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연이 Nov 12. 2021

[교행일기] #84. 교행, 생각과 많이 달라요

교행, 생각과 많이 달라요


새로운 장소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업무를 하기에 당연히 어려움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이럴 때 언제든지 물어봐도 척척박사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꼬꼬마 신규 연이도 했었다. 그래서 나중에 그 위치가 되면 연이는 신규에게 그런 존재가 되고 싶었다.


매일 5분이라도 짬을 내서 신규와 대화를 시도하려고 하고 있다. 사실 연이가 더 많이 하고 싶지만 시간이 도통 나지 않는다. 몇 개월 남지 않은 시간에 수많은 선생님들이 자신이 사용할 수 있는 예산을 털어서 학습과 관련된 물품을 사다보니 하루가 물품 사고 그와 관련된 서류 인쇄하고 정리하여 원인행위 준비하고, 물품이 다 오고 서류가 다 된 것은 지출 나가고 다시 선생님이 품의 올려 준 것을 제대로 사기 위해 각종 사이트 장바구니를 기웃기웃하다보면 어느 덧 점심도 오후도 다 가고 4시가 된다.


이때가 가장 한가한 시간이다. 이때를 신규를 위한 시간으로 빼두려고 한다.

"들어오기 전의 교행과 지금의 교행은 어떤 것 같아요?"

연이의 질문에 신규 주무관님은 입이 달싹거린다.

"생각과 많이 달라요."

그러다 짧게 대답을 하고 만다.


"그렇지. 많이 다르지. 나도 이곳에 들어오기 전에는 학교에 행정실이 있는지도 몰랐고, 방학 때 근무하는지도 몰랐고, 하루종일 급여를 하거나 물건을 사도 시간이 모자라는지도 몰랐고, 기록물 정리하다가 한 두 시간이 후딱 가는 것도 몰랐지. 근무시간 내내 쉬지 않고 일하는 것은 사회에서 보는 공무원의 표본과는 괴리가 많지."

"연이 주무관님도 그런 생각을 하셨구나."

묵묵히 듣고 있던 신규의 입에서 혼잣말처럼 흘러나왔다.


연이도 그랬으니까 꼬꼬마 신규였을 때. 지금이라고 꼬꼬마 신규가 아닌 것은 아니지만. 이제는 조금 교행의 생태를 어느 정도는 안다고 볼 수 있으니. 그러려니 넘기는 부분도 생기고, 많이 아쉬워하는 부분도 보인다. 그래도 신규 주무관님과의 래포, 공감대가 생기는 것 같아 다행이지 싶다.


누군가와 마음의 교류가 생기면 어려움이 생기더라도 이겨낼 수 있는 마음의 힘이 생긴다. 마음에 근육이 있다면 그것이 단련이 된다고 할까나. 오늘도 신규는 초과근무를 하고 있다. 5년 전 연이를 만나는 것 같아 마음이 짠하고 아리다. 저 과정을 겪어야 진정한 급여담당자가 되니까.




ABOUT "교행, 학교다녀오겠습니다 시즌 3"


5년 전 연이가 교행직 합격 후 행정실에서 근무하면서 겪는 또는 겪을 만한 일을 '수필형 소설'로 작성한 글이다. 시즌 1(연이의 경험), 시즌 2(연이의 마음) 달리 연이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모든 것에 초점을 둔 시즌 3(연이의 기억)는 연이가 겪는 고민을 생생하게 전달하여 교행직을 그저 워라벨을 위해 들어오려는 공시생들과 교육행정직 공무원에 대한 궁금한 일반인에게 조금은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발행하고 있다.


#교행, #교육행정직, #교행일기, #학교, #직장생활, #연이, #따숨

매거진의 이전글 [교행일기] #83. 연수 때 배운 게 쓸모가 없어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