적어도 그것에 관한 매뉴얼이라도 만들어놓는다면 이렇게까지 힘들어하지 않을 텐데... 참 아쉬움이 많이 남고 변화는 더디게 일어난다.


연이는 불평불만을 하기 보다 지금 현재 이곳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경향이 강하다. 그래서 오늘도 신규 주무관님을 위해 급여이관내역서 작성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나올 수밖에 없었다. 연이에게는 신규가 이곳에서 잘 적응하여 변화를 줄 수 있는 위치에 올라갔을 때 지금의 상황을 잊지 않고 바꾸기를 기대하며 마음으로  응원한다.




ABOUT "교행, 학교다녀오겠습니다 시즌 3"


5년 전 연이가 교행직 합격 후 행정실에서 근무하면서 겪는 또는 겪을 만한 일을 '수필형 소설'로 작성한 글이다. 시즌 1(연이의 경험), 시즌 2(연이의 마음) 달리 연이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모든 것에 초점을 둔 시즌 3(연이의 기억)는 연이가 겪는 고민을 생생하게 전달하여 교행직을 그저 워라벨을 위해 들어오려는 공시생들과 교육행정직 공무원에 대한 궁금한 일반인에게 조금은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발행하고 있다.


#교행, #교육행정직, #교행일기, #학교, #직장생활, #연이, #따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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